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여행기116편함양 老鋪(노포)를 찾아서  신의 손 시계수리 백용사             VS산청점토 화덕전문 태양산업    함양 박물학에 조예가 있는 몇 분에게 함양 노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철우 전 함양군수는 안의면 중앙통에 있는 백용사(금은방 시계점포)를. 강덕오 본지 논설위원은 수동면 태양산업(연탄 화덕 제조)을 필자에게 천거했다.이 노포들의 노하우는. 그리고 추억의 비하인드 스토리  이철우 전 군수가 말하는백용사 전성시대▲백용사 이해정 대표(65). 백용사는 안의새마을금고 중앙식당 앞에 있다.# 서유석 창원대교수는 창원도시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창원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업그레이드시킬 것인가? 라는 논제를 놓고 이런 말을 했다. “유럽의 도시들이 아름다운 것은 고유한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들 역시 고유의 역사적 자취를 갖고 있었으나 서구문명 중심의 근대화 과정에서 옛 역사의 흔적을 잃어버리고 개성없는 복제건물과 가로들이 도시의 대부분을 점령하게 됐다. 이래서 문화적 향기가 없다. 오래된 도시의 역사적 자취들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계속되는 서 교수의 말이다.“지금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도시의 오래된 골목(상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없애지 말고 남겨두어야 하며. 이와 같은 측면에서 옛날 마산 창동이나 오동동 골목들은 주요한 역사적 자취로서 보존되어야 한다” 오래된 상점을 가리켜 노포(老鋪)라 한다. 노포는 일반적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4대를 이어받아 운영하는 오래된 가게를 말한다. 그러나 4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를 노포라고도 한다. 서 교수의 위와 같은 주장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인천의 경우 노포를 테마로 해 관광객을 유치 매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중국인 거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곳에 가면 일제시대 때부터 운영된 공화춘 같은 중국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관광객들은 이 거리를 걸으며 역사를 배우고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본다. 내방객들은 그곳의 과거를 통해 오늘을 알게 되고 앞날을 가늠한다.  # 함양에도 노포가 많다. 함양읍 시장통 염소탕전문집 돌담집. 돌북교 너머 영진산업사(실장갑). 목화솜 명가 칠성면업사. 시장통의 길마차 집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돌북교 너머 영진산업사 간판을 사랑한다. 간판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샤무엘 같이 생긴 토끼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래서 함양을 찾는 친구들에게 상림공원 보다 먼저 이곳을 구경시켜준다.미술에 박학한 친구 Q는 이 간판그림을 본 후 “말로 하는 경이구먼. 설경(說經). 저 토끼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고 있네. 저 눈 좀 봐 영기가 숨어 있어”Q는 보잘것없는 시골 가내공업사 입간판에서 그림 속에 담긴 깊은 상징성 의미를 뽑아낸 것이다. 이번 주 지리산 여행기 테마는 함양 노포를 찾아서이다. 