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희수 목사4월11일 아침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모처럼 늦잠을 잔다. 덕분에 나도 한껏 게으름을 부려 늦은 아침식사를 마친다. 오늘은 선거하는 날.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던가. 나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려고 집을 나선다. 우리 마을 투표소인 서하초등학교 다목적강당에서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가는 길에 버스를 기다리는 동네 어르신을 함께 모시고 간다. 아침 10시가 넘은 시간. 투표소는 한산하다. 부지런한 시골어르신들이라 벌써 일찍 나와서 투표를 마친 때문이다.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하여 투표함에 넣고. 안면 있는 분들을 만나 웃으며 인사하고 그렇게 오늘 나의 존엄한 행사는 휑하니 끝이다. 투표하라고. 한 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하고 외쳐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서 자유롭게 투표를 하지 않는다. 어제 뉴스에 보니 우리나라 투표율은 OECD 국가 중에 최하위수준이라고 한다. 누가 뽑혀도 또는 누구를 뽑아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현실이 무관심을 불러온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선거전에는 누구나 민생에 대해. 서민의 삶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머리를 조아리며 표를 구걸한다. 마치 높은 상관을 대하듯 깍듯하고. 그리던 애인을 만난 듯 다정하고.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 줄 인자한 아버지처럼 군다. 그러나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것은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예전 그대로다. 허탈하고 허망하다. 배신감에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본적도 있지만. 수도 없이 되풀이되어 온 경험이기에 이젠 더 이상 배신감을 갖지 않는다. 체념한다. 그저 숙명처럼 주어진 삶을 받아들인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왔다.이제 오늘이 지나면 새로운 인물들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것이다.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되었다고 해서 천지개벽이 일어나거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누가 뽑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숙명론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당장 달라지는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성하기 위하여 오늘의 선거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역사의 모든 과정이 퇴보가 아니라 진보라고 믿기에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반드시 진정한 변화가 찾아오리라고 믿는다. 위대한 역사가 함석헌 선생님의 말처럼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의 고난의 역사를 헤쳐 나오며 여기까지 이른 것은 앞으로 우리 민족에게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문화에 공헌하고 세계 평화를 이루어 나가야 할 사명이다. 그러므로 우리 대한민국이 앞으로 이루어 나아갈 인류평화에 기여할 사명을 완성하기 위하여 오늘 대한민국과 나와 당신은 다소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귀중한 일을 한 것이다. 오늘 위대한 일에 참여한 당신. 두발 쭉 뻗고 자자. 그리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자. 정신 똑바로 차리자. 새로운 변화는 절대로 저절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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