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98회 맛의 고향을 느낀다. 남쪽나라 가죽나물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 가죽나물난만한 봄철에는 어디를 둘러봐도 세상의 모든 초록이 향연을 벌이고 있어 늘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아름답고 싱그러운 축제의 장인 낮은 산언덕이나 밭둑에서 만나는 나무들 중에 이 나무가 저 나무 같고 저 나무가 이 나무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옻나무. 붉나무. 참죽나무이다. 가지 끝에 새순을 매달고 있는 모습이나 붉은 색을 띠는 새순의 생김도 비슷하여 늘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향을 가지고 있는 가죽나무의 순을 따려다가 자칫 실수를 하여 옻나무의 순이라도 딴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 가죽나물부각우리가 가죽나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죽나무의 잎으로 춘엽(椿葉)이라 하며 멀구슬나무과의 어린잎을 말한다. 잊지 못할 고향의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 향춘(香椿)이라는 이명(異名)을 가지게 되었으며 사찰에서는 스님들이 향신료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집의 마당에도 한 그루 있지만 예전부터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거의 모든 집의 울안이나 텃밭 둑에 가죽나무 한 두 그루씩은 꼭 심어두고 봄에 나오는 어린순을 밥상에 올리고는 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죽나물이라고 부르는 나무의 본래 이름은 가죽나무가 아니고 참죽나무이기 때문에 가끔 혼동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늘 참죽나물이라고 부르지 않고 가죽나물. 가죽자반이라고 부르면서 그 나물을 즐기고 있다. 소태나무과로 분류되는 실제의 가죽나무 순은 맛과 향이 나빠 식용으로는 불가능하다. ▲ 가죽나물부각1참죽나무의 어린잎은 다른 새순들과 달리 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칼슘. 인. 칼륨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한방에서는 맛이 맵고 쓰며 독특한 향이 있다고 하며 그 성질은 서늘하여 몸의 열을 내려주고 해독작용을 하며 위를 튼튼하게 한다. 기(氣)가 체해서 오는 식욕부진에는 연한 참죽나무 순을 끓는 물에 데쳐 나물로 먹으면 좋고 참죽나무의 껍질과 뿌리는 설사. 이질. 출혈 등에 좋은 약이 된다. 참죽나무의 어린순은 끓는 물에 데쳐 나물로 무쳐 먹으면 맛나다. 간장도 좋고 고추장도 무침 양념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나물로 무쳐 먹어도 좋지만 부침이나 튀김으로도 아주 좋은 음식이 된다. 밀가루를 좀 묽게 반죽하여 온전히 새순의 향과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여 부침이나 튀김을 하면 입이 정말 즐거워진다. 가죽나물은 생것을 김치로 담가 먹기도 하는데 그러다 좀 더 자란 순은 부각으로 만들어 두고 일 년 내내 그 맛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부각을 만들려면 억세진 참죽의 잎을 우선 뜨거운 물에 데쳐 물기를 짜고 채반에 널어 꾸덕꾸덕하게 말려야 한다. 참죽의 잎이 꾸덕꾸덕하게 다 마르면 찹쌀로 풀을 쑤어 고추장과 고춧가루. 들깨가루. 집에서 담근 간장을 넣고 무침양념을 만든다. 그런 다음 꾸덕하게 말린 참죽나무 잎에 골고루 발라 바싹 말려 보관해 두었다가 기름에 튀겨 먹으면 된다. ▲ 가죽나물전참죽나물의 부각을 하기 위한 찹쌀풀의 양념은 집집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그것이 어머니나 할머니의 맛을 고향처럼 기억하게 하는 신비한 코드가 된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참죽나무의 순으로 만드는 음식을 다양하게 먹이는 일은 이 시대 젊은 어머니들의 의무가 된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그런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다시 어머니의 맛을 기억하고 찾게 된다면 우리가 선조들이 물려준 전통의 맛을 지켜온 것처럼 그 아이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전통의 맛을 지켜갈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바뀌고 삶의 방식이 달라져도 지켜지는 우리의 맛을 지켜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나는 어제도 참죽나무의 순을 구해다가 전을 부쳐먹었다. 참죽나무로 전을 부쳐먹기 전까지는 봄나물의 황제인 두릅전을 최고로 쳤지만 참죽의 새순전을 맛 본 후로 이제 나의 입맛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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