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102회나무인지 풀인지 알 수가 없네. 그 나물 땅두릅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 땅두릅음식을 먹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강렬한 욕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먹어온 음식에 대한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음식들은 밥상에서 늘 만나고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지면서 먹었기에 나이를 먹을수록 더 생각나고 먹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때로는 성인이 되어 뒤늦게 먹게 되었으나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계속 생각나게 하는 특별한 음식이 있기도 하다.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외조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늘 오가던 강원도 춘천은 살면서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찾게 되는 위안처이며 다르게 표현하면 내 미각의 시작과 끝이 되는 유일한 장소다. 그곳 춘천에서 이른봄에 먹을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런 밥은 살짝 데친 두릅이 초장과 함께 밥상에 올라오는 것이었다. 가끔 개두릅이라 불리는 엄나무 순을 먹기는 하였지만 땅두릅. 땃두릅이라고 부르는 또 조금 다른 두릅류의 나물을 먹어본 기억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 땅두릅 나물과는 다르게 우리 가족만 먹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나이를 꽤 먹고 보통의 사람들보다 음식에 관심을 조금 더 가지게 되고 나서야 땅두릅이라 불리는 독활의 어린 싹을 먹게 되었는데 그 아삭하고 혀끝에 뒤로 남는 쌉쌀한 맛을 쉽게 잊을 수 없어 봄만 되면 찾아 나선다. 이름 뒤에 두릅이라는 꼬리표가 알려주듯이 두릅나무과로 분류되는 땅두릅은 혈압을 내리고 혈액의 응고를 촉진시키며 풍습으로 인한 수족마비나 수족경련. 류머티스관절염 등에 쓰이는 한약재 독활(獨活)의 어린 순이다. 줄기가 곧게 자라면서 바람에 잘 흔들리지 않는다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 독활이라고 하며 매년 줄기가 말라 없어지기에 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은 산삼처럼 장수하는 나무식물이다. 이른 봄에 산에 가서 말라죽▲ 땅두릅 장아찌은 줄기 부근의 흙을 살살 헤치면 붉게 올라오는 새순을 만나게 된다. 요즘은 땅두릅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어 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약재로 더 많이 알려진 식물이 진화하여 점차 밥상을 점령하게 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편하게 조리하는 방법으로는 땅두릅을 옅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과 함께 먹는다. 또 표고버섯. 다시마 등과 함께 맛난 국물을 만들어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하고 집에서 담근 간장으로 간을 한 밀가루 반죽을 입혀 전으로 부쳐먹는 등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신선한 잎을 구하기 쉬운 농가에서는 된장. 고추장과 함께 생식을 하기도 하니 도시에서 여러 가지 채소들로 녹즙을 내려먹는 사람들이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땅두릅 하나만을 새콤하게 간을 맞춘 간장에 담가 초절임으로 즐기기도 하는데 이때 같은 과로 분류되는 참두릅. 개두릅 등과 함께 섞어 장아찌로 담가 먹으면 첫 맛은 새콤달콤한 간장 맛이나 뒤로 느껴지는 각각의 독특한 향과 풍미가 재미있고 좋다. ▲ 땅두릅 전봄에 올라오는 어린 순을 다른 잎들과 함께 덖어 두었다가 지치고 힘들 때 차로 우려 마시면 쌉싸레한 차향이 가라앉은 기분을 좋게 한다. 뿌리를 캘 수 있으면 잘게 썰어 말려 뿌리의 3배 정도 되는 양의 소주에 담가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였다가 반주로 조금씩 마시면 그 향이 별스럽고 약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겨울이 길다고. 봄이 언제나 오느냐고 수선을 떨다가 돌아보니 어느 사이 여름이다. 식물들이 상하지 않게 조금만 새순들을 얻어다 갈무리를 해두어야지 하면서 종종거리던 걸음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봄은 인사도 없이 가버려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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