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 Talk 96회여인의 가슴에서 꽃핀다. 민들레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우리 집 앞 / 시멘트 틈 사이 / 민들레 한 포기쇳덩어리도 아니고 / 돌덩어리도 아닌데승용차가 지나가도 / 죽지 않고 / 짐차가 지나가도 / 죽지 않고 - 민들레. 서정홍 ▲ 민들레귀농이라 해야 하는지 귀촌이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와 처음 했던 부끄러운 짓이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면서 민들레를 캐다가 집 앞 텃밭에 심은 일이다. 가을에 귀농을 하고 긴 긴 겨울을 지내면서 읽은 책 속의 주인공들 중 처음 내 시선을 붙잡은 것이 민들레였는데 늘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했고 신장이 부실하여 소변불리로 인한 불편을 자주 겪던 나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과한 행동이었다. ▲ 민들레 김치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하얀민들레를 캐서 작은 밭을 하나 만들어두고 홀씨가 날리자 더 큰 민들레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희망에 부풀어 그 밭을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했었다. 친구들이 찾아오면 그 밭 앞에 앉아 고기를 구우면서 민들레 잎을 뜯어다 쌈을 싸고 효소를 담는다고 항아리를 채우고. 시골로 왔으니 거기 걸맞게 커피대신 민들레 차를 마시겠다고 뿌리를 캐서 말리고 볶아 차로 마시며 허세를 떨었던 내 행동은 정말이지 낯뜨겁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덕분에 그 동네의 하얀민들레는 거의 씨가 말랐고 집 앞에 심은 것도 노란민들레에 밀려 거의 삭고 없어져버렸으니 말이다. 농부들이 바쁜 틈에 산에 올라 산나물이며 새싹들을 싹쓸이 해 가는 욕먹는 도시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민들레 샐러드민들레. 고들빼기. 씀바귀 등은 모두 국화과에 속한 식물이라 먹어 보면 비슷한 쓴맛이 나고 흰 즙이 나오는데 오래 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을거리나 약으로 쓰였는데 그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차다. 독이 없으며 간과 위를 이롭게 하며 열을 내리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젖이 잘 나오게 하며. 독을 풀고 피를 맑게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특히 여성들의 가슴질환에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잎을 잘랐을 때 나오는 하얀 즙이 바로 이류보류(以類補類) 하는 원리로 가슴의 병을 고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의보감>에 “부인이 근심하고 성내며 억울한 일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이면 젖 속에 자라새끼나 바둑돌과 같은 멍울이 생긴다.”고 한 것을 보면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마음의 병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이치임을 알 수 있겠다. ▲ 민들레 커피유럽에서는 이른봄이나 가을에 뿌리를 캐 상자에 밀식한 다음 햇빛을 차단하고 쓰지 않게 키워 샐러드로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금물에 삭혀 쓴맛을 뺀 다음 김치로 담가 먹기도 하고 쌈채로 이용하는가 하면 뿌리를 말려 볶아서 가루를 낸 다음 커피 대신 음용하기도 한다. 카페인 걱정 없이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으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차로 훌륭하다. 하지만 민들레는 성질이 서늘하므로 몸이 냉한 사람이나 혈압이 낮은 사람. 허약하여 쉽게 피곤해지는 사람들이 장기간 많이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우리나라에는 여러 종의 민들레가 자란다. 토종민들레와 서양에서 들어온 민들레가 있는데 서양 민들레는 토종 민들레와도 수정을 하지만. 토종 민들레는 자기들끼리만 수정을 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서양 민들레보다 훨씬 적다. 민들레는 사립문 둘레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라 문둘레라 불리던 것에서 발전한 것으로 본다. 홀씨는 100리를 넘게 날아가고 땅 속의 뿌리는 줄기의 15배까지 뻗어 나간다고 하니 그 생명력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흔하지만 귀한 약효를 가지고 있는 민들레. 그 효능은 여인의 가슴에서 더 아름답게 꽃 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