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TalkTalk 85회 시렁 위 꿀단지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 벌집어린 시절 살던 시골의 집에는 웬만하면 방방이 시렁이 하나씩 있었다. 살림이 어려워 장롱을 장만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시렁 위에 이불을 개서 얹기도 하고 당장에 입는 옷들을 걸어 놓는 옷걸이로 쓰이기도 했었다. 안방 마다에는 벽장이 꼭 있었으며. 안방하고 붙어있는 윗방에는 겨우내 먹을 고구마 등이 잔뜩 쌓여져 있고 그 윗방의 흙벽 저만치 에는 시렁이 가로질러 달려 있었다. 윗방의 그 시렁 위에는 아이들의 손이 잘 닿지 않는 위치에 작은 항아리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항아리 속에는 늘 달디 단 꿀이 들어 있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어서 그랬겠지만 아이들에게 꿀은 남자어른들만이 공식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으므로 늘 침을 꿀꺽 삼키면서 먹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음식의 대표였다. 그런 까닭에 어른들이 안 계시는 틈을 타서 몰래 한 숟가락씩 훔쳐먹던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까치발로 안간힘을 쓰거나 할아버지 목침 위에 올라가서 꿀단지를 꺼내 꿀 한 수저를 떠먹고는 안 먹은 양 다시 얹어놓고는 했는데 어느 날인가는 그만 잘못되어 그 꿀단지를 깼던 적이 있었다. 수습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서 집밖으로 줄행랑을 쳐서는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도록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배회하다가 찾으러 나오신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갔었다. 그날 어머니께서는 예상외로 야단을 치지 않으셨고 꿀이 그리도 먹고 싶었냐며 정 먹고 싶으면 달라고 말을 하지 그랬느냐고 하셨다. 눈물이 났고 배가 고프겠다며 따끈한 꿀물을 한 잔 주셨는데 그날의 그 달콤하고 따뜻한 꿀물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겠다. ▲ 참깨 꿀차한방에서는 꿀을 봉밀(蜂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독이 없고 성질이 화평하며 단맛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몸에서는 폐와 비장과 대장을 이롭게 하는 역할을 하여 벌꿀은 생것을 먹으면 서늘해서 몸의 열을 식히고. 익혀서 먹으면 따뜻해서 비위를 보호해주고. 달지만 화평하기 때문에 해독하며. 부드러우면서도 윤택하기 때문에 메마른 것을 윤택하게 하고. 단맛으로는 급한 것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에 심복근육. 창양 등의 통증을 그치게 해준다고 <본초강목>에 기록되어 있다. 온갖 약이나 음식물과 조화를 이루므로 음식을 하는 데에는 약방에 쓰는 감초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벌꿀의 성분인 포도당과 과당의 혼합물은 우리 몸에서 흡수하기 쉬우므로 인체 저항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이 있어서 정력을 왕성하게 하고 비위기능을 조절하며 위염. 변비. 위·십이장궤양을 치료한다. 특히 심장병환자가 자주 먹으면 심근에 영양이 되며 신경쇠약과 간염환자에게도 치료효과가 있다. 성인은 하루에 100g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200g을 넘으면 좋지 않고. 어린아이들은 30g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먹는 시간은 대개 식사를 하기 한 두 시간 전이나 후에 따뜻한 물에 녹여서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몸 안에 쓸데없는 습(濕)이 정체되어 있는 사람이나 설사를 하는 사람. 1살 이하의 영아는 먹지 않아야 한다. 여왕벌이 먹는 꿀을 로얄제리(蜂乳) 혹은 봉유. 봉왕장(蜂王漿)이라 한다. 보통의 꿀과는 달리 단맛과 함께 약간의 신맛도 있으며 그 효능이 보통의 꿀보다는 뛰어나므로 병후 허약. 소아의 영양불량. 노년쇠약. 전염성간염. 고혈압. 풍습성관절염. 십이지장궤양 등에 자주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꿀의 그 달콤하고 매력적인 맛을 곳곳에 가져다 쓰고 있는데 볼륨감 있으면서도 탄력 있는 다리를 꿀벅지라 하고 아주 달게 자는 잠을 꿀잠. 그렇게 잘 자고 일어나는 아침에 하는 인사로 꿀모닝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 저녁엔 잠자리에 들기 전 꿀차 한 잔 마시고 내일 아침 인사를 ‘꿀모닝!’이라 말해 볼까 한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