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124편 지리산둘레길 마니아들의 반야용선(般若龍船)‘함양지리산고속’ 매력 집중취재 함양지리산고속이 레저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여류 여행가 이의진씨의 말이다. “저는 지리산 갈 때 동서울로 가. 함양지리산 고속을 탑니다. 그런데 말이죠. 희한하게도 동서울∼함양 노선 운전수들 전부 꽃미남이예요”-함양 군내 노선 중 독자에게 강력추천하고 싶은 노선은 어딘가?-함양버스터미널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함양 시골버스 타고 가면 뭘 볼 수 있나? 터미널 터줏대감 강영훈 소장이 말하는함양 교통 역사 & 비하인드 스토리▲ 터미널 터줏대감 강영훈 소장이 막차 운행을 체크하고 있다. “이곳은 함양의 얼굴입니다. 늘 밝은 얼굴로 승객을 대하는 게 우리들의 임무입니다” # 터미널(terminal)은 철도나 버스 노선의 종점이나 출발지를 말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이 터미널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곤 하지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인디아나 존스’ 등을 연출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성 어린 문체를 자랑하는) 소설가 윤대녕씨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2004년. 톰 행크스 주연. ‘터미널’을 연출. 관객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전해줬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뉴욕 JFK 공항터미널이 나옵니다. 톰 행크스가 입국심사대에 빠져나오려는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옵니다. 자신의 고국에서 쿠데타가 발생.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되었다는 겁니다. 해서 그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뉴욕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됩니다. 하는 수 없이 톰 행크스는 공항터미널에서 며칠을 묵습니다. 이로써 JFK 공항은 톰 행크스에게 피난처같은 존재가 됩니다. 소설가 윤대녕 소설 ‘천지간(天地間)’ 첫 페이지를 펼치면 광주버스터미널이 나옵니다.소설 내용은 이렇습니다. <주인공 나는 외숙모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상가로 가기 위해. 광주버스터미널을 찾는다. 나는 광주버스터미널에서 죽음의 징표가 보이는 한 여인을 발견한다. 나는 외숙모 상가를 포기하고 이 여인 뒤를 쫓는다. 그녀가 완도행 버스를 타길래 나도 뒤따라 탔다. 2시간 후 그녀는 완도 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그녀는 완도 바닷가 한 자락. 온통 조약돌로 뒤덮여 있는 곳으로 갔다. 나도 갔다. 파도에 밀려 귓가를 간지르는 갯돌의 화음이 애잔하게 들려왔다. 나는 이 곳에서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다. 신새벽에 일어났더니 그녀는 보이지 않고 내 손바닥 안엔 하얀 달만 떠 있었다> # 2011년 12월말. 팔품행(八品行)보살 묘심화(부산광역시 부산진구 가야1동)가 지리산 암자를 찾기 위해 부산 서부(사상)버스터미널을 향합니다. 보살은 함양행 버스를 탔습니다. 어즈버. 버스는 산청 경호강. 생초. 수동을 거쳐 함양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함양에 도착하니 거리엔 진눈깨비가 무차별 흩날려…사방은 온통 백설 천지였습니다. 묘심화보살은 버스터미널을 빠져 나와 길 건너 군내버스터미널로 걸어갑니다. 그곳에 가서 암자(백전면 상연대)로 가는 군내버스를 탔답니다. 시골버스는 함양을 빠져나와 병곡을 향해 달려갑니다. 언젠가. 묘심화보살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백전행 군내버스를 타면 늘.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타고 있는 이 버스는 피안의 세계로 달려가는 반야용선이다’반야용선(般若龍船)이란 사바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의 극락정토로 중생들을 건내 주는 반야바라밀의 배(船)를 뜻합니다. 