노포를 취재하면 뭔가 한 건(특종)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그래서 함양 박물학에 조예가 있는 몇 분에게 함양 노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철우 전 함양군수는 안의면 중앙통에 있는 백용사(금은방 시계점포)를. 강덕오 본지 논설위원은 수동면 태양산업(연탄 화덕 제조업체)을 필자에게 천거했다.이철우 전 군수의 말이다. “안의면 지금 새마을금고 있는 거리. 20년전만 해도 대단했지. 요즘 버전으로 말씀할 것 같으면 서울 명동거리 저리 가라 였다네. 이곳을 지나가야지 안의 시장을 갈 수 있었으니 최고의 교통요충지요 알짜배기 상권이었지. 이 상권에서도 최고 노른자 자리에 백용사가 그때도 지금도 위치했다네. 아마 그때. 백용사 2층에 예식장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주말이면 결혼식을 찾는 하객들로 백용사 거리는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지. 허허 지금은 함양군내에 젊은이들이 많지 않아. 예식장도 사라지고 백용사도 그냥 문만 열어놓고 있을 뿐. 그때 전성시대 자취를 찾아볼 수 없어 참 안타까워. 백용사 한번 취재해 보게”  백용사는 함양군 안의면 금천리 옛 국일예식장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주인 이해정씨는 43년간 이곳에서 금은방 시계를 판매하고 있다. 취재차 점포를 방문했더니 주인은 있건만 점포 내가 깜깜하다. 어둠 속에서 왜 실내가 깜깜한지 그 이유를 말한다 “전기세 아끼야지?”명함을 한 장 달라고 했더니 1980년대 디자인의 오메가 시계가 그려진 오래된 명함을 한 장 준다. 명함 속 전화번호가 그냥 80이다. 80? 언젯적 전화번호인가? “아이쿠. 핸드폰이 나오고 나서부터 시계가 팔리나. 그냥 문만 열어놓고 세월만 까 묵고 있지. 처음 이 장사 시작한 것이 70년대 초반이었어. 그때는 시계도 수리하고 수입 시계나 명품 시계를 팔았지. 그때 함양에 장가 시집가는 놈들에게 그걸 많이 팔았지. 마진이 짭짤했지렁. 요새는 명품 시계판매는 커녕 시계 고치는 사람도 없어”벽에 1970년대산 벽시계가 걸려 있다. 문양도 재밌다. 복을 불러들이는 사슴. 용. 새 등 그림이 조각되어 있다. 순간 이런 생각이 퍼뜩 든다. 역 발상을 해보면 어떨까?벽시계문양으로 함양의 심벌 물레방아. 광풍루 같은 풍경을 조각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함양서각도 살고. 이 노포도 살 수 있지 않을까?주인장 비시시 웃으며 “말은 되네. 말은… 외국 관광지 가면 그런 것 많아. 금반지에 지리산을 산삼문양을 새긴다던가”주인장의 말을 받았다. “함양 그리고 시계를 주제삼아 이야기를 더 해봅시다. 시계가 어디 손목 시계 벽시계만 있습니까? 기둥시계. 탁상시계. 회중시계. 해시계. 물시계. 모래시계. 향시계(香時計)도 있잖습니까? 주인장께서 지리산 벽시계 방금 말씀한 걸 듣고 섬광처럼 영감이 떠오릅니다. 함양읍내 늘봄가든 벽에 지리산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그려진 벽화 있잖수. 그런 산그림이 그려진. 함양산삼그림 모래시계를 만든다. 이걸 전국 사우나에 판매한다? 대단할 것 같은데"백용사 제조? 필자가 방금 세운 전략. 함양독자 여러분 어떤가요? 함양브랜드도 살고 함양 서각계. 백용사 다 살 수 있는 카드 아닌가요?  점토화덕을 이용. 음식을 팔아라1년 후 재벌될 수 있다!▲ 태양산업 홍세헌 대표. 환갑이 지났다. 수동면 우명리 729 위치.#조정래 대하소설 <한강>을 보면 연탄이 자주 등장한다. 1960년대 서울. 전라도에서 유학 온 주인공. 고생고생 돈을 벌어 제일 먼저 연탄을 산다. 겨울철 배가 고파 음식은 못 먹어도 엄동설한 추위는 참을 수 없어 연탄만은 반드시 사야 했기에. 소설 주인공말고도 서울시민 모두가 겨울이 오면 제일먼저 연탄집을 찾아야 했다. 연탄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보온연료이기도 하지만 이놈의 연탄불 위에 고기 구워 먹으면 별미중의 별미다. 그래서 필자는 애써 연탄불로 고기 굽는 버스터미널 옆 칠성식당을 자주 찾는다. 칠성식당 예쁜이 주인 아줌마가 삼겹살을 연탄불 위에 올려주면 필자는 안도현의 시 <연탄 한장>을 암송한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암송해보자.  