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 127편무공해 된장 곶감 만드는 견불동 사람들산 높고 푸름이여. 신선들이 사는 곳 지리산 견불동. 이곳은 시간이 정지된 풍경화 같다. 해발 600 고지에 열 네 가구가 산다. “견불동은 토종된장마을로 유명하지요. 지리산 야생콩된장 이강영씨. 귀농한 원자력박사 이길우씨 등이 산 속에서 불심 닦듯 장류(醬類)를 생산하고 있지요. 견불동은 지리산 정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청정도량인지라 장맛도 유별납니다. 앞으로 견불동. 우리나라 최고의 장(醬) 테마파크로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혜암 종정 유발상좌가 만든산양삼 청국장. 가히 일품!# 지리산 영봉. 곳곳에 불교 색채가 물씬 풍기는 지명들이 있다. 반야(般若). 풀이하면 법의 참다운 이치에 계합한 최상의 지혜. 문수사(文殊寺). 문수는 반야경 계통의 불교경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보살의 이름이다. 제석봉(帝釋峰). 제석은 수미산 꼭대기 도리천의 우두머리로써 불법에 귀의한 사람들을 보호한다.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에 견불동(見佛洞) 있다. 속칭 점불이라고도 하는데 마을이 처음 생길 때 땅속에서 불상이 발굴되었다 하여 견불동이라 하기도 하고 이 마을에서 지리산 줄기를 바라보면 건너편에 부처님 누워 계신 형상 와불산이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와불능선은 휴천면 송전리 뒷산. 점필재 김종직이 쓴 지리산 유람록 <유두류록>에 와불능선의 장엄함이 기록되어 있다.  "나 혼자 삼반석에 올라 지팡이에 기대섰노라니 향로봉. 미타봉(와불능선의 부처바위)이 모두 다리 밑에 있었다"  ▲ 견불동 된장효소언젠가. 견불동에 올라가 와불능선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와불능선 정상에 누워 계신 부처님이 보였다. <석가여래응화사집> 기록에 따르면 부처님은 엿새동안 먼저 사선팔정(四禪八定)을 얻고 다시 의생신(意生身)을 얻었으며 마지막 하룻밤 사이에 육신통(六神通)을 얻었다 한다. 그리고 이레째 되던 날 새벽. 고개를 한번 들어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을 보고 아누다샴막삼보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필자는 와불능선 누워 계신 부처님을 바라보며 위 대목 이레째 되던 날 새벽 부처님의 모습을 곧잘 연상하곤 한다. 이렇게 생각하노라니… 아! 견불동. 이곳이야말로 선(禪)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기막힌 길지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여행작가들이 견불동을 찾는다. 황소영 월간 마운틴 기자는 자타공인 견불동 마니아. “견불동.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시간이 정지된 풍경화 같은 곳이죠. 해발 600 고지에 열 넷가구. 대체로 보수를 하지 않은 옛집에서 살지요”식품영양학자들도 견불동을 자주 찾는다. 본지 기고가 고은정 교수의 말이다.“견불동은 토종된장마을로 유명하지요. 지리산 야생콩된장 이강영씨. 귀농한 이길우씨 등이 이 산 속에서 불심 닦듯 장류(醬類)를 생산하고 있지요. 며칠 전 경향각지 장(醬) 연구가들이 견불동을 찾아 이들이 생산하는 된장 장아찌 엑기스를 시음하는 한편 장(醬)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견불동은 지리산 정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청정도량인지라 장맛도 유별납니다. 앞으로 견불동. 우리나라 최고의 장(醬) 테마파크로 발전시켰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 2012년 강소농 농업경영현장 실용화 부문 청장상 수상한 이강영씨. 산삼청국장을 만든다.# 견불동 터주대감 지리산야생콩된장 대표 이강영씨. 