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추폭포야 네 잘 있거라 명년 춘삼월 또다시 만나자∼"구성지면서도 애절한 가락이 안의면에 감돈다. 여인네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소리일까. 정감 가면서도 왠지 애잔하다.소리를 찾아간 곳은 이점수 할머니의 가택. 대청마루에 곱게 한복을 입고 둘러앉은 이들에게서 구성진 민요 '질굿내기' 한 자락이 울려 퍼졌다. 여든을 넘긴 이점수 할머니의 구성진 목소리는 그동안 삶의 한을 담아내는 듯 했다.▲ 이점수 할머니이점수 할머니는 '함양 들놀이소리' 전수자다. 들놀이소리는 이른 봄 춘삼월. 힘든 겨울을 이겨낸 주민들이 용추폭포에서 고로쇠 물을 먹으면서 마을 잔치를 벌인 후 마을로 다시 돌아오다 술에 취하고 흥에 겨워 힘든 삶과 애환을 읊은 노래로 오랜 세월동안 구비 전승되고 있는 함양의 대표적인 소리다.들놀이소리에는 동풍가. 걸궁소리. 줌치소리. 첫날밤소리 등이 있다. 동풍가는 세마치장단에 맞춰 부르는 흥이 나는 소리이며 걸궁소리. 줌치소리. 첫날밤소리는 굿거리장단에 맞춰 부르는 소리로써. 이러한 소리들은 함양지역 여인네들의 한과 원. 사랑과 미움 등이 진솔하게 나타나 있으며 해학적인 표현이 한층 돋보이는 소리이다."뭔 소리를 먼저 할까. 걸궁소리. 동풍가. 줌치소리. 뭐가 좋을까. 동풍가로 한판 하자" 둘러앉은 이수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 또다시 이어진 구성진 민요 한 자락. 세마치 장단에 맞춰 흥겨운 가락이 울려 퍼졌다. ‘동풍가’. 남녀 이성사이의 사랑을 읊은 노래로 이것도 예사롭지 않다."실∼실∼이 동풍∼에∼ 궂은∼비 오는∼데∼. 시화∼야∼ 연∼풍∼에∼ 아이구 임상봉∼ 가∼노라∼. 에헤∼요 데헤∼요 어절마 시리등가 등가 두둥∼실 아이구 내사∼랑 가노∼라"흥에 겨워진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절로 발장단이 맞춰진다. 그 속에 숨겨진 한(恨)이 몸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것 같다. 가늘게 부르다가도 구성지게 울려 퍼지는 소리. 우리 민요의 특징인 것 같다. 처음에는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장단에 몸을 맡기고 마음을 여니 어렴풋이 나마 내용을 알 것 같다.요즘 몸이 많이 쇠약해진 이점수 할머니. 그의 문하에는 한영자. 박순달. 박판순. 김분이씨 등이 전수를 받고 있다. "소리는 누구에게 배우고 한 게 아니라 신명나서 나오는 데로 부른 것"이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새삼 우리 민요가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왔다는 것을 느낀다.매주 월요일 오후7시 이곳에는 할머니의 노래를 배우기 위해 문하생들이 몰려온다. 벌써 10여년째 이어오며 지역에 문하생들. 함양의 대표적인 민요가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최근 함양민속예술보존회가 만들어지면서 들놀이소리의 보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리를 채집하고 고증을 통해 학계의 인정을 받아 우리 지역 함양의 대표적인 소리로 만들어 가는 하는 것이다."지역 어르신들이 이 노래를 부르던 것이 엊그저께 같은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어" 이렇게 말씀하시곤 또다시 민요 한 자락을 흥얼거리신다.당시 함양지역 여인네들은 이런 들놀이소리를 통해 속박된 생활에서 오는 해방감을 만끽하고 생활에서 모든 고통과 한을 소리에 담아 풀어냄으로써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활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함양들놀이소리'는 4월29일 남원에서 열리는 춘향제에 초청 받았다. 거기에서는 질굿내기. 걸궁가. 동풍가 등을 부를 예정이다.(관련기사 함양민요 지킴이 이점수 할머니/ 8면 특집) <강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