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마을 뒤에 있는 백암산. 산혈이 마을로 뻗은 형세가 매화가지 같다하여 매지곡(梅枝谷)이라 하며 현재 56가구가 살고 있다.  새해부터 우리 마을 지명유래. 이색풍속을 연재합니다. 마을에는 오랜 세월 속에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얽힌 수많은 사연들이 있습니다. 이를 업그레이드 스토리텔링화 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됩니다. 예술창작화도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본지가 기초 역할을 하고자 길을 떠납니다.               <편집자말>              우리 마을 지명유래… 그 뿌리를 찾아서 1   함양읍 신천리 삼천마을효자 3형제 우물터   “옛날에 마음이 착한 3형제가 살았답니다. 정성을 다해 홀어머니를 봉양했지요. 그러던 어느 해. 나라 전체가 4년 간이나 혹독한 가뭄을 당하여 식량은 말할 것도 없고 식수조차 고갈되어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가뭄으로 인해 굶어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발생했심더”그랬는데 어떤 영문인지 메마른 가뭄에 샘이 세 개씩이나 한꺼번에 생겨서 마을 사람들은 갈증을 풀고 활기를 얻을 수 있었다.  매화나무 가지 아래로 쭉 내려온 지점. 꽃술 형국# 전설은 그 민족(마을사람)이 가졌던 다사다난한 과거를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달리 설명하면. 예부터 민간에게 전해오는 이야기. 어떤 마을의 내력이나 자연물의 유래. 이상한 체험 따위를 소재로 한다. 대표적인 전설로는 용마설화가 있다. 평북 신천 산골. 어느 집안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 있고. 낳자마자 선반 위에 올라가 앉아서 놀곤 했다. 집안에서는 조숙한 아이를 낳아서 대견하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그 아기 할아버지는 크게 근심하여 “아마도 장사가 탄생한 모양인데 심상치 않은 징조” 라고 생각하고. 집안이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걱정하였다. 그 시절은 고리탑탑한 생원님 네가 정권을 잡고 있어서 무장(武將)이 나는 것을 경계하였고. 또 반란이나 역도(役徒)를 두려워하여 장사가 태어나면 사전에 제거하는 예가 있었다. 그러니 그 집에서는 아깝고 애석하기는 하나 죽여 없애는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젖도 먹이지 않고 굶어 죽게 하였다. 그 후 수일이 지나 아기를 태운 용마가 나타나 극악무도한 집권층을 타도했다. 1978년 소설가 최인훈 선생이. 이 용마설화를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희곡 ‘옛날옛적에 훠워이 훠이’를 탄생시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필자는 2여년 함양 지리산 여행기를 쓰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함양에도 용마설화 같은 주옥같은 전설이 있는데 왜 이를 방치해놓고 있을까? 이것을 잘 활용하면 관광자원이 될텐데? 이것을 자료화하고 싶었다.   이런 욕망에. 필자는 김성진 함양문화원장을 찾아뵙고 기획의도를 전하니. 원장께서는 오래된 자료 한 점을 보여 주었다.“1997년 함양문화원에서 출간한. 함양의 뿌리(총 472쪽. 양장본) 라는 책이오. 마을 유래와 그 뭐냐. 함성유행록(咸城儒行錄) 국역(國譯)한 거라오. 어찌보면 희귀본인데. 이 책. 빌려드리리라. 이 책을 텍스트북 삼아 함양 전설을 조명해 보구려”▲ 조원제 이장. “함양읍에서 동북쪽으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신천리가 있습니다. 이곳 삼천(三泉)마을은 가뭄에 우물이 세 개씩이나 생겼다고 하여 삼천이라 부르죠”- 이왕이면 원장님께서 첫 번째 답사코스를 천거해 주시죠.“(한참 생각하다가) 함양읍 삼천마을 효자 3형제 우물 전설을 해보시면 어떨까? 마모되어 가는 효(孝) 사상도 고취할 겸” 함양군 신천리 삼천마을. 마을에 3개의 우물터가 있다 해서 삼천마을이다. 삼천마을 길목에 풍천노씨열녀비가 있고. 마을 북쪽 300m 지점에 굴박골이 있다. 굴박골 위쪽에 굴이 있고 아래쪽 60m 정도 되는 베리(낭떠러지)가 있어 간혹 산 짐승들이 베리를 건너다 미끄러져 죽기도 한단다. 이번 답사기 길라잡이는 조원제 신천리 이장(64). 조 이장이 마을풍수부터 설명한다.“바로 저 산이 백암산이오. 마을 주산이지. 