혜암 조계종 종정의 유발상좌요. 걸출한 서예가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 각종 매스컴에 소개된 유명인사로 이름 높다.많은 식품학자들은. 이구동성. 이씨가 생산하고 있는 산양삼 청국장 가리켜 “음식이라기보다 영약입니다”박근혜 차기대통령도 이씨의 산양삼청국장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2012년 12월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2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 이씨 청국장이 출품되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이씨 청국장 맛을 보며 이렇게 코멘트.“역시 지리산! 지리산 내음이 물씬 풍기는군요” 이때. 박 당선자 수행요원의 말이 걸작이다. "청국장 한 스푼 먹어본 제 소감은 이렇습니다. 방하착(放下着)! 청국장 먹고 나니 무심의 경지에 들어가는 듯 싶습니다"▲ 이강영씨 부부이강영씨는 독실한 불자이다. 수도승도 하기 힘든 하루 만배를 하며 부처님을 친견한다. 그는 식약동원(食藥同源)에 입각. 전통장(醬)을 만든다. 지난해. 된장. 청국장을 연간 9톤을 생산.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다. 한편 이강영씨는 농업진흥청의 2012년 강소농 경영분야 평가에서 농업경영현장 실용화 부분에 청장상을 수상했다.   # 견불동에 원자력 박사가 산다. 이길우씨.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책임기술원으로 근무했다. KINS는 한국원자력연구소 내부 조직.주요 업무로 원자력시설 안전규제(원자력발전소·핵주기시설·연구로 심사 및 검사). 방사선 안전규제(방사성동위원소 안전성 확인. 방사성폐기물 폐기시설의 심사 및 검사). 방사선 비상대응(방사선 사고·테러 대응 및 방재. 주변국 핵실험·원자력사고 탐지) 등이 있다.▲ 이길우 전 원자력기술연구원 책임자.   산세수려 견불동에 푹 빠져 있다.이길우씨는 이 기술원에서 원자력 방사동위원소 측정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등산을 좋아했다. 해서 자주 지리산을 찾았다. 지리산 유람에 나섰다가 그만. 견불동 경치에 반해. 벼슬도 싫소! 나. 견불동에 살며 독야청청하리라 마음먹고 지난해 9월 이곳에 정착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은. 아는 사람은 압니다. 견불동 된장이라는 상호로 전국 된장 폐인들 심금을 울렸던 장인(匠人)의 집이라는 것을. 그 장인께서 집안 일 때문에 도시로 나가게 되었다는 정보를 듣고 이 집을 구입했습니다. 집만 구입한 게 아니라 그 분의 노하우 모두를 제가 전수받았지요 허허허”원자력 박사는 원자력 방사선 폐기물 심사같은 고리타분(?)한 일을 미련없이 던져버리고 야생콩으로 된장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된장 외. 늙은 호박 효소. 토종양파 효소. 묵은된장 장아찌. 칡순 간장. 뽕잎 장아찌 등을 만든다. 그러나 이들 걸작 음식들은 시판하지 않는다. 자신의 농가를 찾는 이에게만 선사한다. 이길우씨는 산장도 경영한다. 황토로 만든 한옥산장이다. 방 두개. 8∼10명이 잘 수 있다. 비수기는 10만원 성수기는 25만원을 받는다.  뇌풍상박(雷風相搏) 최고 명당하루 유하면 모두 신선된다# 이길우씨 농가 옆 출림(出林)이 있다. 출림이란 백호가 출몰했다는 숲. 출림은 인간사에서는 용호상박이라 이르지만 천기에서는 뇌풍상박(雷風相搏)이 되어 최고의 명당을 의미한다. 이 출림에 두 채 오두막집이 있다. 왼편 오두막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오른편 오두막에는 김분진 여사가 산다. 김 여사 집에 들어서니 서정주 시인의 연꽃 시 한편이 걸려져 있다. 또 다른 벽에는 법수스님의 선화 한 점. 서재엔 불교수행법 같은 불교책들이 즐비한다. "23년전에 견불동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부산서 살았는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랜간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러다 친 여동생(비구니)이 견불동을 소개. 