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댐으로 인해 한가족처럼 모여 살던 마천·휴천면 지역의 민심이 갈라졌다. 특히 같은 마을 주민들조차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면서 마을공동체 마저 무너질 우려를 낳고 있다.지역민들은 지리산댐 건설을 놓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댐이 건설돼야 한다는 찬성쪽과 천혜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리산댐 건설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반대쪽으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이 같은 의견대립이 심해질 경우 자칫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같은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지리산댐 건설과 관련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10여년 동안 지리산댐 후보지인 마천면과 휴천면 일대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용유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논란지리산댐의 건설은 용유담 명승 지정 논란으로 옮겨갔다. 명승이 지정될 경우 댐 건설 자체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용유담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가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이 홍수조절용 댐 건설예정지라며 지정 제외를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여 재검토하고 있다.명승 지정 여부는 지정예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 해야 하기 때문에 문화재청에서는 늦어도 오는 7월8일까지는 명승 지정 여부를 결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문화재청의 명승 재지정 여부가 지리산댐 건설 논란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이 재지정을 하지 않으면 댐 건설계획은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예술적인 면이나 관상적(觀賞的)인 면에서 기념물이 될 만한 국가 지정문화재로 일단 명승지로 지정이 되면 그 구역 내에서는 현상 변경은 물론 동식물. 광물까지도 법률로 보호한다. 지역민들도 찬반 양론으로 갈려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의 늑장 발표가 주민들간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다. ◇천혜의 자연 용유담을 국가명승 지정하라 '지리산댐백지화 함양군 대책위'와 마천면·휴천면대책위는 지난 4월 17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유담을 즉각 국가명승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문화재청은 '타당성 없는 댐 계획과 근거 없는 반대 의견'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그 가치와 보존 필요성이 확인된 용유담을 즉각 국가 명승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이들은 "지리산 용유담의 명승 지정을 반대하는 것은 다수 함양군민과 지역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국가문화재가 생기는 것을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타당성 없는 지리산댐 계획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리산댐 건설 문제에 대한 지역주민 여론 관련 주장은 이미 오래 전에 설득력을 잃었다. 홍수 피해를 빌미로 한 지리산댐 건설 요구는 지역 실정이나 실체적 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주민들은 "문화재청은 일부 주민의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를 적극 해소하고. 용유담의 명승 지정에 따른 혜택이 지역주민 전체에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며 "수자원공사. 함양군. 댐 건설 찬성 인사들은 명분 없는 용유담 명승지정 반대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용유담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후대에 길이길이 전승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의 업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즉각 시행하라'문정댐추진위원회'와 함양 마천·휴천면 주민 등 300여 명은 지난 4월 16일 대전 정부청사 앞에서 '용유담 명승지정 철회 지역민 결의대회'를 열었다.이들은 "정부는 문화재 보존 및 지역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미명 하에 지역민과 한마디 상의 없이 밀실행정으로 용유담 지역을 국가문화재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지역경제를 저해하며 사유재산권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명승 지정 예고 철회를 요구했다.또 "마천면 일대는 비만 오면 지리산 산자락을 타고 한꺼번에 엄청난 물이 불어나 많은 사람들이 수해로 목숨과 재산을 잃었던 지역"이라며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태풍 시 가옥 및 농경지 침수와 인명사상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이어 "함양군 및 마천·휴천면 주민들은 근본적 홍수대책인 댐 사업을 추진하도록 여러차례 정부에 건의해온 실정이었으나. 국가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 지정으로 지역을 더욱더 낙후시키고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고 있다"이라며 댐 건설 필요성을 강조했다.끝으로 "주민들은 대대손손 터를 잡고 살아온 지역민들에게 정부가 문화재로 멍에를 씌우는 행위는 결단코 없어야 한다"며 "지역경제를 저해하고 사유재산권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주민과의 소통 및 의견수렴 없는 명승지정 예고를 철회하고. 재해로부터 고통 받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홍수피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치수대책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이들은 문화재청장 면담을 강하게 요청하였으며. 함양군 마천면 이장단 등 대표자들이 문화재청 관계자에게 문화재 지정 반대의 뜻을 전했다. ◇지리산댐. 다목적용 vs 홍수조절용경남환경운동연합과 지리산댐 백지화 함양군·마천면 대책위원회. 지리산종교연대. 지리산생명연대는 지난 4월4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수조절용 댐이 아니라 국내 최고 높이의 다목적용 댐"이라며 건설 백지화를 요구했다.이들은 최근 입수한 수공의 올해 예비타당성조사에는 당초 건설규모보다 2배나 확대된 댐으로 사업비 9천898억원을 들여 높이 141m. 길이 869m. 총저수량 1억7천만t의 규모로 연간 1억2천100만t의 홍수를 조절하는 댐이라고 했다.환경단체들은 "지리산댐의 실체는 높이 50층 빌딩 높이와 비슷한 국내 최고 높이며. 길이도 896m나 돼 진주 남강댐(1126m)에 이어 국내 두 번째"라며 "지리산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면 홍수조절용이 아닌 다목적댐"이라고 말했다. 또 "지리산댐 용수확보 가능량이 9만5천t에 이르기 때문에 결국. 지리산댐 계획이 부산물 공급을 위한 식수용댐 건설계획"이라며 "수공은 지리산댐 건설계획의 실체를 국민에 공개하고 사업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현재 검토중인 문정홍수조절댐 건설방안에는 다목적댐처럼 일정하게 용수를 공급하는 기능이 없다"고 밝혔다.국토부는 "남강유역은 유역면적에 비해 댐 저수용량이 적어. 함양군 및 하류 진주·사천 지역 등은 지속적인 홍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남강 상류 홍수조절댐 건설 등을 통한 치수대책 필요하며. 해당 지역에서도 지속 건의중"이라고 주장했다.또한 "현재 문정홍수조절댐은 KDI에서 간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중(2011년 12월∼)에 있다"며 "적정 규모와 위치 등은 향후 타당성조사 및 설계과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지역주민 등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아울러 "현재 검토중인 문정홍수조절댐 건설방안을 기준으로 볼 때. 다목적댐처럼 일정하게 용수를 공급하는 기능이 없다"며 "문정홍수조절댐은 경남 함양. 진주. 사천 등의 홍수예방을 주목적으로 하는 댐이므로. '지리산댐'. '부산 식수용 다목적댐' 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지리산댐지리산댐(문정댐.마천댐)의 시작은 지난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1990년대 남강 상류인 함양과 산청지역에 각각 문정댐과 천평댐 건설계획이 들어가면서 부터다. 이후 2000년대 초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의해 건설계획이 철회된 바 있다.이어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남강의 지류 중 하나인 함양지역에 댐 건설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지리산댐에 대한 재검토가 시작됐다.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가 '댐 건설 장기계획 변경안'에 지리산댐 건설이 포함되면서 다시 재검토된 바 있지만. 환경훼손과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주민의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또다시 무산됐다.2009년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사업의 일환으로 남강댐 수위를 높여 공급할 계획이 무산되자 남강댐 상류 지역인 마천 지역에 댐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면서 또다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강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