咸陽(함양)의 라쿰파시타 ▲ 정태호함양읍 백천리 월명마을 뒷산에 자리하고 있는 월명이라고 하는 무덤이 있다. 월명은 그곳에 묻혀 있는 한 여인의 이름이다. 그래서 월명총이라고 하며 월명마을의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월명은 천여년전 사근역(현. 수동면 화산리)에 살았던 역여(驛女)로서 경주에서 온 한 청년 삼돌이와 만나게 되어 사랑을 하게 되면서 월명총의 설화가 이루어진다. 이 설화는 전 세계에 널리 애창되고 있는 라쿰파시타(Lacumparsita) 노랫말의 배경과도 같은 애련한 사연을 담고 있다.불타는 사랑과 홀어머니의 극진한 모정. 모두를 잃고 절망과 고독에 몸부림치는 빈민가의 한 청년의 애환을 노래하듯이 삼돌이와 월명이가 울부짓던 효(孝)와 순애(殉愛)의 절규가 서려 있기도 하다. 사근역에서 맺어진 그들의 사랑은 비운으로 끝나게 되었다. 병환으로 신음하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월명의 곁을 떠나야했던 삼돌이를 기다리는 그리움에 지쳐버린 월명이는 병을 얻게 되어 시름시름하다 죽게 된다.한편 삼돌이 또한 악화되어가는 어머니의 병세 만큼이나 월명을 연모하는 가슴앓이는 깊어져 갔다. 끝내 삼돌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오랜 기간 동안 병간호에 지친 자신을 겨우 수습한 삼돌이는 곧장 월명에게 달려왔지만. 그 여인은 이미 무덤 속에 있었다. 어머니와 사랑하는 연인. 모두를 잃게 된 삼돌이는 월명의 무덤 앞에서 울며 울다가 그대로 숨을 거두게 되어 월명의 무덤 옆에 묻히게 되었다.삼돌이와 월명은 모두 비록 저 세상 사람이 되었으나 그들이 보여준 생전의 효심과 목숨을 바친 사랑의 실천은 매우 감동적이어서 두 사람을 칭송하는 뜨거운 마음들이 詩 로서 남겨지고 있다. 점필재 김종직은 그들의 넋을 중국의 고사인 화산기에 비유하여 “달 밝은 밤에 훨훨 나는 꽃다운 나비”라고 하였으며. 뇌계 유호인은 “봄날 꽃을 피어나게 하는 혼의 패옥” 이라고 역설하였을 뿐만 아니라 태촌 고상안도 삼돌이와 월명. 그들의 행위를 “만세의 윤리이며. 금석같이 곧은 절개요. 농사철에 비가 되어 내리는 무한의 자비” 라고 하였다. 삼돌이와 월명을 흠모하는 마음들은 끊임이 없었다.화헌 서인순(유림면 웅평인)은 월명산의 남쪽인 화정산에 관화대를 쌓고 월명을 향한 시를 읖조리며 그를 공경하였다. 그의 아들인 심정 서상두 또한 자기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그곳에 화심정(華心亭)을 세우고 그들의 넋을 옥과 같은 연꽃이라고 우러러 사모하였다. 삼돌이와 월명이 묻혀있는 월명총의 설화는 영혼의 정화를 통한 극진한 효와 진실된 사랑의 표본이다.물신(物神)주의에 젖어 고유한 정신적 가치마저도 상품화 되어가는 시대상황을 비추어 볼 때. 그들이 남긴 고결한 인간애는 우리들 자신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자기 성찰을 위한 귀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마이클 센델이 말한 바와 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그들의 묘소는 허물어져서 잘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그곳에 우리도 제2의 화심정을 세워서 참된 효와 사랑의 정신을 다지는 교육의 장(場)을 마련하여 보자. 그리고 함양의 라쿰파시타가 울려 퍼지는 감동의 명소가 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