숨막히는 도시생활 버리고 이 산야로 들어와. 고사리 캐고. 겨울엔 곶감 만들어 즐겁게 생계유지 하고 있습니다.함양 곶감은 다른 지역 곶감보다 당도가 뛰어나고 쫄깃해 인기가 높습니다"  ▲ 팔품행보살 김분진 여사.   견불동 명품 고사리와 곶감을 판매한다.김분진 여사는 매일 아침 왼편 부처님 모신 방으로 가 천수경을 왼다. 부처님 모신 방 앞에는 곶감 껍질이 가득하다. “들짐승 산새용 스페셜 음식이지요. 이곳에 겨울이 오면 들짐승들이 먹이를 찾아 민가를 급습하죠. 몇년전에는 곰이 쳐들어와 혼이 났습니다”- 견불동 고사리 자랑 좀 해 주시죠."고사리는 제사음식에 빠질 수 없는 존재 아입니꺼. <본초강목>에서는 고사리는 음력 2. 3월에 싹이 나 어린이의 주먹모양과 같은데. 펴지면 봉황새의 꼬리와 같다고 했지요.고사리는 섬유질이 많고. 캐로틴과 비타민C를 약간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B2는 날것 100g에 0.3㎎ 정도 함유하고 있다했심더 뿌리 100g에는 칼슘이 592㎎이나 함유되어 있어서 칼슘식품이 적은 산촌에서 좋은 산채라 할 수 있지예"  북한 지도자 조만식 선생 문하임형주옹과 따님의 산중생활# 조만식 선생을 아는가? 해방전 북한 최고 정신적 지도자. 견불동에 조만식 선생과 조국해방 운동을 같이한 노인(임형주 옹)이 산다. 아내는 별세했고 나이 지긋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딸 이름은 임영숙. 두 모녀가 사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이안이 감독한 3D영화 <파이의 일생>이 생각난다. 북에서 피난 온 임형주 옹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북녘 고향을 떠올리며 눈물짓는다. 이럴 때마다 딸은 손수건으로 애비 얼굴을 닦아주고. 이때 덧없는 인생사를 히롱하듯 한줄기 산바람이 불어온다. 이 장면을 지켜 보노리니 영락없이 영화 <파이의 일생> 한 장면이다. 딸 임영숙씨 모습에서 파이의 일생 주인공 파이가 연상되고 애비 임형주 옹의 쓸쓸한 노후 모습에서 뱅골 호랑이 리처드 버크가 떠오른다.▲ 9순 바라보는 부친과 도란도란.   임영숙 여사. 곶감을 생산한다.한편 이 집에는 뭉치(사고뭉치 준말). 마루 두 마리 개가 산다. 두 놈다 유기견 출신. 임여사의 갸륵한 배려로 이 좋은 천국에서 유유자적 신선처럼 살고 있다. 임 여사는 견불동에서 꿀과 곶감을 생산한다. 한봉이 멸살하는 바람에 지금은 곶감만 판다.- 어디에 다 팔죠?“제가 견불동 오기 전에 대구서 식당했어요. 이때 알게 된 벗들이 (고맙게도) 제 상품을 매년 팔아 줍니다”- 곶감만 팔지 말고 곶감을 응용. 약선상품을 만들어 보시죠.“가령?”“곶감 호박오가리찰편 같은것요. - 어떻게 만드나요?“찹쌀가루에 물을 내려 체에 쳐놓고 콩. 밤. 굵직하게 썬 곶감. 호박오가리를 고물로 준비 한다음 쌀가루와 켜로 안쳐 찌는 떡을 말해요. 보혈(補血)에 그만이죠”“허허 대박이겠다! 유념하고 기회가 되면 한번 만들어 보죠”취재에 응해준 견불동 4 가구가 (사진촬영차) 한자리에 모였다. 저 멀리 와불. 와불 아래 문수사가 보인다. "자. 와불 배경으로 멋진 산악사진 찍습니다. 김치치즈"“이왕이면 김치치즈 대신 견불. 된장 곶감을 이렇게 연호합시다요!”견불동 남정네. 견불! 외치자. 된장 생산하는 아낙네는 된장 곶감. 생산하는 아낙네는 곶감!을 연호한다. 견불동에서 청정 된장 청국장 효소 곶감을 생산하고 있는 주민 모습을 보며 팔자는 금강경(金剛經) 한 귀절을 떠 올렸다.  "수보리여! 만약 보살이 갠지스강 모래 수만큼의 세계에 가득찬 칠보로써 보시한다면.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있어 일체의 법이 무어라는 것을 알아 인(忍)을 얻어 성취했다면. 이 보설의 공덕은 앞의 보살이 얻은 공덕보다 클 것이다(所得功德)"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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