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TalkTalk104회 야생이라 더 건강한 참비름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 참비름강원도 춘천에 외가가 있었다. 방학만 하면 가방을 집어던지고 바로 경춘선 열차를 타러 달려가곤 했는데 이제는 반겨줄 조부모님이 안 계시다. 여름방학의 외가 풍경에는 찬 밥 물에 말아 된장에 찍어 먹던 풋고추의 맵고 달달한 밥상도 있지만 텃밭에 나가 앉아 고추밭이나 오이. 가지밭 고랑 사이에 자라나고 있던 비름나물을 뜯는 그림도 빠질 수 없다. 씨앗이 맺히지 않은 어린 순만을 골라 따야 하지만 금방 바구니 하나 가득 차 오르는 재미가 있는데 재배하는 작물보다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김을 매고 돌아서면 어느 사이 또 다시 자라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생명력 강한 비름나물을 여름방학 무렵에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봄이 되면 마트의 진열대 위에서 냉이. 달래와 함께 만나게 되니 서글프다. 하우스 속에서 대량으로 재배하여 이른 봄에 출하를 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지 제철에 노지에서 채취한 것에 비할 바가 못 될 만큼 독특한 맛이라고는 찾아볼 수 가 없다. 비름은 뜯어서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쳐 먹는다. 나물을 무칠 때는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매콤새콤달콤하게 초고추장을 넣고 무쳐도 좋고. 깔끔하게 집간장을 넣고 무쳐도 감칠맛이 끝내주며. 들기름과 함께 된장을 한 술 넣고 무쳐도 투박한 구수함이 입맛을 돋운다. 가끔은 된장국으로 끓여 먹어도 좋다. ▲ 참비름 나물비름은 한방에서 현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약재이기도 하다. 성질은 약간 차지만 독이 없고 맛이 달기 때문에 식재료의 이름으로도 우리의 밥상에도 오르는 것이겠지만 적당히 먹으면 몸의 열을 내려주고 해독하는 작용이 있다. 목이 아플 때나 급만성장염에도 효과가 있으며. 뱀이나 벌레 물린 데에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름의 씨앗은 고농도의 나이아신을 함유하고 있어 곡물의 아미노산 결함을 보충할 수 있다. 성장발육이 한창인 청소년기에는 꼭 필요한 식물이라는 의미도 된다. <본초연의보유>에 의하면 비름은 혈을 아래로 내리며 또 혈분으로 들어가 잘 달리게 되므로 쇠비름과 함께 복용하면 하태(下胎)함이 묘(妙)하니. 출산 시기에 있는 사람이 먹으면 쉽게 출산한다고 하였다. 또한 산후에 비름을 넣고 죽을 쑤어 먹으면 산후의 어혈복통이나 오로의 순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설사를 하는 사람이나 변이 묽은 사람과 임부는 신중하게 먹어야 한다. 농가월령가를 살펴보면 지금 우리의 밥상에는 올라오지 않는 많은 산야초들을 반찬으로 해먹었던 기록이 보인다. 지금은 농가월령가나 여타의 고문헌 속에 등장하지 않는 채소들이 우리의 밥상에서 사랑 받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으며.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먼 외국으로부터 유입된 새로운 식재료들에 열광하는 모습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 인체와 자연스럽게 상응하면서 밥상에 오르던 식재료들이 평가절하 되고 있는 모습은 더욱 자주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비름처럼 재배하지 않아도 그 건강한 생명력으로 우리의 밥상을 지켜주는 것들을 제철이 아닌 때에 하우스 속에서 키워 먹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름방학이면 달려가 뜯어먹던 그 비름나물을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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