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129함양 연꽃 주제로 한 수간채색 그림 그리는서양화가 김성욱 그림 깊이 읽기 부산서 함양으로 시집 온 새댁. 김성욱 여류화가.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안의면 출신 남자와 짝을 맺고 현재 함양군 함양읍 신천리에 산다. 김성욱의 그림 <함양에 해가 뜨면> 좌측 공간엔 소나무가 배치되어 있다. 소나무 가지와 구름으로 대비효과를 꾀함으로써 청아한 미와 고결한 기품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소녀시절 해발 800미터 깊은 산 외딴집에서 살다# 어느 해 7월 노무현 전대통령과 아내 권양숙 여사가 함양 상림공원을 찾았다. 다음해 5월 노 대통령은 세상과 하직했다. 그 해 7월 노 대통령은 상림공원 연못에 피어있는 수백종 연꽃을 바라본 후 수행비서에게 이렇게 말했다.“적멸보궁이 따로 없어. 바로 이 연못이. 내 눈에는 적멸보궁으로 보이는구먼” 해마다 7월이 되면 함양상림공원은 연꽃세상으로 바뀐다. 백련. 홍련. 빅토리아. 안타리스. 텍사스 쉘 핑크. 필크 카펜시스. 프림랩. 주노….함양출신 여류시인 양선희는 7월이 오면 이곳에 와 연꽃사진을 찍는다. 그는 수필집 <엄마냄새>를 통해 상림공원 연꽃을 이렇게 노래한다. "…연(蓮)은 영어로 로터스래요. 열매를 먹으면 각종 괴로움을 잊고 즐거운 꿈을 꾸는 상상 속의 식물이라는 뜻이래요. 연차를 마시면 잠시나 세상사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하네요" #함양 상림 연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김성욱.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서울 터 갤러리에서 ‘새로움-의식 표현의 모색전’. 도울 갤러리에서 ‘21C 흥부놀부 웃음전’. 부산미술대전 입선. 부산 아트홀에서 ‘동아 모색전’. 영광갤러리에서 ‘제3회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함양군 안의면 출신 남자와 짝을 맺어 현재 함양군 함양읍 신천리에 산다. 누군가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함양 연꽃 소재로 그림 그리는데 아주 걸작이더라” (필자는) 화가 김성욱을 취재코자. 작가가 누구인지. 사전 탐문을 했다. 함양 예술가 몇몇에게 그녀의 프로필과 작품세계가 어떤지 문의해 봤더니. 돌아온 말.“글쎄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그런 이가 함양에 삽니까?” “아. 그분요. 제가 알기론… 곡절 많고 기구한 삶을 살아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필자가 반문했다. “기구한 삶이라면?” “어릴 적부터. 여자(소녀) 몸으로.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살았다는군요. 뭣 땜에 산중생활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허허. 많은 사연을 가진 작가라 할까? 기구한 운명이 예술과 만나면 신화가 되는 법. 베일에 쌓인 작가. 김성욱씨 한번 취재해 보시죠?” # 함양읍 신천리 그녀의 아뜨리에를 찾았다. 맨처음 (그녀가 그린) 연꽃 그림부터 감상했다. 제목은 <함양에 해가 뜨면>.87×72cm. 화선지에 수간채색. 그림 중앙에 태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태양 속에 수종의 백련 홍련이 활짝 피어 있다. 그림 좌측에 공작새 같은 희귀조가 저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 속에 연못은 보이지 않지만 감상자의 눈에는 연못물이 보인다. 그 물을 바라보면서 감상자는 <장경(藏經)> 속 한 문장을 생각했다. 기(氣)는 바람을 타고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바로 멈춘다(氣昇風則散 界水則止)! 수간채색 기법으로 그린 거라 그림이 화려하다. 수간채색이란 수간물감을 사용해 그린 것을 말한다. 수간 물감에는 천연수간 채색과 인조수간 채색이 있다. 천연수간물감이 뭐냐?늪으로부터 흙을 채취하여 거기서 산화철이 함유된 흙만을 골라 사용하는 걸 말한다. 일명 흙물감이라 부르기도 한다.김성욱 화가는 튜브 수간물감을 사용한다. 튜브 수간물감 주안료는 천연 아료로서 정착액을 섞어서 만든다. 물에 젖은 붓으로 즉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태의 물감이기 때문에 수간물감보다 한결 사용이 편리하다. 튜브물감은 보통은 얇게 칠하는 그림에 사용하나 두껍게 칠하고자 할 때나 또 그 작품을 표구하여 오래 보존코자 할 때는 접시에 물감을 짜 넣은 뒤 적당량의 아교액을 섞어서 충분히 잘 혼합한 뒤 사용하면 된다. ▲ <함양에 해가 뜨면>87×72cm. 화선지에 수간채색.그림 중앙에 태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계속해 필자는 김성욱의 연꽃그림을 감상한다. 감상하면서 작가에게 물었다. “그림 기세가 대단합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중후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화면에 그림이 꽉차 있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위압감을 느끼게 합니다. 연꽃 속에서 분출하고 있는 기가 그림을 감상하는 자. 마음 속으로 들어와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네요” 김성욱의 <함양에 해가 뜨면> 좌측 공간엔 소나무가 배치되어 있다. 소나무 가지와 구름으로 대비효과를 꾀함으로써 청아한 미와 고결한 기품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림감상을 잠시 멈추고 작가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봤다. “어릴 적 자폐증에 시달린 적이 있답니다. 해서 저는 부랑자처럼 (소녀 신분으로) 이 산 저 산을 헤매는 이색생활을 했었죠. 경북 주왕산 해발 800미터 외딴집에서 혼자 살기도 했고요.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는 아무래도 그림이 좋을 것 같아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답니다. 제가 즐겨 그리는 그림은 산중탱화와 관세음보살 그리고 꽃그림입니다” # 함양군 마천면 성지사에 가면 그녀가 그린 탱화가 있다. 탱화는 벽에 거는 그림을 뜻한다. 