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102회 흉년에 받는 구황의 선물 칡. 칡꽃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 칡60년대를 서울 정릉 근처에서 보냈던 나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 그 시절 서울의 골목 안 풍경 중의 하나가 칡뿌리를 커다란 톱으로 잘라 팔던 모습이었다. 해동이 되어 언 땅이 풀리면 캐서 팔던 칡은 내미는 손에 들어있는 돈의 크기에 비례해서 그 크기도 정해지는데 나 같이 어린 아이들의 손에는 대개 높이 4∼5cm 정도의 원기둥 모양으로 잘린 것이 하나씩 들려졌다. 간식거리가 없던 때이니 그런 칡이나마 감지덕지하고 서로 자기 것이 더 크다고 자랑도 하면서 앞니를 이용해 쭉쭉 찢어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다가 단맛과 녹말이 다 빠지면 뱉어버리면서 동네를 돌고 놀았었다. 아버지의 팔뚝보다도 굵다고 느껴지던 칡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면서 씹다가 놀고 놀다가 씹고를 반복하다 보면 손도 입도 어느 사이 칡즙 같은 검은 빛으로 물들고 때로는 옷도 같이 물들어 어머니께 야단을 많이도 맞았었지만 지금은 그런 풍경을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게 되었고 나는 이제 흰머리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아진 만큼 더 사무치게 그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 칡꽃차칡뿌리에는 다른 식물의 뿌리에 비해 많은 양의 녹말이 들어 있어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잠시라도 배고픔을 이기고 기운을 얻을 수 있는 고마운 것이었다. 실제로 흉년이 들어 곡식이 귀하게 되었을 때 먹을 수 있는 식물과 그 식물을 먹는 방법. 굶주림으로 온몸이 부었을 때의 치료법 등이 적혀 있는 <구황촬요>라는 오래된 문헌에도 칡은 배고픔을 이기는 중요한 식물로 기록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다른 식물들의 성장에 방해가 되므로 관에서는 일부러 인력을 동원해 제거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칡의 생태는 예로부터 민초들의 삶과 맞닿아 생활 속에서는 아주 중요한 생필품이었고 약(藥)이었으며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던 귀한 시절에는 녹말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구황작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었다. 옛날에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다가 목이 마르면 칡뿌리를 캐서 씹으면서 갈증을 달래고 나뭇가지나 낫 등에 상처라도 생기면 칡잎을 으깨 붙이면 상처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꾼의 등짐을 칡덩굴로 엮어서 메면 무거운 짐이 어깨에 주는 통증과 화끈거림을 칡이 가지는 서늘한 성질이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칡뿌리가 가지는 해열. 진통의 효능이 칡덩굴에서도 발휘되는 좋은 예이다. ▲ 칡꽃튀김칡은 뿌리와 잎. 덩굴 등이 모두 우리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지만 이른봄에 나오는 칡순도 몸의 원기를 돋우는데 쓰고 있다. 칡순은 특별히 갈용(葛茸)이라 불리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약 중에 녹용이 있는데 그 녹용에 버금가는 효능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죽순에 뒤지지 않을 만큼 쑥쑥 자라기 때문에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요리의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성장을 돕는 유용한 음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윤달이 들어서 그런지 올해는 작년과 달리 늦게까지 칡꽃이 피어있다. 며칠 전에는 몇 송이 따다가 튀김을 해서 먹었는데 달달한 맛이 나면서 생각보다 맛나고 향기로웠다. <동의보감>에서는 칡꽃을 갈화(葛花)라고 부르는데 갈증을 멈추게 하고 술독을 푸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아직 칡꽃이 지지 않고 여전히 붉은 보라색을 뽐내고 있다. 바쁜 발걸음 잠시 쉬고 따다가 말려두면 두고두고 귀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칡꽃을 우리의 생활로 들여놓으면 건강과 함께 여유와 멋이 같이 들어올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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