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사람과 육식동물의 사냥감으로 불안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물 중 하나가 토끼다. 다리가 짧고 공격 무기가 없는 것이 태생적 약점이지만 토끼의 생존전략은 빨리빨리이다. 다산의 상징처럼 새끼를 많이도 낳지만 임신 수유기간이 짧아 새끼를 자주 낳을 수 있고 빠른 발로 빨리 도망칠 수 있어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가 빨리 빨리 문화이다. 그 조급함 때문에 기초질서나 교통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고 또 졸속처리로 인한 부작용도 많이 낳고 있지만 순기능도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1950년대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반세기만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경제 발전이 그렇고 인천공항이 세계 제일의 공항으로 평가받는 것도 입출국 절차가 가장 빠른 것이 한몫했음 또한 사실이다. 유럽에서도 빠르게 배달하는 한국형 피자가게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니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를 잘 발달시키면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요즈음은 빠른 것이 경쟁력인 시대다. 비행기. 고속열차. 자동차. 전기기기와 행정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까지 빠른 것이 모른 사람의 사랑을 받고 국가도 회사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빨리빨리 문화가 유독 먹혀들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우리의 6.3.3.4 학제 시스템이다. 개화기에 들어온 신교육 학제가 1세기가 넘는 동안 전혀 변화하지 않고 고착되어 있다. 계절이 바뀌면 옷도 바꿔 입듯이 세상이 바뀌면 변화에 맞는 제도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다.요즈음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가 교육문제이다. 기성세대 부모수입의 60%가 자녀 학비로 소진되어서 노후준비는 엄두도 못 낸다고 하고 지금도 가계지출의 가장 큰 비중이 자녀 양육과 교육비라고 하니 반값등록금을 외칠 만하다.현재 우리나라는 미취학 아동이 유아·유치 단계를 지나 만7세가 되면 초등학교를 입학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학습능력이 높아서 만5. 6세 정도면 예전의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유치원 교육을 초등학교와 분리시키지 말고 정규학제에 포함시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하여 2년 정도 앞당기고 중등교육이나 대학교육에서도 1년 정도 학제를 줄인다면 젊은이들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3년가량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이다.요즈음 대기업이나 은행에서도 고졸자에게 입사기회를 넓혀주고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회사원으로서도. 사회구성원으로서도.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형태가 대학 입학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가 느슨해지는 형태인데 대학교육도 이제는 맞춤형으로 3년 정도 집약적으로 시켜서 사회진출 시키는 방안을 고려해 보고 특수한 학과에 대해서는 대학을 4∼5년제로 하든지 대학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학제기간을 줄이면 정부.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임으로 굳이 반값등록금을 외치지 않아도 무거운 짐을 일부 내려좋을 수 있지 않을까 젊은이들의 사회진출을 앞당기면 자연스럽게 결혼시기도 앞당겨지고 저출산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이제는 선진국답게 교육제도도 우리가 선도하고 빨리빨리 문화를 교육제도에도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퇴행하는 의미일 것이다. 꼭 지켜야 할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면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제도의 개선은 혁명과 같아서 이에 수반되는 사회적 파장과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를 최소화 시키는 지혜를 모아서 교육문제가 심각한 이 시점에 학제 개편에 대해서도 고심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토끼는 생존을 위해 토영삼굴(兎營三窟)로 탈출구를 미리 만들어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다. 꽉 막힌 교육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탈출구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우리 모두 빨리빨리 교육문제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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