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오 논설위원거리에서 빨간우체통이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없게 된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손쉬운 통신 수단이 발달되어 문자메시지. 팩스는 물론이고 전화로 얼굴까지 서로 보면서 대화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편지 쓸 일이 줄어들고 우체통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왠지 허전해지는 건 나이가 들어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그 시절을 생각하면 우체부아저씨가 커다란 노란색 가방을 메고 시골길을 터벅터벅 걷거나 개울을 건너는 모습. 빨간우체국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들이 아름다운 풍경화가 되어 다가온다. 더구나 우리고장엔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라는 어린 소녀와 우체부아저씨의 아름다운 편지 이야기가 영화화되어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그 시절 모두 어려웠던 고단한 삶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위로 받았던 편지 이야기가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편지는 어느 때 어떤 목적을 두고 쓰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다양하다. 초등학교시절 “국군아저씨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고사리 손으로 쓰여진 삐뚤삐뚤한 어린이들의 국군장병 위문편지로부터 객지에서 공부하면서 책값을 빙자한 용돈 확보용 편지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도시 공장이나 가정부로 일하면서도 잘 지내고 있다고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한 효심 어린 편지. 군복무 중에는 “부모님 전상서”라는 타이틀로 “기체 후 일향만강하시옵니까”로 시작해서 다름이 아니오라로 끝맺음 지어지는 군자금(?) 확보 목적인 편지. 늦은 군입대로 3년간 부부가 떨어져 살아야 했을 때 서로에게 주고받은 사랑하는 당신께로 시작되는 애틋한 편지와 사춘기 이성에 실눈 뜨일 때 보냈던 지금 보면 조금은 유치한 사랑 단어가 수십번 들어가는 연서도 있고 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에 이색적인 풍경이 담긴 엽서로 소식을 전해오면 그곳에 초대받기라도 한 것처럼 행복했던 많은 사연들이 편지가 되어 우체부 가방을 가득 채웠고 잡지 뒤쪽에 한두 페이지를 차지했던 펜팔란은 편지 문화를 꽃피웠던 그 시절의 상징물이기도 했다. 서로를 위로하고 소통했던 정감 넘치는 편지문화가 사라지는 것이 참 아쉽다.요 며칠 전 진하게 내린 비에 가을이 묻어 왔다.편지는 역시 가을이 제격인 것 같다. 편지의 또 다른 이름이 안서(雁書) 안신 안찰등 기러기가 나는 늦가을을 연상시키고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라는 싯귀가 노랫말이 되어 가을이오면 단골 메뉴로 회자되는 것을 보면 가을 정서와 잘 맞는 것 같다.이 가을엔 가을 타는 남자가 되어 편지 한 장 써서 내 마음 속 빨간우체통에 넣어 보내고 싶다.“함양을 사랑하는 군수님”잠 못 이루고 뒤척이며 보낸 여름밤을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날씨 탓이라고 핑계 삼아봅니다. 당신이 조성했던 상림 옆 들판엔 조와 수수가 고개 숙이고 마지막 여름을 보내는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한 하늘가엔 빨간 고추잠자리가 나는 초가을입니다. 당신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고자했던 이곳엔 당신이 없는데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일상의 여여함이 더 눈물납니다. 칠석이 지나서인지 당신과의 자유로운 만남이 더 절절해집니다. 당신은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형으로서 좋은 친구로서 모든 군민을 보듬었던 공직자로서 참으로 올곧고 당당한 사람이었습니다. 여자는 현실을 먹고살고 남자는 과거를 먹고산다고 했던가요 십수년전 안의골에서 풋풋했던 열정으로 같이 안의파출소 담장을 헐어내고 주민들에게 마당을 내어 주었던 일과 당신이 추진해서 관내 백내장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받게 했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이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과거의 일들은 과거의 물살에 흘러가게 합시다. 어려우시겠지만 지금까지 당신에게 가시가 되어 상처 주었던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십시오. 당신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몇 만의 군민들이 가슴 가슴에 노란손수건을 달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가 당신만큼 많은 사람들의 큰사랑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가볍게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상심이 크겠지만 오늘의 고통은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고 크게 자라기 위해 여러 개의 마디를 만들 듯이 당신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시다. 선거로 인해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을 자신보다 더 걱정하는 당신이기에 당신을 더 사랑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남은 이야기들은 당신과의 만남을 위해 아껴 두려 합니다. 즐거울 때나 어려울 때나 하루는 24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이 어려운 난간을 잘 견뎌 내시기 바랍니다. 환절기에 건강 꼭 챙기시고요.임진년 팔월 여름을 보내며우형(愚兄) 강덕오 우리 모두 올 가을엔 이렇게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편지 한 통 써서 마음속 빨간우체통에 넣어 보내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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