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지곡면 개평리 지곡초등학교.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바둑을 즐기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국수로 추앙받는 노사초(盧史楚)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특히 초입에 위치한 지곡초등학교는 이같이 좋은 입지 조건으로 인해 경남에서 유일하게 방과후학교 교육의 일환으로 '바둑교실'이 열리고 있다. 학생들의 방과후수업이 한창인 교실 한 켠에는 TV에서나 볼 수 있는 강의용 대형 바둑판이 설치되 있고 자석으로 된 바둑알들이 한 알 한 알 놓였다. 바깥에서 뛰어 놀아야 할 개구쟁이들로 바둑판을 마주보고 앉은 모습이 사ant 진지하다. 부지런히 학생들 사이를 누비며 지도하는 이는 한국기원 연구생 1기 공인6단 이현승(이세돌 바둑도장 지도사범·38)사범.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준 후 다시 수업이 시작됐다. "자 이쪽을 보고. 지난주 뭘 배웠지. 바둑에서 이렇게 활로가 하나밖에 없는걸 뭐라고 했지. '단수'잖아. 자 이건 뭐지. 호랑이 입속이라는 뜻이 뭐라고 했지. 그래 '호구'. 호랑이 입 속이니깐 들어가면 안되겠지"어렵고 생소해 산만해지기 쉬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르치는 것이 힘들듯 하지만 학생들에게 눈길을 주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손을 들어 질문을 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서로 배운 것을 복습하며 둬 보기도 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의 눈을 속이고 오목이나 알까기 게임을 즐기기도 했지만."어려운 바둑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다그치고 엄하게 대한다고 해서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는 게 아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바둑의 재미를 알고 빠져들게끔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나이인 8살 때부터 바둑을 시작해 수년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현승 사범의 노하우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듯 했다. "바둑은 예에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 바둑의 가장 큰 장점이 예를 배우고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 한 학생과 바둑 대전이 벌어졌다. 9집을 먼저 주고 시작한 대국은 금세 끝이 나고 말았다. 실력 차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바둑은 계속해서 두다보면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다"잠시 후 40분간의 수업이 마무리 됐다.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린 듯한 느낌에 대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시간이 40분밖에 주어지지 않아 아쉽다. 학생들이 시간을 두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 줬으면 좋겠다"며 지도에 열을 올렸다.몇 번 바둑을 접해 봤다는 차준호 학생(6년)은 "집에서 엄마랑 형이랑 함께 둬 보기도 했지만 선생님이 처음부터 쉽게 가르쳐 주시니까 훨씬 쉬운 거 같다. 친구들과도 함께해서 좋다"고 말했다.수업시간인 40분이 지나자 "선생님하고 바둑을 두고 싶은 사람은 찾아와" 이렇게 마무리된 5.6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 이어 다음으로 1.2학년의 수업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고학년에 비해 산만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얌전히 사범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 미래의 국수를 보는 듯 했다. 지곡초등학교의 바둑교실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2시간씩 방과후학교 시간을 활용해 운영되고 있다. 전교생 21명이 시간별로 나눠 이 사범의 지도를 받는다.이 사범은 "바둑을 두다보면 절로 진득하게 앉아서 오래 생각하는 습관이 길러져 인성교육에 큰 효과가 있으며 바둑의 수는 무궁무진하므로 이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고 분석하는 능력까지 생겨 두뇌를 계발할 수 있다"며 바둑의 장점들을 설명했다.이미 수업에 필요한 바둑판과 테이블. 교재에서 초시계까지 모든 교육에 필요한 물품들이 구비됐다. 지곡초등학교 바둑교실은 군 바둑협회의 협조를 통해 이뤄졌다. 이번 도민체전에서도 우승할 정도로 수준이 높은 군의 바둑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현승 사범을 초빙하고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두루 수준 높은 바둑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지곡초등학교 인근에는 노사초(盧史楚) 국수의 생가가 있고 생가가 내려다보이는 뒷산에는 사적비까지 섰다. 노사초(盧史楚) 국수의 출신지가 바로 이곳이다. 함양에서는 노사초 국수를 기리는 노사초배 전국바둑대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을 정도로 전국적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학생들을 지도하는 이현승 사범 역시 예사 프로필이 아니다. 김해시 장유면 출신으로 한국기원 연구생 1기 출신인 이 사범은 한철균 바둑도장 전담사범. 이세돌 바둑도장 지도사범. 김해 장유 어린이 바둑교실 원장 등을 역임했다.대회 출전 및 우승 경력 또한 우수해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 최강부 우승(1985). KBS바둑대회 중고등부 준우승(1992). 제2회 경남도지사배 우승(2007). 제1회 SPP배 전국최강부우승(2008). 제2∼3회 노사초배 경남최강부 우승(2008. 2009). 제1회 마이스코배 경남 최강부 우승(2009). 56회 경남도민체전 일반부 우승(2011). 제12회 한게임 최강부 우승(2011) 등 다수의 우승경력을 소유하고 있다.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바둑계에서는 스타로 통하는 이 사범이 함양의 작은 시골학교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이현승 사범은 "함양은 예로부터 바둑의 본고장으로서 많은 훌륭한 바둑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일반인까지 바둑 저변을 확대해 전국에서 으뜸가는 바둑의 고장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꾸준한 학습을 통해 기량을 닦아 전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함양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곳에서 노사초 선생을 넘어 이창호와 이세돌 보다 훌륭한 국수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 사범은 방과후교실 이외에도 함양바둑협회(동문사거리 던킨도넛츠 2층)에서 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바둑교실을 열고 있다.월요일과 화요일. 금요일 3일간 원하는 시간 언제든지 수강이 가능하다.(지도사범 이현승 010-4814-7988) <강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