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은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공수래공수거라는 옛말을 누구나 한번쯤은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느 가수의 노래에 “옷 한 벌(수의)은 건졌잖소?” 라는 가사를 보면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제가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 중에 한 곳이 장례식장입니다.지인들의 흉사를 위로하는 것이 싫은 것도 아니고 주검의 현장이 두려운 것도 아니며 엄숙한 분위기가 싫은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장례식장을 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상하게 장례식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꼭 뒷탈이 나기 때문입니다.다른 사람들은 조문을 하고 유족 측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고 마시는 동안 저는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시쳇말로 뻘쭘해지는 제 자신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지인들의 가족은 모두 무병장수하시는 것이 저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장례식장을 갈 일이 또 생겼습니다. 조문을 하고 난 후 함께 간 지인들과 유족이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어김없이 음식상은 차려졌고 저는 또 다시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사람이 할 일이 없으면 딴 짓을 한다고 저는 뻘쭘해지는 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음식상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부터 느끼던 것이지만 음식을 담아낸 대부분의 그릇이 일회용이었습니다. 음료수를 담은 병과 조문객들이 남길 음식을 제외하고는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고인이 살아생전에 후손들에게 남긴 수많은 유훈 중의 공과는 차치하고서라도 마지막 가시는 길에 옷 한 벌 덤으로 얻어가는 것의 댓가로 남기는 수많은 일회용 쓰레기들의 양이 자칫 고인의 삶 전체를 희석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들었습니다.물론 경황 중이라 미처 유족들은 그러한 문제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손 치더라도 이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주제넘은 생각이 또 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대안은 무엇인가?1회용 제품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어쩔 것인가?재활용 가능한 1회용 종이 그릇을 쓸 것인가? 플라스틱 그릇으로 할 것인가? 스텐 그릇으로 할 것인가? 사람이 설거지를 다 할 것인가? 식기 세척기를 사용할 것인가? 등등등제 장례식장도 아니면서 저 혼자서 운영에 대한 부분과 경비에 대한 부분까지도 분석을 하려고 합니다.이내 터져 나오는 속웃음을 뒤로 하고 장례식장을 나왔습니다.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너무도 편안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이러한 편안함과 편리함은 더욱 더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될 것입니다.그러나 자연환경과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우리에게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장례식장에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 날이었습니다. 비록 저 자신도 지금은 스스로 돌이켜 부끄러운 점이 더 많이 있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