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명승지정 보류 용유담은...▲ 전영순 논설위원함양군 용유담.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역사적 자료가 있다.  용유담은 마적도사와 9마리 용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아름다운 계곡 안에 기암괴석이 비경을 이룬 이곳은 남명 조식. 일두 정여창 등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발자취가 깃든 곳이기도 하다. 점필재 김종직 선생은 함양군수로 있을 때 군민들과 함께 춘령(春令)을 반포하기 위한 행사를 갖고 가뭄이 있을 땐 이곳에서 용에게 ‘비를 내려달라’ 는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던 곳이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용유담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다.   역사적 흔적을 찾아오는 답사객과 관광객은 용유담을 찾아 그 언저리에 들어섰지만 어디인지 금방 찾지를 못한다. 알맞은 안내판 하나 없거니와 사방 산으로 둘러쳐진 계곡 아래 흐르는 물은 밑바닥이 흔히 들여다보여 역사적 사실을 인지하기가 상당히 힘이 든게 용유담의 현실이다. 굿판을 벌인 흔적이 역력한 돼지머리는 사방에 흩어져 볼상사납게 물 위를 떠다니고 촛농이 떨어져 딱딱히 굳어버린 바위는 과연 이 곳이 그 옛날 역사적 자리일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몇 년 전 만들어 놓은 최신식 도로는 사람이 오르락 내리락 하기도 힘이 들고 차가 지나가기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몇 번을 좌우로 살피고서야 간신히 지나갈 수가 있는 것이 용유담 주변의 풍경이다.  용유담이 지리산댐 건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지리산 용유담이 댐 건설 예정지에 포함되면서 국가명승지정이 보류되자 환경단체와 댐건설 대책위가 강력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18일 이곳을 명승지지정으로 예고했으나 다시 명승지지정을 재검토키로 하고 이 달 중 현장조사와 재심 여부를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과정에 환경단체들은 수자원공사가 댐 건설을 빌미로 용유담의 국가문화재 지정을 가로막고 나선 것은 잘못이라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홍수조절용댐인 ‘문정댐’ 건설을 추진키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하고 있다.   용유담은 현재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한 채 반대의 입장에 선 사람들의 의견만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주민들은 드러나지도 않고 의견만 분분한 용유담의 현실은 계곡을 더럽히고 있는 굿판의 마무리처럼 지저분하기만 하다.“환경단체들의 주장이 모든 지역주민들의 의견인양 호도돼서는 안된다” 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데. 거세게 빗발치는 환경단체에 밀려 마치 환경파괴범죄자처럼 움크린채 분위기만 살피고 있다. 다시 한번 짚고 따져보아야 될 상황이다. 용유담 명승지정 보류에 대한 반발인지 아니면 지리산댐 건설반대를 위한 명분쌓기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인지 경계하며 지켜봐야 된다.  함양군은 지리산과 남덕유산. 두 개의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는 전국 유일의 지역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명승지라 하여도 과언이 아닌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복 받은 곳이다. 이러한 연유로 지리산 한신계곡과 함양 화림동 거연정 일원은 국가지정명승지로 이름을 얻었고 아름답고 역사적 이야기가 있는 정자들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상림과 하림의 연계성도 많은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명소가 되어 있고. 대봉산 생태숲과 산삼관련 체험관(서상)도 자연환경이 빼어나 한 번이라도 찾아 온 관광객은 아름다운 자연에 어느 곳을 지정하더라도 명승지가 될 만한 충분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린 용유담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환경을 철저히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다 같다는 전제하에 그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고통을 외부의 사람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한 쪽으로만 치우친 시선을 가지지 않았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태풍 루사와 매미 등 풍수해로 주변 하천이 파괴되고 복구과정에서 옛 모습을 잃어 버린지 오래고. 기괴한 조형물 용유담교의 설치로 그 아름다운 모습 또한 퇴색되어 버린 곳이 오늘의 용유담이다.지리산 칠선계곡은 보존이라는 멍에를 씌워 수십 년간 입산통제를 실시하여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하였고. 생존권마저 포기하게 하거나 위협당하게 되었던 곳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환경보호라는 미명 아래 정부시책이 추진되어 제대로 된 경제활동도 못하고 이제껏 살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함양군의 어딘들 명승지로 지정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현실에서 환경보호라는 무거운 올가미로 과연 용유담이 명승지로 지정되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지역주민들과 다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외부의 강력한 힘이 그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주민들을 밀어내고 그들의 소리가 정답인양 공식화시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용유담 주변의 하천기능성도 찬찬히 살펴보야야 한다.4계절이 뚜렷하고 우수기가 7·8월에 집중된 우리나라의 특성은 차지하고서라도 지리산 주변은 태풍 등 집중 호우시는 하루 1000m~1200m의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해 몇 번씩 하천이 범람하고 농경지가 침수되고 매몰되는 하천변과 지역주민들에겐 생존권과 생명의 위협까지도 받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물관리가 잘 되지 않아 매 년 반복되는 위협을 대책없이 당하고 있다는 건 환경보호와는 또다른 주민들의 삶의 고민이다. 이 점에서 국가의 백년지 대계를 위해서와 주민들의 공포감 없는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우선되고 중요시 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미래를 위한 선택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 따져보야야 한다.  관광객을 위한 즐기고 찾는다는 명분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것과 생계권을 위한 경제활동은 다른 것이다. 자연환경 보존과 지역개발. 국가정책사업시행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게끔 용유담이 귀로에 서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주민들의 생존권보존과 삶의 향상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들도 살피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도 조망권과 행복추구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아울러 이를 즐기고 향유하는 관광객들은 지역주민들의 애환과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여야 할 것이고 지역주민들에게 무엇을 베풀어 줄 수 있는지도 같이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용유담을 둘러 싼 많은 목소리들. 외부의 강력하고 위세등등한 목소리가 아닌 지역주민들이 삶의 위협에서 오는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 온 목소리가 이제 나올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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