삶이란 나 아닌 다른 이에게 기꺼이 연탄한장 되는 것방구들 싸늘해지는 가을녘에서 이듬해 봄 눈 녹을 때까지해야할 일이 그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듯이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연탄이 저렇게 활활 타 오를려면 화덕이 있어야 한다. 연탄화덕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철 화덕. 이 놈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 철 화덕은 탄을 전부 태우지 못해서 탄이 까만 상태로 다 타 있다는 것과 연탄이 잘 타는 거 같다가도 갑자기 꺼진다.반면 흙으로 만든 토관(화덕)은 불 조절만 잘 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흙 화덕은 불을 은은히 잡아준다. 연탄도 완전 연소 시켜준다. 연탄불이 꺼져도 불피우기가 쉽다. 강덕오 논설위원이 강력 추천한 노포 화덕제조업체 태양산업을 찾았다.우락부락 그러나 사나이답게 생긴 주인장. 홍세헌 대표 “우리 공장도 취재대상이 되나요?”라고 말한다. 공장 공터에 수천 개의 화덕이 놓여 있다.“저 화덕 반드시 산청점토로 만들어야 합니다. 점토란 지름이 0.004mm 이하인 미세한 흙 입자를 말합니다. 암석이 풍화·분해되면. 주로 규소·알루미늄과 물이 결합하여 점토광물이 이루어지지요” 점토광물은 운모와 같은 구조를 가졌는데. 2층 구조 또는 3층 구조인 것도 있다. 전자는 카올린류. 후자는 몬모릴로나이트·일라이트 등이며. 층 사이에 물·칼륨·철·마그네슘 등이 들어가 여러 가지 점토광물을 이룬다. 석영 SiO2 이외의 조암광물은 모두 분해하여 점토광물이 된다.-이 업(業)을 하신지는."40여년 됩니다. 옛날에 화려한 영광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양산업이지요 흐흐흐. 옛날 종업원만 수십명이 있었는데. 이제 저도 환갑이 지났으므로 회사를 확장시킬 엄두도 못내는 실정입니다"필자는 안의면 시계점포 백용사에서 했던 수법을 동원했다. 이른바 역발상! -우즈베키스탄 요리는 세계적 수준입니다. 이 나라 음식 죄다 점토화덕을 이용하더군요. 바로 밀가루 반죽을 빚어. '딴드리이'라는 점토 화덕에서 빵 '리뾰쉬카'를 굽더군요. 이 빵 정말 별미죠. 이렇듯 함양군 식당도 점토화덕을 이용해 먹거리를 개발하면.“좋은 생각입니다. 물론 저는 그 분야에 노터치할 겁니다. 왜냐 저는 평생 연탄화덕만 만든 장인이니 그런 일에 곁눈질 할 수 없고. 만약 화덕요리를 꿈꾸는 함양 분들이 있다면 점토화덕 만드는 법 지도할 수 있습니다 하하”순간. 필자는 입맛을 다졌다.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점토화덕으로 만든 요리. 죽인다! 양고기 샤쉴릭. 꼬치에 끼워. 점토화덕에서 구울 때 정말 맛 있다.홍세헌 대표와 공장을 둘러봤다. 필자가 화덕을 바라보며 뭔가 뭔가 골똘히 생각했다.“사장님. 저 화덕으로 연탄용 말고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서울 고급식당 인테리어 소품으로 딱일 것 같습니다”“허허. 유치원생들이 저 화덕에 그림을 그리더이다”“바로 그겁니다. 바로 그게 2. 7이 갑오입니다. 천안 버스터미널 앞 광장에 가면 기차발통폐품을 이용 탑으로 세운 조형물이 있습니다. 작품가격이 물경 100억이 넘지요. 이 작품은 아리리오 갤러리가 소유하고 있는데 작품성이 뛰어나 세계미술애호가의 필수답사코스로 유명합니다. 저 토관을 이용. 천안처럼 대형조형물을 만든다? 그래서 함양버스터미널 앞에 세운다? 말 됩니다”홍세헌 사장은 허허 웃으며“나는 연탄화덕만 팔면 되거등!”필자가 말했다. “예. 사장님은 화덕만 팔고. 점토화덕을 이용. 함양 먹거리 개발하고 조형물 만들고 상부상조합시다”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이번 주 지리산 여행기 정말 유익하고 유쾌했다!  구본갑|본지카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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