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희수 목사얼마 전 안동에 사는 친구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차 안동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생각지도 않게 권정생 선생님 생가가 있는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표지판을 따라 마을 샛길로 올라가니 야트막한 한 칸짜리 흙집이 오도카니 앉아있다. 찢어진 창호지 문틈으로 들여다 본 방안에는 앉은뱅이 책상 위에 권정생 선생님 영정사진이 놓여 있었다. 예전에 책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고. 거기서 비스듬히 기대 책을 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든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방안에는 장롱도 서랍장도 없었다. 가장 최소한의 것만 있다. 무소유에 가까운 삶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마당 한 켠에 자리잡은 화장실도 인상적이다. 손수 지으신 모양인데 한 칸짜리 흙집과 잘 어울리게 딱 한 평짜리이다. 조금 큰 개집처럼 보인다. 권정생 선생님은 <강아지 똥>이라는 동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작가이다. <몽실언니>.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등 그 분의 작품은 힘없고 약한 것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런 거렁뱅이나 장애인. 외로운 노인들은 자신을 죽여 남을 살려내는 일을 한다. 평생 교회 종지기로 가난하게 살았지만 자연과 생명. 어린이와 이웃을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은 선생님의 삶이 작품마다 그대로 녹아있다. 다녀온 지 여러 날 지났는데 작고 소박했던 그 집과 작은 화장실이 머릿속에 사진처럼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선생님은 인세만 해도 꽤 되실텐데. 집도 좋게 꾸미고 편리하고 깨끗하게 충분히 사실 수 있는데. 왜 평생 그리 힘들게 사셨을까? 혼자서 불편하고 고생스럽게 사셨을까?성경에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100살에 얻은 아들을 하나님께 바쳐야 하는 시험을 당한다. 그는 열일곱쯤 되었을 아들 이삭을 결박해서 하나님 앞에 제물로 드리려고 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신앙을 확인하시고 급하게 아브라함을 막아서 이삭을 구원해 내신다. 백 열 일곱 살이나 되었을 할아버지가 한창 힘이 좋은 남자아이를 억지로 결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삭은 늙으신 아버지에게 순종하여 스스로 결박해서 하나님께 자신을 드린 것이다. 선생님도 스스로를 결박하셨던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결박해서 가장 소박하고. 가장 단순하게. 그리고 가장 가난하게 사신 것이다. 죽기까지 순종하여 자신을 결박하여 하나님께 드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모습이 보인다. 그랬기에 선생님은 병마로 쓰러지기 전까지 첫 마음을 잃지 않으실 수 있었다. 가난하고 작고. 여린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들과 대화를 통해서 맑은 영혼을 지니고. 그 맑은 기운을 탁한 세상에 자꾸 흘려보내실 수 있었다. 선생님의 글을 통해 오염된 구정물에 그나마 맑은 물이 부어지고. 그 탁한 물이 조금은 정화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자신을 위해 한 푼도 쓰지 않고 그대로 통장에 모아둔 인세 10억원을 어린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북쪽에 굶주리는 아이들과 아프리카와 중동. 티벳의 아이들도 걱정하며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주십시오.”라는 유언을 하셨다. 선생님의 유언에 따라 <권정생 어린이 문화재단>이 만들어져서 국내외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선생님 집 마당을 수놓고 있던 토끼풀이며 질경이들도 생각난다. 잔디로 깔려있지 않았다. 그저 돋아나는 풀들이 정겹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잔디로 덮으려면 다른 잡풀들은 모조리 뽑혀져야 하고. 사라져 버려야 한다. 아마 생전에 선생님은 풀들도 자기 생긴 그대로 자라도록 하셨던 것 같다. 잡풀 그대로 있으면서도 정갈해 보이고. 정겨웠던 그 집 마당과 선생님의 작은 몸과 같은 볼품없는 흙집이 자꾸 눈에 밟혀 나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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