배의 형상은 일정하지 않고 쪽배의 형태로 묘사되기도 하며 용을 형상화한 선박으로 표현되기도 하지요. 저는 묘심화 보살의 말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함양 군내버스가 반야용선이라? 그렇다면 함양버스터미널은 그 반야용선이 대기하고 있는 피안의 나룻터가 아닌가?이후. 저는 함양버스버터미널을 찾을 때마다 ‘피안의 나룻터’를 연상하곤 합니다. ▲ 막차# 함양버스터미널은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에 있습니다. 용평 지명 속에 용(龍)의 기운이 충만해 눈길을 끕니다. 두루 아시다시피. 용은 서기의 상징이지요. 마침. 올해 용의 해이므로 터미널에서 용을 한번 떠올려 봤습니다. 용머리는 낙타(駝). 뿔은 사슴(鹿). 눈은 토끼(兎). 귀는 소(牛). 몸통은 뱀(蛇). 배는 큰 조개(蜃). 비늘은 잉어(鯉). 발톱은 매(鷹). 주먹은 호랑이(虎)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용이 울면 구리쟁반(銅盤) 울리는 소리와 같다고 하네요?터미널 주변 경관이 기가 막힙니다. 터미널 길 건너 수십만평의 한들평야가 있습니다. 한들평야 형국은 연꽃이 물 위에 피어있는 연화부수혈(蓮花浮水穴)입니다. 연화부수혈 저 너머 지리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이번 주 지리산 여행기. 함양버스터미널을 택했습니다. 저도 혹여 함양버스터미널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어볼까 해서요.함양버스터미널은 1974년께 세워졌습니다. 부지면적은 약 1천500평. 터미널은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에 매표소 화장실 매점 분식집이 있고 2층엔 버스회사 사무실과 딸기다방이 있습니다. 터미널 주변엔 충무식당. 주차장식당. 해장국설렁탕. 전문 도리기식당. 강화반점. 연탄갈비 전문집 칠성식당 그리고 불교용품점(영선사)이 있습니다. 터미널 1층에 들어서면 언제나처럼 마음 넉넉해 보이는 대머리 노인 한분이 승객을 반깁니다. 함양버스터미널 터줏대감 강영훈 소장입니다. “동서울 10분 후 출발합니데이∼ 다들 짐 챙기이소. 아이고. 병곡 사는 최 뿔따구 할배 아잉교? 서울 말라고 가는데예? 하이고? 그래예? 골마(그놈)가 볼써 손녀 시집 보내나? 와따 세월이 증말 너무 빨리 간다. 8분 후 출발함니데이 8분!” ▲ 아침 6시 30분 동서울행 버스. (주)함양지리산고속 양기환 대표가 안전운행을 당부하고 있다.강영훈 소장에게 함양버스터미널 태동 역사를 물어봤습니다. -1974년 함양버스터미널 세워지기 전엔 함양에 버스정류장이 없었나요?“없었심더. 함양 지나가는 버스는 있었지만(광주∼대구. 부산∼전주) 함양서 출발하는 차가 없었으이. 정류장이 있을리 만무했지. 그냥 길가 서 있다가 버스 오면 타고 그랬능거라. 1974년 그때 군내버스? 거창 경신버스가 일루 와(함양으로) 백전으로 갔고 대한금속이 와 유림 마천까정 갔고 그랬지. 하루에 2∼3회? 댕겼지. 아하 그때 참 낭만이 있었지. 문정섭 전 도의원 장가갔을 때가 아마 1974년? 그때. 문정섭 신랑집에서 집들이를 했어. 그때. 버스 한 대가 멍청하게 문정섭 신랑집 앞에 서 있었는데? 버스 안에서 할매들(승객) 이런 고함이 터져 나왔다는 거 아이가. 앗따 니만 장가갔나 쓰볼놈들 그만 술 쳐묵고 빨리 버스 안 탈끼가. 이기 무신 말인고 하몬 신랑 잔치가 파 하기 전엔 그 놈의 버스가 출발할 수가 없었는거라? 무신 말인고 알겠소?" -킥킥킥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래 함양에 버스터미널이 생긴 후 교통체계도 확실하게 잡혀 더 이상. 문정섭 신랑 잔치 사건 같은 건 안 일어났겠군요?“흐흐흐 그렇다고 봐야지”-버스터미널 건축 후 함양에도 버스회사가 생겼겠네요?“1980년 2월 7일 함양교통자동차 회사(함양지리산 고속 전신)가 생겼습니다. 주로 함양군 농촌버스를 운행했지요. -2001년 대진고속도로가 건설된 후 함양은 일약 교통의 요충지가 되었습니다. 이로써 함양 서울 가는 노선이 생겼지요.“그렇습니다. 2001년 6월 18일 함양지리산고속이 시외직행버스면허를 취득했지요. 그 후. 백무동∼함양∼동서울 노선을 운행 개시했지요”-괜히 공치사하는 게 아니라 함양지리산 고속. 서울 알피니스트들로부터 인기가 짱입니다. 쾌적한 실내 환경. 운전수의 친절한 응대….“으흠으흠. 함양지리산고속 사훈(社訓) 뭔지 아능교? 