부처 뒤에 모셔지는 탱화를 ‘후불’이라고 한다. 대웅전에 걸게 되는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경우. 중앙의 높은 연화대 위에 통견의 법의를 걸치고 항마축지의 수인에 결가부좌한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보살과 성문제자들로 조성된다. 영산 회상이란 좁은 의미로는 영축산(靈鷲山)에서 석가모니불의 <법화경 法華經>을 설한 법회 모임을 뜻한다.넓은 의미로는 석가의 교설(敎說). 또는 불교 자체를 의미할 뿐 아니라. 불교의 상징적인 표상으로서의 뜻을 지니게 된다.영산회상도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법화경> 변상도(變相圖)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 보면 영축산에서의 석가모니의 설법상이라 할 수 있다. 영산 회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또는 영산 정토에 왕생하려 하는 강한 신앙심의 구체적인 표현이기도 하다.이 탱화는 보통 대웅전 후불탱화로서의 영산회상도와 순수한 영산회상탱화로 대별된다. 대웅전 후불 영산회상도는 보통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2대 또는 4대·6대·8대 보살과 10대 자. 호법선신(護法善神)인 대범천(大梵天)과 제석(帝釋)과 사천왕(四天王)과 팔부중(八部衆) 그리고 화불(化佛)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개망초>. 50×68cm 종이에 수채물감.오라버니 극락왕생 바라며 동진보살 탱화 그리다# 작가는 지나가는 말로 “저는 동진보살님을 즐겨 그려요…”불교에 문외한인 필자는 “방금 뭐라고 했나요. 동진?”“예. 동진보살요. 동진보살이란 불법을 수호하는 동자의 모습을 한 보살이지요. 이 보살은 초선천(初禪天)에 계신 범왕이지요. 그 얼굴은 동자를 닮았습니다. 동진보살은 항상 닭을 받들고 방울을 들고 있으며…붉은 번(幡)을 가지고 공작을 타고 있답니다”여기서 말하는 번이란 부처와 보살의 위덕을 나타내고 도량(道場)을 장엄. 공양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깃발을 뜻한다.-헌데 하필. 지장보살 부처 수호하는 8금강도 계신데 동진보살인가요?“저에겐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있습니다. 연전 제 오래비가 요절했답니다. 오래비 동진 보살처럼 공작새 타고 서방정토 가셔서 극락왕생하시라…”필자는 작가가 방금 내뱉은 말에 그만 감동을 받고 말았다. 오라버니. 동진보살처럼 붉은 번 들고 공작새 타고 가시라. 저 극락으로! 이 한 마디 말에 필자는 ‘작가의 지성심(至誠心)’이 실로 대담하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필자는 잠시. 김성욱 작가가 오래비 왕생 바라며 그림 그리는 모습을 스케치해 봤다. <어떤 중생이 있어서 그의 나라(서방정토)에 태어나고자 원한다면 삼종(三種)의 마음을 발해야 한다. 첫째 지성심(至誠心) 둘째 심신(深心) 셋째 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 이 삼심(三心)을 구족한 자는 반드시 그의 나라에 태어난다(必生彼國)> (이쯤에서 필자는 작가에게 이런 농을 건냈다)-작가는 함양에 괜히 와 사는 게 아니군요. 함양에 살지 않았다면 어찌 연꽃과 부처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을 수 있었겠습니까?“말씀 들어보니 과연 그러네요. 해서 저는 늘 함양에 사는 걸 고맙게 생각합니다” 다시. 김성욱의 또 다른 그림을 감상해보자. 개망초 50×68cm 종이에 수채물감.개망초를 생물학적으로 정의하면. 줄기는 높이 50∼100cm 정도로 곧게 자라며 거친 털이 있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어긋나게 달리는 줄기 잎은 난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드문드문 있고 양면에 털이 덮이며 잎자루에 날개가 있다. 윗부분의 잎은 양끝이 좁은 피침형으로 맥 위와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뿌리 잎은 꽃이 필 때 없어지는데 난형으로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으며 긴 잎자루가 있다. 6∼7월 줄기와 가지 끝마다 지름 2cm 정도의 흰색 또는 연분홍색의 꽃이 산방상으로 달린다.김성욱 그림 <개망초> 역시 난형으로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다. 지리산 평원 속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를 화면 전체에 배치해놓았다. 피어있는 꽃들이 마치 파도처럼 너울댄다. 그림 전반에 걸쳐 햇빛 머금고 피어있는 야생화가 아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붓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구도의 미가 빛나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필법과 감성이 혼연일체가 되어 화폭에 생기가 넘쳐흐릅니다. 김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려면?"며칠 후 함양버스터미널 옆 경희한의원 2층에 갤러리를 마련할 겁니다. 아울러 6월 20일부터 29일까지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열고자 하니. 많이 찾아 주셨으면 해요" -아무쪼록 함양을 테마로 한 많은 걸작을 생산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정말 좋은 그림 보여줘 감사합니다. 좋은 그림 감상한 값을 해야겠군요. 좋은 그림 속엔 호쾌한 기가 있답니다. 그걸 가리켜 상기(爽氣)가 있다고 하지요. 김 작가 그림 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기가 가득합니다. 부탁컨대 연꽃 탱화만 그리지 마시고 정자(동호정 거연정)라든가 황석산 기백산 그리고 위천 같은 개울도 창작하셔서. 함양 멋진 산수(山水) 이미지를 만방에 전파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성욱 화가의 함양실경산수화(實景山水畵)를 기대해본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 busan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