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10편 옹골찬 결실 맺으려면 시간관리 잘해야... ▲ 손현숙(함양제일고 교사)봄에 씨 뿌리면 한 여름 푹푹 찌는 열기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에 무럭무럭 자라고. 따가운 가을 햇살과 선선한 바람결에 꼭꼭 여물어 그 결실을 수확하는 가을. 황금빛으로 펼쳐진 벌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감이 가지가 휘어지게 주렁주렁 매달린 것만 봐도 그 풍요로움을 만들어 내는 자연에 경의가 표해집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초라하고 초조해지면서 마음 한 구석 우울감이 밀려들기도 합니다. 어김없이 확연한 자연의 법칙에 비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법칙은 그렇게 명확하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봄에 씨앗을 뿌렸는지 아닌지. 혹 뿌렸더라도 어디 어떻게 뿌렸는지. 물론 사계(四季)로 움직이는 자연에 비해 인간의 삶은 전 생애 동안 진행되는 과정이긴 합니다. 언젠가 결실을 볼 수 있기나 한 것인지. 영영 과실을 맺지 못하고 덜 여문채로 끝날 것인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작은 열매라도 하나 맺을 것인지 확실하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괜히 인생이 열 적어지면서 가슴 한켠 구멍이 뚫린 듯 숭숭 바람이 드나들고 한기가 돕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해도 자연과 비교하면 허무하고 스산하기가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자연과학이 얄미울 정도로 경쾌하고 명확하듯이 가끔 인간의 삶도 자연법칙처럼 좀 분명 했으면 하고 욕심을 부려 봅니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결코 남쪽에서 뜨거나 북쪽으로 지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은 한번 태어나고 예외 없이 죽는다 ’ 살아서 권력. 금력을 누리고 살았건 힘들게 살았건 죽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때 진시황(秦始皇)이 전 세계에 방사를 풀어 불로초를 구해오게 했습니다. 넓은 중국 땅을 통일하고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을 지녔으니 불로불사를 꿈을 꿀만도 했을 겁니다. 진생(인삼). 영지. 동충하초 등등이 해당 되었겠지요. 좋은 영약이 많이 있었겠지만 일화에 ‘ 모기 눈'(중국의 요리에 속함)을 먹었다고 합니다. 동굴에 사는 박쥐 배설물에서 채취해서 물에 담그면 모기 눈만 뜬다고 하네요. 불사신이 되기 위한 진시황의 눈물겨운 노력. 그렇게 해서 도대체 몇 살까지 살았단 말인가? 50세였습니다. 물론 그 시대 백성들은 영양이 부족하고 비위생적인 생활을 하였고. 전염병이 잦고 자연재해가 많으며 의약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 평균 수명이 대체로 짧았습니다. 그런 시대적 한계를 감안 하더라도 진시황이 그렇게 오래 산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불로불사약인 줄 알고 먹은 수은에 중독이 되어 생명이 더 단축되었다고도 합니다만....“메멘토모리” 어떻게 보면 삶과 죽음은 동의어입니다. 탄생이 있으니 소멸(죽음)이 있는 것이지요. 인간의 삶은 일회적이고 인간을 포함 한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늘 주위에 죽음을 거느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순간순간 잊고 있을 뿐...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세우고.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세우며. 일생의 계획은 청소년기에 세운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사회변화가 워낙 급격하고 전문화. 세분화 되어서 이미 훨씬 더 이전에 하루의 계획들이 잡히고. 한 해의 계획도 미리 미리 세워야 하며 조기교육의 결과 훨씬 어린 시절에 일생의 계획이 잡히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를 같이 나누는 친구들끼리 공감대가 형성되면 특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니라도 웃고. 떠들고 장난을 걸고. 받아주고... 우선 보기에는 시간을 즐겁게 잘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쯤 되면 아무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곤란 할 듯 합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먹고 자면서 무럭무럭 자라면 되고. 3-4살 되는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잘 어울려 놀면 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기는 자신의 꿈(꼭 직업을 말하는 건 아님)을 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목표나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취업이나 진학을 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보면 할 일이 자꾸 연결되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시간을 잘 관리하고 알차게 보내다 보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 한 능력이 하나 둘 쌓여가기 시작 할 것입니다. 대다수 시간을 허비하거나 소일하는 친구를 보면 아직 꿈이 없거나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있더라도 뭘 해야 하는지. 무엇부터 손을 대야하는지 허둥지둥해서 계획성이 없고 뻥찐(?) 상태로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것이지요. 그러다 졸업 할 시기가 될 즈음해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관리하면서. 순간순간을 알차게 보낸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 커다란 거리가 생기게 됩니다. 삶의 다른 단계로 옮아가면서 자신이 속하고 생활하게 될 집단이 달라지면서 삶의 질이 나아 질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 것이지요. 산세 지세가 좋은 지리산 자락. 최치원 선생의 위민하는 마음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의 혜택을 받아 그런지 우리 학생들이 도시 아이들에 비해 기본 인성이나 심성이 좋고 건강합니다만 동기나 자극이 부족해서인지 시간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봄에 씨 뿌리고 정성을 다하여 가꾸다 보면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겠지요. 한 해의 결실이 풍요로운 가을에 자신만 스산한 가을을 맞으며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아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계획을 세우고 시간관리를 제대로 해서 알차고 보람 있는 생활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계절이 주는 그런 깨우침을 통해 시간 관리를 잘 해 줬으면 하고 희망해 봅니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고. 아이들은 엄마의 숨소리를 듣고 자란다고도 합니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시간관리의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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