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마천토봉협회 김종택 회장(왼쪽)과 한국토봉협회 손점암 회장이 시범 사육에 들어간 벌통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99% 전멸…토봉 농가 재기 안간힘토종벌이 사라졌다. 온 산이 꽃으로 물들었지만 꽃을 찾는 토종벌은 찾아볼 수 없다. 2009년이래 전국을 휩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토종벌이 멸종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의 토종꿀 주산지였던 함양군 마천면. 토종꿀의 메카로 불리며 TV홈쇼핑은 물론 각종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마천 토종꿀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관에서는 99% 피해를 입었다고 하지만 농가에서는 100% 전멸이라고 말한다. 전멸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의 지원은 요원하다. 피해보상을 해줄 법정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봄이 왔지만 토종벌 사육 농가들에게는 아직 겨울의 긴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30일 낭충봉아부패병 발병 후 3년이 지난 현재 마천면을 찾아 현재의 상황과 토종벌 회생 노력 등에 대해 들어봤다.◇토종벌 농가 회생의 몸부림함양군 마천면의 한 야산. 한국토봉협회 손점암 회장이 어렵사리 키우고 있는 토종벌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고작 16군뿐이다. 예전 한창이던 시절 야산 전체에 500군 이상을 사육하면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던 손 회장으로서는 눈에 차지 않는 숫자다.그러나 이마저도 낭충봉아부패병이 언제 휩쓸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10군을 올해 분양을 받아 6군이 더 분봉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장마기간만 잘 넘기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손 회장은 "토종벌이 분봉을 한 후 체력적으로 약해졌을 때 바이러스 성 질병인 낭충봉아병이 쉽게 올 수 있다"며 "그나마 지금까지 훌륭하게 자라고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몸이 약해진 틈을 비집고 병이 확산된다는 것이다.마천면에는 손 회장을 비롯해 일부 농가에서 실험적으로 토종벌을 사육하고 있어 회생의 기미를 엿볼 수 있었다. 낭충봉아부패병 발병 시 수 백군 씩 한꺼번에 태워 없애며 피눈물을 흘렸던 사육농가들에게도 희소식으로 다가온다.손 회장은 "현재 바이러스가 변종이 된 것 같다. 일부 실험 농가의 경우 발병해서 초기에 애벌레가 빠지기 시작해 피해가 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발병을 해도 옆에 동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저항성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며 "사육에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다 서서히 예전 모습으로 회복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희망을 예상했다.농가에서는 예전 한창 성세를 이루던 만큼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토종벌이 낭충봉아부패병 발병 없이 사육을 하기 위해서는 2~3년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도 얻었다고 한다.◇함양 마천면 토봉낭충봉아부패병이 발병하기 전 함양군에는 1.012농가에서 2만9.471군의 토종벌이 사육되고 있었다.특히 마천면 토봉은 그 동안 마천면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320농가에서 토봉 1만 5.000군을 키워 연간 130억 원의 소득을 올렸으나 희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한 피해로 농가는 물론 마천면 지역의 경제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농가에서 생산한 토종꿀을 수매해 전국에 판매를 해 왔던 마천농협의 경우 벌꿀을 비롯한 산나물. 임산물 등으로 연 경제사업이 230여억 원의 매출 중 벌꿀이 80여억 원을 차지할 정도였다.마천농협은 토종벌 사업 왜에도 지역 특산물인 양파와 마늘 등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산물 다각도 전략을 통해 이번 사태를 풀어나가고 있다.2010년 10월 낭충봉아부패병이 휩쓸면서 군의 집계로는 99% 피해. 농가에서는 100% 전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관에서 보는 피해액만 50억 원 이상이지만 농가에서는 더 많은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민·관 합동 회생 노력당시 함양지역에는 남원에서 발생 후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으며 전년에 강원도 지역에 많은 피해가 발생했으며 진단결과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확진됐다.농가 피해가 확대되자 피해에 대한 정부의 재해복구비를 건의했지만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명시된 재해로 인해 일정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법률에 따라 지원되는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농가 지원은 불가한 것으로 통보됐다.함양군은 발병 후 토종벌 보급사업을 추진했지만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2010년 2억여 원을 들여 종봉 1.142통을 토봉농가에 보급했으나 전부 폐사. 2011년 종보전 여왕벌 육종사업 추진을 위해 7.500만원을 들여 종봉 100통을 구입해 경주 인근에서 사육했으나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전부 폐사하고 말았다.이어 2012년에도 6.000여만 원을 들여 종봉 100통을 구입해 농가 보급을 하고 있지만 낭충봉아부패병의 발병에 따른 토종별 구입과 종봉 가격이 높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토종벌 폐사 낭충봉아부패병 아닐수도토종벌 전멸 원인이 낭충봉아부패병이 아니라는 의혹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토봉 농가에서는 양봉에서 발견되는 증상인 낭충봉아부패병과 유사하게 애벌레를 물어낸다고 해서 낭충봉아 부패병이라는 진단을 토종벌에 내린 듯하나 정확하게 어느 바이러스인지 밝혀내지도 못하고 있으며 바이러스의 정체를 모르므로 치료 약 조차 처방하지 못하고 있고 지금까지 사용한 치료약이나 소독약들이 거의 무효였으므로 확진을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손 회장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애벌레가 죽을 경우 구부러져서 빠져 나오는데 반해 이번 병의 경우는 꼿꼿하게 빠져 죽었다”며 “정부에서 다시한번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특히 농가 입장에서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아니라 또 다른 질병. 