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찬 논설위원titibrother@hanmail.net사람의 인생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공수래공수거라는 옛말을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가수의 노래에 “옷 한 벌(수의)은 건졌잖소?” 라는 가사를 보면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제가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 중에 한 곳이 장례식장입니다. 지인들의 흉사를 위로하는 것이 싫은 것도 아니고 주검의 현장이 두려운 것도 아니며 엄숙한 분위기가 싫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장례식장을 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상하게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꼭 뒤탈이 나기 때문입니다.다른 사람들은 조문을 하고 유족 측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고 마시는 동안 저는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시쳇말로 뻘쭘해지는 제 자신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지인들의 가족은 모두 무병장수하시는 것이 저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장례식장을 갈 일이 또 생겼습니다. 조문을 하고 난 후 함께 간 지인들과 유족이 둘러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어김없이 음식상은 차려졌고 저는 또 다시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사람이 할 일이 없으면 딴 짓을 한다고 저는 뻘쭘해지는 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음식상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부터 느끼던 것이지만 음식을 담아낸 대부분의 그릇이 일회용이었습니다. 음료수를 담은 병과 조문객들이 남길 음식을 제외하고는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고인이 살아생전에 후손들에게 남긴 수많은 유훈 중의 공과는 차치하고서라도 마지막 가시는 길에 옷 한 벌 덤으로 얻어가는 것의 대가로 남기는 수많은 일회용 쓰레기들의 양이 자칫 고인의 삶 전체를 희석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들었습니다.물론 경황 중이라 미처 유족들은 그러한 문제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손 치더라도 이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주제넘은 생각이 또 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대안은 무엇인가? 1회용 제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어쩔 것인가? 재활용 가능한 1회용 종이 그릇을 쓸 것인가? 플라스틱 그릇으로 할 것인가? 스텐 그릇으로 할 것인가? 사람이 설거지를 다 할 것인가? 식기 세척기를 사용할 것인가? 등등등제 장례식장도 아니면서 저 혼자서 운영에 대한 부분과 경비에 대한 부분까지도 분석을 하려고 합니다. 이내 터져 나오는 속 웃음을 뒤로하고 장례식장을 나왔습니다.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너무도 편안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이러한 편안함과 편리함은 더욱 더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환경과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우리에게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장례식장에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 날이었습니다. 비록 저 자신도 지금은 스스로 돌이켜 부끄러운 점이 더 많이 있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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