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정교회 조한우 목사볼라벤. 덴빈. 산바…. 최근에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의 이름들이다. 그 태풍들의 위력은 대단했다. 단시간에 치고 빠지는 권투선수처럼. 맹렬한 펀치를 퍼붓고는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기록적인 폭우와 강풍을 동반했던 이들 태풍으로 인해 농가에서는 낙과 피해와 함께 침수로 인한 벼 도복(쓰러짐) 피해가 가장 많았다. 일부 바닷가 마을에서는 높은 파도로 인한 월파 피해도 있었다는 소식과 함께 급박한 영상자료를 접해 보기도 했다. 지금은 언제 그랬었느냐는 듯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왔지만.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매우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특별히 이번 태풍이 지나간 자리를 보면서 필자는 많은 것을 느꼈다.친환경 농업을 실천하지 못했던 농가에서는 그동안 질소 성분이 많은 화학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해 왔기 때문에 강풍이나 태풍. 또는 침수 피해에 유난히 취약했던 것이다. 이런 경우에 벼 도복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그동안 우리는 농촌에서조차 편하게 농사를 짓고 싶다는 일종의 편의주의 발상에 젖어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단기간에 많은 양의 수확을 보려고 했던 안일한 생각들이 피해를 키우게 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야물고 병충해에 강한 우리 토종 품종들은 천대를 받기 시작했고. 굵고 빛이 좋은 개량품종 과일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농민들까지도 소비자들의 눈을 홀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농약을 안 쳐서 벌레가 먹은 배추 잎사귀는 무공해의 상징이 아니라. 천박한 서민들이나 먹는 박한 식물이 되고 말았으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그것은 육질이 단단하고 질긴 1년 묵은 토종닭이 외면을 당하고. 생장촉진제와 항생제를 듬뿍 투여해서 두 달 반. 길어야 석 달만에 출하하는 부드럽고 연한 육계(肉鷄)가 환영을 받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자연은 인간의 탐욕을 한 번씩 경고하고 나선다. 인간의 추악함에 대해서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도 때가 되면 다 낱낱이 고발해 버린다. 온갖 쓰레기와 폐기물들로 땅이 몸살을 앓고 있을 때. 태풍과 폭우를 통해서 모든 찌꺼기들을 다 씻어 내려주는 것은 자연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지혜이다. 자연은 스스로 정화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 질서대로 다시 복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도 자기 몸을 살리기 위해서 몸살을 앓는 것처럼. 자연 또한 견디다. 견디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한 번씩 몸살을 겪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연은 자기 몸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해마다 태풍이 몰려오는 것은 잔뜩 오염되어서 한 곳에 정체되어 있는 공기들을 정화시키고 회전시켜서 생명을 살리려는 자연의 몸부림이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가 퍼붓는 것은 소화되지 못한 채. 지구 껍데기를 잔뜩 뒤덮고 있는 갖가지 노폐물들을 배설물처럼 쏟아내기 위함이다. 설사를 통해서 몸 안에 있는 독을 다 쏟아내듯이 지구의 독을 폭우로 쓸어 내리는 것이다. 한바탕 묵은 때를 씻어 내고 났더니. 그토록 아름다웠던 남해안 해수욕장들이 한 순간에 쓰레기장으로 변해 버렸다. 해변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 속에 인간들이 먹고 버린 수많은 찌꺼기들이 섞여 있었다. 헝겊 하나 없이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우산대. 싸구려 중국산 곰돌이 인형. 깨진 유리 조각들과 페트병. 어떤 배에서 요긴하게 쓰였을 것 같은 굵은 밧줄. 바닷물에 퉁퉁 불어버린 허리 잘린 나무토막. 오랫동안 바다 속에 잠겨 있던 폐기물들. 어디서 떠내려 왔는지 알 수 없는 이불 한 채… 이 모든 것들에서 우리들의 추잡한 생활들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아직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피해 농가들을 생각하면서 점점 둥글게 차오르는 달을 바라본다. 오죽했으면 ‘달님! 달님!’하며 달에게까지 소원을 빌었을까? 지리산자락에 있는 작은 시골교회 목사로서 사랑하는 우리 이웃들을 위해서 대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대자루 하나 들고 떠나본다. 아마 1. 2분도 채 안 돼서 내 더러운 삶의 쓰레기들이 이 자루에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저 하늘에 뜬 달님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소중하게 품고 있는 사랑하는 나의 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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