즉 석고병이나 부저병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있을 경우 정부에서 지원해 줘야 하지만 지원 명목에 없는 낭충봉아부패병이라고 할 경우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진단을 이런식으로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손 회장은 “정부에서 피해 농가에 보상을 해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낭충봉아병으로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1974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한 피해로 토종벌 전멸의 위기까지 갔던 베트남의 경우 원상 회복까지 무려 20년 가까이 걸렸다. 베트남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피해의 원인이 낭충봉아부패병이 아닐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예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이 경우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토종벌만 키우고 있는 대마도의 경우 피해가 전무하다. 이는 토종벌만 있을 경우 발병하지 않는 병이라는 것이다.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지난 2006년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보고되면서 정부 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꿀벌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토종벌이 궤멸하다시피한 지금도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함양군 마천벌꿀작목반 회원 100여명이 지난 2010년 9월30일 벌통을 소각하고 있다. 이들 뒤로 토종벌 괴질 집단폐사를 농업재해로 인정하라는 절박한 문구가 씌어있다. ◇집단소송. 그러나...한봉 농가들이 토종벌 괴질을 농업재해로 인정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소송한다.한국한봉협회는 전주지역 법률사무소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며 2월 중순 농림수산식품부에 행정심판을 청구키로 했다. 본안소송에 앞서 토종벌 괴질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에 준해 손실보상. 또는 복구보조금 지급이 가능한지 유권해석을 받겠다는 취지다.이날 현재 소송참여 농가는 함양을 비롯해 전국 1.370여명에 총 450억원 규모다. 이들은 벌통 1개당 51만5.000원을 요구했다. 죽은 토종벌의 가치 20만원. 이로 인한 소득피해 30만원과 벌통 소각비 1만5.000원이다.손점암 한봉협회장은 “괴질을 잡겠다고 국가기관까지 나서 시험해봤지만 지난해 말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는 예방도 치료도 할 수 없는 농업재해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데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소송밖에 없지 않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문제의 괴질은 낭충봉아부패병이란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도내에선 2010년 3월 첫 발병한 이래 확산됐다. 발병직전 남원과 무주 등 동부권을 중심으로 모두 2.570여 농가가 벌통 13만여 개를 사육했지만 현재 99%가량 폐사했다.전국적으론 총 33만개 정도 폐사해 토종벌은 사실상 궤멸 직전에 몰렸다. 이에 따라 모든 농가가 소송에 동참하면 약 1.7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봉협회는 소송이 시작돼도 참여농가는 계속 모집키로 했다.◇낭충봉아부패병의 무서움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은 꿀벌의 애벌레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꿀벌이 점차 말라 폐사하는 질병이다. 이 심각한 부패병은 그 원인이 바이러스성 질병이라고만 밝혀졌을 뿐.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는지 베일에 싸여있다.게다가 무척추동물인 벌은 수명이 짧은 곤충인 탓에 후천적 면역을 갖추지 못해 치료제 개발조차 불가능하다.낭충봉아부패병은 뚜렷한 치료방법도 없으며 백신조차 없어 지난 2009년 발병이래 사육 농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지난 2010년 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꿀을 채취해야 할 시기에 갑자기 찾아온 낭충봉아부패병. 벌통 하나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손쓸 틈도 없이 전체로 번지며 토종벌을 멸종 직전까지 내몰았다.이후 3년이 지난 2012년 현재. 토종벌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었던 마천면 일대 토종벌 사육 농가는 이제 산나물을 채취해 판매하는 등 다른 업종으로 전업하고 있다. 계속해서 이어진 재기의 꿈도 좌절과 고통만이 돌아오고 있다.한번 바이러스가 휩쓴 후에는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이상이 지나야 다시 사육이 가능하다는 것이 농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것이 정확한 것도 아니다. 한번 확산되기 시작하면 전멸해야만 병이 멈추고 잠복기까지 있는 이 병. 토종벌 에이즈.정부에서도 토종벌 멸종에 대한 심각함을 알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전무한 실정이다. 꿀벌은 인간에게 꿀을 선물하는 것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커다란 혜택을 수천 년 동안 무상으로 공급해 왔다. 그런 꿀벌들이 원인도 모르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멸종의 기로에서 힘겨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꿀벌에게 은혜를 갚을 때다. <강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