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나 내 몸 하나 살다가니 세상에 미안한 마음에 지역학교에 기탁하면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해서 했지”안의고등학교 입학식이 있는 3월2일 안의면 하비마을을 찾았다. 마을에서도 굽이굽이 첩첩산중에 들어서니 산 아래에 허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구부정한 할머니가 가마솥에서 불을 지피고 있다.정갑연(79·사진) 할머니는 지난 2월28일 안의면사무소를 통해 1억원을 안의고에 기부했다. 정 할머니는 서울 생활을 접고 마지막 생을 고향에 내려가 살겠다며 이 곳에 30여년전 자리를 잡았다. 그때부터 염소를 먹이기 시작해 많을 때는 100여 마리도 먹였지만 지금은 30마리를 먹이고 있다. 이 곳에서 생활한 30여년 동안 지난해 집에 난 불로 인해 팔을 부러져 거창 병원에 한번 간 것 빼고는 병원은 물론 자신을 위해 먹을 것. 입을 것까지도 아껴 모은 돈이다. 정 할머니는 "여기서 생활하다보니 돈 쓸 때도 없을 뿐더러 세상에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갚을까 고민 끝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며 "나는 배우지 못해 이렇게 살다가지만 가난한 아이들이 배움의 길마저 잃어버리는 학생들이 없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는 "재산이라 할 것도 없이 내가 사는 곳이 전부지만 이 또한 때가 되면 교육에 관련된 곳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한편 안의고등학교 김상권 교장은 이날 정 할머니를 학교 입학식에 초대해 할머니의 뜻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감사를 표했다. <안의 김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