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114편 노무현 VS 김정일 남북정상회담 때 마셨던 술의 명품!名家園(명가원) 솔송주 제조비법 밀착 취재 “찹쌀 죽에 누룩을 잘 섞어 독에 보관해 둡니다. 이렇게 사흘 가량 발효해 밑술을 만들죠. 이어 식힌 고두밥과 살짝 찐 솔잎과 송순을 밑술과 섞어 보름 가량 숙성합니다”동아일보 윤희각 기자의 코멘트. “발효과정에서 남은 당분(잔당)을 조절하는 건 박흥선 명인만의 비법입니다. 당분이 없으면 독한 술이 되고 너무 많으면 고유의 술맛이 사라지지요” #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일두 정여창 선생 고택이 있다. 고택 입구 한 켠에 자그마한 관광안내판이 있다. "이곳은 1987년 KBS-TV 대하드라마 토지 로케이션 현장입니다. 박경리 원작 최수지 윤승원 주연" 이 드라마에서 최수지는 여주인공 서희 역. 윤승원은 서희 아씨를 지키는 머슴 길상 역을 맡았다. 윤승원은 연극 ‘해마’ 주인공을 맡아 동아일보가 주최한 동아연극상에서 최우수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다. 최근 윤승원은 대하드라마 ‘광개토태왕’에서 하무지 역을 맡아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필자는 며칠전 송년회 겸 윤승원. 그리고 최근 행안부에서 퇴직한 이정래 친구와 서울 대학로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잔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두 고택 이야기가 나왔다."자네(주간함양 기고가)를 보니. 함양 지곡 일두선생 고택이 생각나는 구먼. 이렇게 서울서 공해 마셔가며 사느니. 일두 고택 사랑채 같은 곳에 모시옷 입고. 탁 앉아. 구름 바라보며 살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다마. 그건 그렇고 자네는. 수시로 그 고택 주변 거닐며 소요유 즐기겠지. 갑자기 자네를 보니. 함양 일두 선생 집안 비방으로 만든 솔송주가 생각하는구먼. 나중 서울 올 때 솔송주 좀 가져오시게. 맑은 향기와 맛이 일품이었지" ▲ 박흥선 명인 가옥 대문에 견현사제(見賢思齊) 현판이 붙어져 있다.동방 5현 일두 정여창 선생 가문조상 은덕 기릴 때 쓰던 술# 여기서 말하는 솔송주는 동방 5현 한 분인 일두 정여창 선생 가문에서 조상 은덕 기릴 때 제사상에 올린 명품 술을 말한다. 주재료는 햅쌀. 송순. 솔잎으로써 달리 송순주(松荀酒)라 한다. 탤런트 윤승원은 연신 입맛을 다셔가며 “그때 일두 문중 어느 분 한테서 솔송주 제조하는 법을 어설프게 듣긴 했는데?”이 말에. 이정래 친구가 말을 받는다 “햅쌀을 깨끗이 씻어 하룻밤 담갔다가 가루를 내어 죽을 쑤어 식힌 뒤. 뭐 그렇게 만드는 걸로 알고 있네”이어. 누룩 2되 8홉을 버무려 익혀 술밑을 마련하고. 송순은 숨이 죽을 만큼 삶아 식힌다. 찹쌀 4말을 깨끗이 씻어 하룻밤 담갔다가 익게 쪄 다른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고. 술밑과 송순을 함께 버무려 넣는다고 이정래는 말했다. “이형 어찌. 함양 사람보다 더 솔송주에 대해 잘 아시나?”“응. 예전에 민속전통주 공부 좀 했네. 자네도 공부해봐. 민속학 공부도 되고 재밌다네" 그래서 함양에 내려오자마자 솔송주 입문에 나섰다. 우선 이 술에 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영순 문화해설사를 만나 솔송주 유래부터 제조법 기타 사항을 알아보았다. “솔송주를 알려면 개평마을 일두 고택과 문중 집안 건축물부터 공부해야 합니다. 일두고택 앞에 일두 선생 후손 정천상씨 가옥이 있습니다. 이 집안에서 일두 비전 솔송주를 제조하는데. 집 뒤뜰에 솔송주 만들 때 사용하는 독이 있답니다. 그것부터 구경하기로 하죠”가옥 대문에 견현사제(見賢思齊)라는 현판이 붙어져 있다. 견현사제는 <논어>의 이인편에 나오는 글로 “어진 이를 보면 같아지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어질지 않은 이를 보면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공자의 말씀이다. # 집 뒤뜰에 솔송주 제조시 사용하는 독이 놓여있다. “술을 익힐 때에는 저렇게 독을 식지(食紙)로 단단히 싸매어 서늘한 곳에서 익힌다 합니다. 술을 빚는 데 쓰이는 송순은 연하고 굵어야 좋고. 술에 넣는 양은 밥에 나물을 넣고 비비는 것과 같은 정도가 적당하다고 해요”-내친김에 솔송주 만드는 분 소개 좀 해주시죠.“솔송주는 정천상씨 아내 박흥선 여사(名家園 대표)가 만듭니다. 그 분은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27호입니다. 이 분이 만든 술은 그동안 각종 언론에 많이 보도된 바. 그러니까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2010. 2011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지요. 아참.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 할 때 이 술. 