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방장학위원회 위원장 허태오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우리지역에서 일어나는 행태에 울분을 참지 못해 어디 하소연 할 때가 없어 배운 것도 없는 짧은 지식에 무거운 펜을 들었습니다.우리지역 함양군 마천(馬川)면은 지리산 자락으로 산세가 급하고 하천이 좁아 한번 비가 오면 빗물이 한꺼번에 몰려 하천이 말(馬)같이 서서 달려온다는 유래를 가진 지역입니다. 이렇게 물이 서서 오니 비만 오면 많은 피해를 입었고 큰 태풍이 올 때마다 물난리를 겪어 2002∼2003년도에는 형님동생 하던 주민들 32명이 죽었습니다. 하여. 10년 전부터 물난리 피해를 없게 해달라고 계속 군청. 정부. 국회 등에 건의하고 또 건의했습니다. 그 물난리 날 때마다 정부 당국자. 국회의원들은 부리나케 달려와서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수도 없이 했고. 정부에서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항상 이야기했습니다.그런데 얼마 전 10년 동안 기다리던 물난리 대책은 고사하고. 용유담 계곡을 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좋은 줄만 알았지요. 문화재로 지정되면 지역에 좋은 구경거리가 생겨 사람들도 많이 오고 피서지가 되어 지역 형편도 나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3월20일 문화재 조사하러 온 위원장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한데. 자세히 알아보니 문화재로 지정되면 문짝하나를 고치려 해도 허가를 받아야하고 개인 재산인데도 집 수리하려고 하면 문화재청에서 심의해서 고쳐야 할지 말지 결정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배울만큼 배우신 분들이 나쁜 점은 하나도 이야기 안하고 좋은 점만 이야기해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10여년 전 형님동생들을 그 물난리로 떠나보냈는데 이번에 용유담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지역주민들이 그렇게 간곡히 건의하고 요구한 홍수대책인 댐 건설은 물 건너 간다고 들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곳에 어떻게 댐을 짓겠습니까? 그동안 나라에서 우리지역의 물난리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수많은 정부당국자들이 대책 마련을 약속한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올해도 우리지역 주민들은 비가 오면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야 합니까? 문화재는 그렇게 중요하고 지역주민의 생명과 재산은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쳐도 되는 것입니까? 지역의 아픔을 모르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는 중요하고 여기에 살고 있는 목숨이 경각인 지역주민의 말은 모두 헛소리로만 들리는 것입니까?너무 어이가 없고. 울화가 치밀어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몇 백년 전부터 용유담은 있었는데. 정부당국자는 뭐하고 있다가 다리도 놓고 토사도 쌓여 볼품 없어진 지금에서야 문화재로 지정하려 하는지요. 이것이 문화재 관리하는 사람들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조상님들이 물려주신 자연유산을 중히 여기고 소중히 다뤄야 하는 것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나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국민 한사람의 생명도 보호 못하는 나라가 무슨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제가 마지막으로 간곡히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까지 제가 당한 고통은 감수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손자. 손녀들에게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러한 현실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기다렸습니다. 앞으로 10년을 기다리라면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지역의 물난리 대책 없이 용유담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행위는 주민들 눈에 두 번 피눈물나게 하는 일임을 꼭 명심하여 주시길 9대를 이어 함양군에서 살고 있는 70대 촌로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