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를 말한다 최근. 지리산 함양 테마 시집 ‘삐에로의 일기’ 펴낸 여류 시인 박행달 # 술이란 게. 참. 그렇다. 짜증나는 사람과 마시면 술 석 잔에 취하고 말지만. 술맛 나는 사람캉 마시면 밤새도록 마셔도 다음날 머리가 아프지 않다. 이태백은 바람소리. 물소리. 벌레소리. 별들이 총총한 밤에 달 보며 대작하는 걸 즐겼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어느 시골주막(주인이 할매면 더 좋고)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술을 주거니받거니 하는 걸 즐긴다.12월10일 밤8시 함양교육청 앞 우림국밥. 오리지널 전라도음식 실내포장마차. 나는 함양거주 정경화. 박행달 시인과 양푼이 돼지갈비찜 시켜놓고 소주파티를 벌였다. 정경화 시인이 능숙한 손길로 또록또록 소주를 따랐다. 우리는 술 마시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박행달 시인이 12월26일 오후5시. 함양예술문화회관에서. 시집 출판 기념회 하는데. 구형(필자). 우짜몬 박 시인 시집이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고. 주목받을 수 있을 지 그 묘안을 함 말해바라”“묘안은 무신 묘안. 박행달 시인 시는 어렵지 않아 호감이 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어 있다! 사람들은 말이지. 시는. 심각하고 딱딱하고 복잡성을 지닌 것이라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 무거운 주제를 담은 시를 접하는 건 진짜진짜 고역잉기라. 나는 박 시인 면전에서 감히 말한다. 박 시인처럼 고향 함양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서술한 시를 최고로 친다”“(정경화 시인의 말) 구체적으로 박 시인 어떤 시가 좋더노?”나는 박행달 시인의 여러 시 가운데 ‘신발 한 켤레’를 가장 좋아한다. 스무 네 평 보금자리 현관문에손을 대니 날 반기는 신발 두 켤레다른 한 켤레 바삐 그 곁으로 걸어가니기름 때 묻은 270 미리 우람한 신발우직하게 하나를 더 안는다 여기서 말하는 270미리는 남편 신발이리라. 가족의 사랑을 얼마나 쉽게 썼나. 깊은 울림이 있지 않은가?기회가 되면 피아니스트 에릭 사티(Alfred Eric Leslie Satie) 연주곡 <3개의 짐노페디>를 틀어놓고 이 애틋한 가족시. 다시 읽어보리라. (에릭 사티 음악은 깊은 산속에서 솟아난 샘물처럼 맑고 투명해서 세속의 거짓에 지친 정신을 정화시켜 준다) #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필부들의 순박한 삶을 그린 아래 시도 좋다. 머슴아야. 이 가시내들아/ 연륜. 쉼 호흡 토해내며/오늘 한날소롯이 품어 안고 산우리네의 생 황혼녘 노을 빛 삼키며/ 터 잡아 이 요람에 펼쳐놓고잡은 손. 가슴으로 둥글게 그리며 오늘 한번…(신나게 놀아보자꾸나!) 박행달 시인은 2007년 <문학예술> 신인상을 수상함으로써 등단했다. 그간 향리 함양에서 지리산 문학회에서 문학활동을 했다. 2011년 9월 함양 지리산 해발 800미터에서 전국 시낭송 페스티발을 기획했다. 박행달 시인이 오는 12월26일(오후 5시)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가방에서 꺼내 우리들에게 한 장 건네준다. 행사장소는 함양예술문화회관 소강당. 시인을 축하하기 위해 김성진 함양문화원장. 소설가 표성흠 선생이 자리를 함께 한다. 이외 문진섭. 김선하 시인의 시 낭송. 홍성덕 음악인의 색소폰 연주가 마련된다. 시집 발문을 쓴 소설가 표성흠 선생은 박행달 시인의 시를 이렇게 해설한다.“박행달 시인은 지리산 사람들과 풍경들을 뜨겁게 따뜻하게 보듬는 공양보살주와 같다” # 시인의 이름과 관련.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MBC-TV 드라마 작가 김운경씨는 박행달 시인 미모(?) 때문인지 함양 막걸리 맛 때문인지 석달에 한번씩 함양을 찾는다.함양에 올 때마다 그는 박행달 시인을 찾는데. 연모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름이 참 특이해. 행달이라. 여인 이름치고는 좀 거시기 하지만 아냐. 내가 50여 인생 살면서 이렇게 야생화처럼 생긴 이름 처음 봤어. 기회가 되면 허락 안받고(?) 내 드라마 주인공 이름으로 써먹고 싶어. 함양에 와서 이렇게 예쁜(?) 이름 가진 박행달 시인과 대작하는 즐거움. 천하.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이 말씀이야!”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 busan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