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 118편  함양읍 교산리 학당2리 박정희 할머니 이장“20여년 이장 장기집권 대타가 없어요 하하하”    함양 시조계의 산증인현 군수님도 이 분 휘하에 있어! 입춘(2월4일) 이어 이튿날. 정월 대보름날. 함양땅에 휘영청 보름달이 피었다. 중국에서는 이 날을 상원(上元)이라 하는데 도교적인 명칭으로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했다. 정월 대보름. 한해의 길상을 염원하는 함양사람들이 밝은 낯빛으로 하나둘씩 약속이나 한듯 쥐불놀이터로 모여들었다.“올해도 풍년 들 수 있도록 해 주시옵고 집집마나 만복이 가득 하길 천지신명께 비나이다”쥐불놀이. 불을 지폈다. 잠시 후 황량한 겨울 들판 어둠을 가로지르며 요란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휘영청 보름달. 달 밝은 밤. 표정이 밝고 단아한 할머니가 타오르는 쥐불을 바라보며 시조창 한 자락을 하고 있다.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상청 하리라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할머니 시조창을 들으며 나는. 잠시 티벳 밀교의 명상법을 생각했다. 티벳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것은 발보리심(發菩提心)을 일으키기 위해서이다. 발보리심이란 무상의 깨달음으로 향하려고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시조도 마찬가지다. 시조창을 하면 무상의 깨달음을 터득하게 된다. 시조 가사를 보면 거의 한가롭고 평화스러운 경치를 읊고 있다. 자연미를 완상(玩賞)하면서도 유교적인 충의를 노래하고 있다. 마음수련에 더없이 좋은 예술 장르라 할 수 있다.시조창. 서울 같은 소음 가득찬 곳에선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 청풍명월이 있는 지리산 자락에서 해야 감칠맛이 난다. 나는 귀 기울여 할머니의 시조창 <청산은 어찌하여>를 경청했다. 할머니 시조창 소리에 얼쑤. 내 마음이 청아해진다. 할머니는 함양땅에서 오랫동안 시조 보급을 하고 있고 있다. 박정희(73).할머니에게 언제부터 시조를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목소리가 우렁차다.“뭐 그런 거 물어싸? 허허. 그냥 시조가 좋아 시집 온 후 우찌우찌 시조 슨상님한테 배우다보니 이렇게 되었네마. 시조를 하몬 건강에도 참 좋아요. 단순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소리 즉. 오음오기(五音五氣)의 소리수행법을 수련하여 자성(自性)을 구할 수 있거등. 헌데 시조창이 여간 까다롭지 않아 바른 호흡(숨)을 해야 바른 오음(五音)을 낼 수 있거등"제대로 시조창을 하려면 정좌(正坐)를 해야 한다.즉 바르게 앉음이다. 정좌법은 무릎 끓고 앉는 자세를 말한다. 이를 궤좌법이라고 한다.궤좌법이 불편한 사람은 결가부좌나 반가부좌도 괜찮다. 바르게 앉은 후엔 허리끈을 편하게 해야 한다. 기 흐름을 순행하기 위함이다. 유의할 점은 척추를 곧게 세우기 위해 어깨와 목은 힘을 빼야 한다. 눈은 가볍게 뜬 자세로 하고 몸은 부동(不動)자세여야 한다. 이와 같은 바른 자세가 되면 마음을 가다듬고 엄숙하게 오음[오음 :궁(宮). 상(商). 각(角). 치(緻). 우(羽)]의 소리를 낸다.  -제가 말이죠. 할머니에게 관심이 참 많습니다. 그게 뭐냐구요? 함양은 유림의 본향(本鄕) 아닙니까? 이런 선비의 고장에서 시조창을 하시니 어찌 관심이 없겠습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함양 선비마을이야말로 시조보급 1번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함양 시조가 타지방보다 활성화 안 된 것 같습니다.“젊은 양반. 말 잘했다. 사람들이(군 당국자?) 시조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시조야말로 요즘 버전으로 웰빙예술의 금자탑아이가. 자연치유가 별건가? 시조를 하게 되면 몸 속 병이 쏵 날아가 이건 내 말이 아니여. 선인들의 말씀이여. 화타(한방의 명의)의 말씀이여. 시조를 하게 되면 요실금 같은 것 걱정이 없어”-할머니 취재하러 오기 전. 함양 정보통에게 물었더니 할머니는 20여년동안 동네 이장 임무를 탁월하게 수행하셨다고 해요."으하하하!"  [어이쿠 놀래라. 계명축시(鷄鳴丑時)에 산상축호(山上逐虎)가 따로 없다!]“나는 말이여. 나는 성격이 다소곳하질 못해 어떤 일이 내게 주어지면 말여. 강한 열정이 발하여 그 주어진 일을 화끈하게 마무리짓는 성격인지라 하하하 이장 권력을. 하하하. 장기집권하고 안 있나. 이거 기네스북 감 아이가? 서울 KBS 같은 데서 자꾸 인터뷰하자고 보채도 안해!”-왜 하시죠.“남사시럽게(창피스럽게) 말라꼬 하노”-20년간 이장을 하면서 어떤 업적을 쌓았나요.“에헴. 회고컨대 나 증말 열심히 이장 일을 했지. 함양 곳곳에 영산홍 단초 같은 꽃나무도 심고. 위천 쓰레기 청소. 청소년 선도 뭐 또 부지기수지 뭐!”-김두관 경남지사도 이장일 하다가 행자부장관 거쳐 도백으로 활동하는데 할머니도?“에헤이 농담하지 마라. 나는 권력지향적이 아이고 주민봉사 차원에서 한다 아이가”-부군께서는?“응. 우리 바깥양반 모리나? 그러몬 기자 자격 없는데? 함자는 송종태. 젊었을 때 군청 다니셨고 후제(나중) 함양거창산청 타쿠시(택시) 공제조합 일을 안 맡았나”-아참 박정희 대통령하고 할머니 이름하고 똑 같네요.“나는 정숙할 단아할 정(貞에) 계집 희(姬)자다. 그분은 바를 정에 빛날 희자고”-20년 이장하셨는데 언제까지 할 겁니까?“와 내 자리 노리는 사람 있더냐? 아마 없을 걸. 내가 말이다. 노인공양을 올마나 잘하는 줄 아나. 수시로 찰밥 떡국 해서 나이 잡수신 노인 식사대접 하는데 나를 지지하는 세력? 만만찮아요”  ▲ “노인공양 이건 인류의 최고선물이야. 고스톱으로 치매예방. 나. 일부러는 돈 즐대즐대 안 잃어 줘 하하하”할머니 호는 송림(松林) 탁월한 지역봉사활동으로 문공부 장관상. 경남도지사상 수회 수상했다.오동나무 무대 맹글어 주소그래야 함양이 발전함니더-왜 찰밥인가요?“찹쌀이 그 뭐냐. 골다공증 치유에 최고 아이가? 문헌에 그리 나와 있던데 찹쌀은 기운이 높고 멥쌀보다 소화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 아이가”-노모당. 노인정에 자주 찾아가는 게 주요 임무인가 보죠.“하모(그럼) 가서 고스톱도 치고 그라지. 고스톱을 자주 쳐야 치매 안걸린다 카데. 평소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은 뇌를 많이 써야 해요. 잘 쓰지 않는 기계가 녹슬어 못쓰는 것처럼 뇌도 마찬가지이므로. 두뇌 회전을 게을리하면 안 되능기라. 바둑. 장기. 고스톱 등 좋아하는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 이 말씀이야”  -또 시조로써 노인어른을 즐겁게 해 드리고 있죠?"하모. 상림공원 야외무대에서 국악제를 개최하고 안 그랬나.전체 다섯 마당으로 구성된 공연이었제. 첫째마당 함양기우제 시연. 둘째마당 함양시우회 시조창(상림가. 여창 질음). 셋째마당 함양초등학교 가야금 병창(심청가 중 방아타령. 내 고향의 봄). 넷째마당 수동면 천상의 울림 놀이패 공연. 다섯째마당 함양읍 다볕 풍물패 남원농악 판굿 공연을 했지"  -할머니께선. 그러니까 함양군 교산리 학당2리 대통령이신데 휘하에 최완식 군수를 거느리고 계시죠?“맞아맞아 그 분 우리 주민이시지. 우리 동네에선 내가 구분 보다 계급이 높지 하하하”-군수님께 학당2리 발전을 위해 로비도 하고 그럽니까?“하지! 하고 말고. 군수님 시조발전에 힘 좀 써주소 하고. 생떼를 부리지 하하. 이 청탁은 내 개인적 부탁이 아니잖아. 함양군 발전을 위한 거라. 나 말여. 하늘 보기에 한 점도 부끄럽지 않아!”-할머니 나와바리(관할지역)에 별미집은?“그린분식이지. 집에서 묵는 것처럼 찬(반찬)이 정갈해. 인부들 입맛 까다롭잖수? 함양성당 인부들이(이 식당) 즐겨 찾지”-할머니 마을의 특징은.“뭐 이런 말 해도 되나? 함양의 압구정동아이가. 함양선 최고요지지 요지!”  -언제 그만 둘지 모르겠으되 재임시 꼭 하고 싶은 숙원사업은.“꽃길을 만들어야제. 꽃길. 아름다운 꽃길. 그기 있어야 그 꽃 기운을 받고 사람 심성도 맑아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능거라. 그리고 함양 전체를 위해 군수님께 로비 좀 하자. 함양 시조 키아야 한다. 키우면 함양 전국명소가 된다. 그랄라면 시조를 할 수 있는 무대를 맹글어야 해. 공명이 최고인 오동나무로 무대로 말이야. 지면에 꼭 반영해라 알긋제! 으하하하!”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 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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