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거리 천천히 오래 걷기'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소리 없이 마니아를 늘려 가는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높은 산이 많은 함양지역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 옛 사람들이 걸었던 산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 같은 길들의 최고봉이 바로 최근 들어 전 구간이 개통된 지리산 둘레길이다. 둘레길이 큰 길이라면 함양 지역 지리산을 에돌아 천왕봉이 가장 잘 보이는 곳. 마천면에 천왕봉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작은 길이 만들어졌다. '지리산 자락길'. 자락길의 시작은 둘레길이 시작되는 마천면 의탄리 의탄분교(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에서 시작된다. 금계마을을 지나 하산장. 가흥교. 다락논. 도마마을. 군자마을. 내마마을. 실덕마을. 도촌마을. 강청마을. 가채마을. 창암산. 의평마을을 지나 출발지인 의탐분교로 들어오는 길이 19.7km이다. 4∼5시간이면 완주가 가능한 아름다운 길이다.생소하지만 왠지 친근해 보이는 자락길이라는 이름도 지역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자락길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도 모였다. 이들이 '자락길 지킴이단'. 지킴이단의 문호성 회장(사진)과 자락길을 함께 만들었던 송길명씨 등을 만나 자락길의 아름다움을 들어봤다.우선 문호성 회장은 "자락길은 우리가 살고있는 옛날 길을 복원하고 만들면서 만든 이름이다. 지리산 자락을 따라 길을 걸을 수 있다고 해서 자락길로 만들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지리산 자락길은 지리산과 함께 엄청강을 끼고 마천면의 자연을 둘러볼 수 있는 훌륭한 트레킹 코스다. 특히 숲길과 강길. 산길이 어우러져 가파르지도 않아 노약자나 어린이는 물론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 넉넉잡아 5시간이면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문호성 지리산자락길지킴이단 회장문 회장은 "자락길은 마천면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옛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그동안의 역사가 살아나는 것이다. 나무와 풀. 돌멩이 하나에도 옛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리산 자락길의 시작은 둘레길 4코스의 시작점이자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가 있는 의탄분교에서 시작된다. 의탄분교 인근으로는 강과 암석이 만들어낸 용유담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을 걸으면 엄천강을 사이에 두고 층층이 펼쳐진 다랑논과 지리산 주능선이 만드는 그림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전체 구간 중에서 가장 오랜시간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자락길은 그냥 걷는 길만은 아니다. 곳곳에 체험시설과 문화유적이 산재해 배움의 장이기도 하다. 군자마을에서는 죽공예 체험시설이 마련됐으며 내마마을로 이어지는 길에는 망월암과 보물 375호인 마애불입상이 있는 고담사가 있다.특히 강청마을에서부터 이어지는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은 일품이다. 하늘높이 솟아오른 소나무 숲에서 솔향을 맡으며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1시간여 동안 걸으면 이것만으로도 온몸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군자마을부터 실덕마을까지는 압권이다. 얼굴만 들면 시선을 압도하는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 하봉. 제석봉까지 지리산의 주능선들이 계속해서 한눈에 들어와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고담사 입구에서는 활터인 지덕정에서 잠시 쉬어가며 국궁의 멋을 느낄 수 있다.지역민들이 앞장서 만든 자락길도 처음부터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지역민들이 제일 우려한 것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빚어질 자연 훼손. 이와 함께 농민들이 가꾼 농작물의 무분별한 훼손이었다. 이로 인해 일부 구간은 애초 계획과 달리 코스가 변경되기도 했지만 지역민들이 합심해 지역의 자연을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성공적인 길이 조성됐다.자락길은 국비와 도비. 군비 등 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지난해 3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올해 3월 완공됐다. 이 길의 관리는 지역민들이 주축이 된 '지리산 자락길 지킴이단'이 맡는다. 지킴이단은 자락길이 지나는 곳의 마을 이장들과 주민들 맡았다. 자락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문호성 회장을 비롯해 오동욱. 정명근. 김해수. 한우식. 변계철. 김봉섭. 강순식. 김장경. 문장식. 강승근. 심학성. 허상옥. 송화국. 김태열. 신평수. 허행이씨 등 17명. 이들은 앞으로 자락길을 가꾸고 관광객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문호성 회장은 "길을 만들기만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찾는 것은 아니다. 꾸준하게 가꾸고 이를 알려서 사람들이 다녀야 비로소 길이 완성되는 것이다"고 말했다.마천면은 전남 남원시 산내면과 맞대고 있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갑자기 전남과 경남이 바뀌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 사람들은 이 길을 자연스럽게 넘나들었다. 지역민 교류의 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번 자락길에는 산내면과 연결 길은 만들지 못했다.문 회장은 "예전 자락길은 전라도 산내면으로 장을 보기 위해 지역민들이 다니던 길이다. 지금 산내면에는 신선길이 우리 마천면 경계지역과 가까이까지 이어졌다. 이번 우리 자락길과 불과 3∼4km 떨어져 있다. 미 개통 길만 연결된다면 영호남을 잇는 또 다른 명소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19일에는 마천면 전통시장에서 최완식 군수 등이 참여해 자락길 개통식과 지킴이단 발대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번 자락길을 만들기 위해 함양군에서도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200여명의 지역민들이 참여해 자락길을 함께 걸으며 자연이 준 선물을 한껏 만끽했다.지리산 자락길은 높은 곳을 향해 헉헉대며 오르기만 하는 등산길이 아니다. 이 길은 큰 오르내림 없이 넉넉하게 천천히 걷는 길이다. 산등성이가 아니라 산자락이나 그 아래 길을 따라 만들어진 자연스런 길이다. 산자락에 생기니 '자락길'인 것이다. 지리산은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자원들이 하나의 길로 연결됨에 따라 고유한 자원의 활용을 통한 새로운 발전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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