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받은 사랑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겹게 공부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당당하게 공무원시험에 합격.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함양제일고등학교 3학년 이정욱 학생. 이군은 행정안전부에서 실시한 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제 응시해 11.9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합격했다.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제는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중 견습 직원을 선발한 뒤 일반직 9급으로 임용하는 제도이다. 이정욱 군은 내년 3월부터 견습 근무를 시작해 6개월간의 근무 기간을 거쳐 9급 공무원으로 정식 임용될 예정이다. 이번 시험에 합격한 이군의 집안 형편은 결코 좋지 않다. 다리가 불편하고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65)와 눈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59) 사이에서 태어난 이정욱 학생.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정부지원금 60여 만원이 3인 가족의 생활비 전부다. 작은 텃밭에서 고추 등을 재배하고 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 현재도 백전면의 허름한 집에서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이군이 사는 집도 요즘엔 좀체 보기 힘든 흙벽으로 된 집으로 벽 중간중간 무너진 곳도 보인다.그러나 이정욱 학생은 좋지 않은 집안 형편에도 씩씩함을 잃지 않았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군이 어렸을 때는 지금 이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보다 나은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이 같은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원망도 많이 했었다.이군은 집안 형편 등으로 인해 학교 다닐 때 '왕따'도 당하는 등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모든 것이 싫었다. 공부도 손을 놓아 제일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에는 꼴찌 수준이었다. 이군에겐 특별한 꿈이 없었다. 부모님과 시골에서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겠다는 소박한 꿈만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정욱 학생에게도 꿈이란 것이 생겼다. 부모님을 편안하게 모실 꿈.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꿈이.어느 날 지역의 교회목사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커서는 이 분들에게 뭔가 보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동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물음을 던졌다고 한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생활하던 이군에게는 머리를 울리는 가르침이었다.이군에게는 몸이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살아가야 하기에 생각을 거듭하던 중 이를 타계할 방법은 공부밖에 없었다. 어려웠지만 힘들게 시작한 공부는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7등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 이 군에게도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항상 조용하던 성격을 버리고 친구들과 교사에게 먼저 다가갔다. 공손하게 질문하는 이군에게 교사들도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담임인 윤점이 교사는 "항상 씩씩하며 공손하다.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생"이라고 전했다.이군은 "내가 잘못해서 이 같은 상황이 된 것은 아니다. 내가 특수한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공부도 잘하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됐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공무원시험에 합격한 것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잘했다"라는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게 아들을 합격 소식을 전하며 자랑하고 다녔다는 후문이다.공무원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한 이군은 이제 그동안 이웃들에게 받았던 것을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군은 "제가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지금까지 생활했지만 이번 합격이 가장 큰 것 같다.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감격해하며 "이웃을 위해 일하며 제가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모범적인 공무원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제에 경남지역에서는 5명이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이중에서 함양제일고는 이정욱 군을 비롯해 박성호(전기분야)군. 이다정(일반농업)양 등 무려 3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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