고객은 신이다 신(神)!”으하하하. 저는 이런 사훈. 태어나 처음 듣습니다. 정말 대끼리(넘버원)입니다. -함양지리산 고속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고객들로부터 칭찬 받은 운전수들이 많습디다. 핸드폰 애써 찾아준 운전수. 이른 새벽 함양에 내린 승객 해장국집 친절히 가르쳐준 운전수(박정기·강한철 기사) 이런 분들 때문에 함양지리산고속 회사 이미지가 욱일승천하는가 봅니다? ▲ 첫차“허허. 맞심더. 종업원들의. 회사에 대한 무한한 사랑에. 힘입어 함양지리산고속 2012년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교통안전우수회사가 되었지요!”-지면을 통해 자랑하고픈 사원은?“아무래도 이태섭씨를 소개해야겠네. 이 양반은 1980년 창립 멤버입니더. 현재까지 30년 무사고 운전을 자랑하죠. 지난해 근로자의 날을 맞이해 대통령 표창을 받아 회사 명예를 드높혔답니더. 매사에 성실하고 책임성이 강하죠”-여류 여행가 이의진씨가 이런 말을 해요. “저는 지리산 갈 때 동서울로 가. 함양지리산 고속을 탑니다. 그런데 말이죠. 희한하게도 서울 노선 운전수들 전부 꽃미남이예요?“호. 그래요? 흐흐 맞는 말씀. 아마 김형우 그리고 고재훈 운전수보고 하는 말인갑다. 맞아 그 친구들 장동건 원빈 요즘 방방 뜨는 그 뭐시기냐 이승기 고놈 못지 않지. 아주 잘 봤어. 그 여류 여행가님 터미널에 오시면 커피 한잔 대접해야지” ▲ 함양지리산고속 최장수 근무자 이태섭 기사. 30년 무사고 운전. 대통령상에 빛난다.-동서울 함양 백무동 운행버스. 쾌적하다고들 합니다. 차종은?“현대 유니버스(Hyundai Universe)입니더. 이 버스는 에어로의 후속 차종으로 2006년 12월에 현대자동차가 최초로 독자 개발한 대형 고급 버스지요. 이 차량 특징은 기존의 동급 기종의 버스들이 6매 창문으로 되어 있는 것과 달리. 5매 창문 배열로 되어 있어 좌석에서의 시야가 넓어진 특징이 있습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지리산 함양 테마詩 낭송회 열고 싶어요"-함양지리산고속. 함양군 홍보(PR) 최고 일꾼입니다. 서울 시내에 <함양에 케이블카 유치하자> 버스광고판 달고 질주 하니?“허허. 애향심의 발로라 할까?” -함양지리산 고속 자랑거리는 쾌적한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이벤트를 벌이면 참 좋을텐데.“어떤?”-일테면 승객 주도 하에 지리산 혹은 함양 테마로 한 시 낭송회. 초대손님 소설가 신경숙. 시인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정치인도 한 사람 낑가주카요(참가시켜 줄까요) 신성범 국회의원? “아주 좋죠. 그런 이벤트 하려는 팀 얼마든지 대환영입니다요. 이런 건 군청에서 주도하면 참 좋은데 그쵸? 마치 콩쿠르하는 것 마냥. 최우수 낭독자에게는 산삼 같은 상도 주고?”-바로 그겁니다! 동서울 함양 백무동 노선은 그만 끝내고 화제를 바꿔 군내버스 이야기 좀 합시다. 강영훈 소장님도 예전에 군내버스 몰았다는데 함양 군내 노선 중 독자에게 강력추천하고 싶은 노선은 어딘가요?“용유담 코스지요. 함양읍∼추성리 버스 타고 용유담 지나가 봐요. 신선이 따로 있나. 개인적으로 이 버스한테 이름 하나 붙여주고 싶다카이. 그 뭐시기냐? 행운유수(行雲流水) 버스!”-행운유수 버스라? <고객은 신이다!>에 이어 또 하나의 걸작입니다.“(신바람 나) 여름에 이 코스(함양읍∼추성리). 버스 타고 지나가 보세요. 쥑입니더. 어젯밤 폭우가 내려. 산비탈 모조리 쓸려내려 간 장면. 기가 막힙니다. 또. 아스팔트에 벌건 흙이 흩어져 있는데 그 흙 속을 뚫고 버스가 지나가는데 이것도 하나의 절경이지요. 봄날? 어디 보자? 봄바람 속에 야생화 너푼한 잎들이 흔들리는 소리. 버스 속에서 들을 수 있다 이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절경 볼 수 있는 데는 함양 밖에 없능기라!” 맞다! 이 절경 볼 수 있는데는 함양 군내버스 밖에 없다. 이 버스를 타면 그대. 푸른 소나무 위에 내려앉은 흰구름. 크고 작은 엄천강 강줄기를 따라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 세숫대야 만한 해바리기꽃 아래에서 혹은 국내 최고 게르마늄 토지 양파밭에서 새참 드시는 농부님들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올 봄. 단돈 왕복 4000여원(버스비)으로 이 호사. 마음껏 누려보고 싶은 마음 꿀떡 같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