건배주로 사용했으며.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환경 올림픽인 ‘2008 람사르 총회’에서 공식 건배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 지리산 자락 맑은 물과 솔잎을 이용해 솔송주를 만드는 박흥선 명인. 박흥선 여사는 일두 정여창 어른 16대손 며느리이다. 34년 전 지곡면 개평마을에 시집을 와서 시어머니에게 술 빚는 법을 배웠다. 또하나 명품 ‘경면녹파주(鏡面綠波酒)’로세계 주류시장을 정복할 터!# 정천상씨 가옥 뒤편에 솔송주 기념관이 있어 들러 보았다. 방명록을 보니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박강섭 국민일보 여행기자. 주철현 창원지검 검사장. 최불암 탤런트. 전경숙 젬마 수녀님 등의 사인이 있었다. 기념관에 솔송주 안내책자가 있어 훑어보았다.술병이 가히 예술품이다. 계룡산 도예촌에서 작품활동 하는 양미숙 선생이 술병을 제작했다. 술병은 철화 분청사기로 구성되어 있다. 철화분청사기는 질박한 태토. 호쾌한 붓질과 해학적인 문양의 활달함이 특징. 솔송주은 이 분이 만든 철화 궐어문병에 담겨져 있다. 쏘가리 문양이다. 전영순 문화해설사의 설명."쏘가리는 항상 눈을 감지 않아 지혜를 상징합니다. 쏘가리 문양 옆에 궁궐 궐자가 있는데 이는 높은 신분에 대한 염원을 의미 하나 봐요"술병을 유심히 보니 숫사자 갈퀴 같은 쏘가리 화려한 지느러미가 보인다.솔송주 명인 박흥선 여사는 누구인가? 그는 일두 정여창 어른 16대손 며느리이다. 34년 전 지곡면 개평마을에 시집을 와서 시어머니에게 술 빚는 법을 배웠다. 현재 100세가 넘은 시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아 요즘엔 박 명인 혼자 맡고 있다. 박흥선 명인을 만나 솔송주 제조비법을 전해 들었다. “자세한 건 말 할 수 없고 대략적인 것만 말할께요. 찹쌀 죽에 누룩을 잘 섞어 독에 보관해둡니다. 이렇게 사흘 가량 발효해 밑술을 만들죠. 이어 식힌 고두밥과 살짝 찐 솔잎과 송순을 밑술과 섞어 보름 가량 숙성합니다”송순을 찌는 건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렇게 숙성된 술을 채와 창호지에 걸러내 서늘한 곳에서 20일 가량 보관한 뒤 맑은 윗술을 떠내면 비로소 솔송주가 완성됩니다. 제가 만든 솔송주는 부드럽고 은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동아일보 윤희각 기자의 코멘트. “발효과정에서 남은 당분(잔당)을 조절하는 건 박 명인만의 비법입니다. 당분이 없으면 독한 술이 되고 너무 많으면 고유의 술맛이 사라지지요” -박 명인께서 만드는 솔송주는 송순. 곡자. 국내산 멥쌀로 구성되어 있군요. 곡자가 뭔가요?"누룩을 말합니다"곡자는 보리. 팥을 분쇄하여 물을 가하여 반죽하여 얕은 나무상자에 넣어 밟아 다진다. 이 벽돌상의 덩어리를 양국방이라는 오두막집에 넣어 겹쳐 쌓아 놓는다. 자연스럽게 Aspergills속. Rhizopus속 등의 곰팡균이 번식하여 35∼80일 후 완성된다. 한편. 솔송주는 고서 <산림경제(山林經濟)>.<민천집설(民天集說)>.<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방합편(醫方合編)>.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군학회등(郡學會謄)>.<산림경제촬요(山林經濟撮要)>. <양주방>. <시의전서(是議全書)>등에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솔송주 주재료인 솔은 영약 중의 영약으로 알려져 있다. 소나무의 씨앗으로 만든 죽을 송자인죽이라고 하는데 선가에서 즐기던 선식이다. 잣알 크기의 이 송자는 심폐기능을 윤택하게 해주며 대장의 기능을 조절해 주는 등 우리 몸의 여러 기관에 아주 유익하게 이용되고 있다.한편. 박흥선 명인은 최근 또 하나의 전통명주를 탄생시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름하여 녹파주. 녹파주는 고려시대부터 빚어 온 대표적 전통주의 하나다. 술을 빚고 나면 푸른빛을 약간 띠는데. 거울에 비치는 푸른 파도를 보는 듯 맑다고 해서 ‘경면녹파주(鏡面波酒)’로도 불린다.〈산가요록〉.〈음식디미방〉.〈산림경제〉.〈임원십육지〉등 여러 고문헌에 등장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술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술 제조의 맥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그런 걸 박 명인이 재현한 것이다. 녹파주는 멥쌀과 찹쌀을 주재료로 13일 정도면 만든다. 알코올 도수는 16도. 다른 전통주와 달리 단맛이 거의 없고 누룩 냄새가 적은 깔끔한 맛을 지녀 맑고 깨끗한 선비의 지조가 서려 있는 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가원 솔송주 기념관 방문문의: 055-963-8992.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