풍수가들은 저 산을 매화나무에 비유를 합디다. 그라니까롱 우리 마을은 매화나무(백암산) 가지가 아래로 쭉 내려온 지점에 있는 꽃술 형국이라 그라카데요”“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매화가 땅에 떨어져 향기를 내뿜는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인데. 대단한. 명당터입니다요”  이 매화낙지형국은 매화가 땅에 떨어지면 그 향기가 사방에 퍼져 온 세상을 교화하는 성현이 나타난다고 한다.이장이 답사팀을 첫 번째 우물터로 인도한다. 이 우물은 마을 정중앙에 있다. 사각형 바위 속에서 샘물이 펑펑 솟고 있다. 우물터 위에는 여러 그루의 향나무가 있다. “글쎄. 마을 할매들이 자꾸 나보고 향나무말고 살구를 심가라 그래. 왜 살구냐 했더니…”  "우물테마로 마을을 발전시켜 보세요"# 살구나무 꽃이 피어 우물 속에 떨어지면 행주라 한다. 살구가 익어 우물 속으로 떨어지면 살구가 우러나 물맛이 지상 최고(진미)란다. 살구꽃잎 우러난 물을 마시면 아들 낳는다는 속설도 있다.첫 번째 우물터에서 이장이 삼천마을 우물 3개가 생기게 된 사연을 이야기한다.  “옛날에 마음이 착한 3형제가 살았답니다. 정성을 다해 홀어머니를 봉양했지요. 그러던 어느 해. 나라 전체가 4년간이나 혹독한 가뭄을 당하여 식량은 말할 것도 없고 식수조차 고갈되어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가뭄으로 인해 굶어죽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발생했심더”들리는 소문에는 배가 고파서 사람이 사람을 잡아서 사람고기를 먹는다는 흉흉한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효자 3형제의 집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3형제는 서로 의논하여 큰아들부터 어머니의 영양보충과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식량을 구하러 집을 떠나기로 했다. 계속 되는 이장의 말. “여러 날이 지나도 형님이 돌아오지 않자 이번에는 둘째가 집을 떠났답니다. 그러나 둘째 역시 길에서 굶어. 죽고 말았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막내를 불렀다. “얘야. 다른 음식은 먹지 못해도 좋으니 물이라도 실컷 마시고 싶구나. ‘그러나 흉년 가뭄에 어디 물이 있나? 막내는 애타게 물을 찾다가 울며 쓰러져 죽는다. 바로 그 자리에 샘물이 솟아올랐다. 이어 형님들의 무덤 근처에서도 샘이 솟아 흘렀다. 메마른 가뭄에 샘이 세 개씩이나 한꺼번에 생겨서 마을 사람들은 갈증을 풀고 활기를 얻었다 한다.  # 취재팀은 두 번째 우물터로 갔다. "둘째 우물은 논 안에 있심더. 보시다시피 조그맣게 생겼지만 저 우물에서 나오는 물이 삼천마을 논 모두 책임지고 있지요"둘째 우물 바로 앞에 미나리 밭이 있다. “미나리 생잎은 폐렴에 쓰며. 또 미나리 전체를 짓이겨 꿀에 타서 먹으면 황달에 효과가 있지요. 양지바른 무논·습지·연못가 등에서 자라는데. 무논에서 자라면 흰색의 긴 줄기를 얻을 수 있슴더. 바로 이 미나리가 그렇심더”세 번째 우물은 산비탈에 있는데 현재 폐허다. “속히 재정비 해야죠. 이장으로서 직무유기 흐흐흐 유기입니다”취재진은 이장에게 말했다. "우물 전설로 유명해진 곳이 있습니다. 성녀가 출현한 파티마. 영화 ‘마농의 샘’. 강원도 철원 심원사 명주전 지장보살 등이 전부 우물과 관계 있지요. 삼천마을 전설 이들에 비해 스토리텔링이 우수하니 속히 우물테마로 마을을 발전시켜 보세요"함양문화원에서 펴낸 함양의 뿌리 61쪽에 의하면 “이 마을은 조선 정조 때 취락이 형성. 조씨 차씨 정씨가 터를 잡고 살았다” 한다. 출향인사로는 조성제 서울대 교수. 조용국 재경산악회장 등이 있다.  # 모두에서 밝혔지만 삼천마을 주산은 백암산이다. 이 산은 2010년 장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고지전’으로 매스컴 세례를 받은 곳이다. 이 곳에서 한국 전쟁 최후의 격전지 에록 고지 전투를 촬영했다. 많고 많은 산 중에 하필이면 이 산을 로케이션 현장으로 택했을까?‘고지전’ 시나리오 작가 박성연은 말한다. “촬영 전 자료조사차 전국 산을 다 뒤졌어요. 어느 날 류성희(박쥐. 살인의 추억 미술감독)씨가 백암산 사진을 보여줍디다. 나무 한 그루 없고 살이 문드러진 것처럼 땅이 패여 있데요. 아하. 땅이 이렇게 슬플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땅이 슬프게 보인다? 이 말에. 문득 눈 내리는 겨울 백암산에 오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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