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내가 접수한다" 2012년 5월4일 함양고등학교 학생들이 극기 훈련을 떠나게 되었다. 이 극기 훈련은 ‘호연지기(浩然之氣. 온 세상에 가득 찬 넓고 큰 원기)를 기르자’는 취지 아래 2007년부터 실시되어 올해로 6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교생이 산의 좋은 기운을 얻어서 남은 1년 동안 알찬 학교생활을 보내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1학년은 백운산. 2학년은 덕유산. 3학년은 지리산으로 출발했다.특히. 3학년의 경우에는 반 친구들 사이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서 사전에 조를 짜기도 했다. 그래서 체력이 좀 부족해 등산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함께 기다려 이끌어주기도 하면서 등산을 함께 했다. 이를 통해서 확실히 등산을 마친 뒤에는 친구들 사이의 친목을 다시 한 번 다질 수 있었다.산에 올라갈 때는 ‘진짜 다시는 산에 안 와야지’할 만큼 힘이 들었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낄 수 있었던 뿌듯함과 성취감은 이전의 생각을 말끔히 잊게 했다. 그런데. 정상에서의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산을 오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배고픔도 잊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급식소 아주머니들께서 새벽부터 정성스레 싸주진 도시락을 꺼내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정상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온 길을 내려가야 될 공포의 시간이 다가왔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만큼이나 힘들었다. 발톱이 빠질 것 같고 발바닥에서는 불이 나는 것 같았지만 산 정상에 올랐다는 자부심 때문에 아픔도 잊을 수 있었다. 이번 극기 훈련은 좋은 취지에서 시작되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지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이 남겼다. 첫 번째는 극기 훈련 실시일이 1차 고사 직후였다는 것이다. 시험기간에는 다수의 학생들이 늦은 시간인 새벽 3∼4시까지 자지 않고 공부를 하기 때문에 수면시간이 많이 부족해져 있는 상태이다. 이런 피곤한 상태에서의 등산은 여러 가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날짜를 선택한 게 아쉬웠다.두 번째는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학년의 경우에는 한 학생이 바위에 발을 부딪쳐 몇 바늘을 꿰매는 심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2.3학년에도 다리를 삐거나 발을 헛디뎌서 미끄러지는 등 작은 사고들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사전 교육이 실시되지 않아 학생들 스스로 사고에 대처하기도 어려웠고 구급약품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안전 교육이 실시되었더라면 이런 작은 사고들이 적절한 대책을 통해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남았다.이번 극기 훈련을 통해서 학생들은 교실 밖으로 나와 자연을 몸소 느끼며 한층 더 건강해질 수 있었다. 또한 힘든 경험을 하며 새로운 각오를 마음속으로 다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극기 훈련에 대해 “평소에 어색하던 친구와 편하게 말을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이 산을 내가 오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정상에 올라보니 성취감이 들고 내 자신이 대견했다.”.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는데 주위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 다행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조금 더 안전하고 즐거운 극기 훈련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와 학생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함께 안전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럴 때에 비로소 더욱 더 건전하고 알찬 극기 훈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슬기(함양고3)▲ 박혜리(함양고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