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 지리산 여행기 127편다볕…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함양 민요 지키는 이점수 할머니삶과 노래 인생 안의(면) 밤하늘. 언제 바라보아도 깊고 푸르르다. 안의 기와 안의갈비찜 집 옆 퇴락한 한 가옥에서 장고 소리가 딱 딱 따그르르르… 박태성 고수! 이어 할머니의 구전 민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에도 향기가 있다. 할머니 집 마당에 서성이며 할머니 향기 나는 소리에 마음을 기울여본다.“♬대천지 한바닥에 뿌리 없는 낳기로다/ 한 가지는 달을 열고 한가지는 해가 열어/ 달은 따서 안을 집고 해를 따서 겉을 집어” 국창 김영임 안숙선만 알고안의 할머니는 모른다고?# 최상일은 MBC 라디오 PD다. 1981년 입사. 한평생 이 땅을 무른 메주 밟듯 돌아다니며 사라져 가는 우리 구전민요를 찾아 기록하는 일에 몰두했다. 1991년 특집 프로그램 <풍물굿. 자연과 인간과 신령과의 만남>으로 ABU(아시아 태평양방송연맹)의 방송문화(Hosobunka)상을 수상했다. 최근 <사라져 가는 옛 삶의 기록.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를 상재했다. 어느 날. 최상일 PD가 필자에게 옛사람들이 불렀던 ‘줌치’를 소개했다.줌치란 여자들이 한복을 입을 때 노리개 삼아 허리춤에 달고 다니는 주머니를 말한다. 최상일 PD의 말이다. “줌치는 울긋불긋한 원색의 천으로 만들어 예쁜 수를 놓지요. 돌잔치나 환갑잔치에 줌치를 선물하는 풍습이 아직 남아있답니다. 경남 거제군 장목면 시방리에서 줌치 노래를 채취했는데 그 노래 한번 들어보세요” <♬ 밀양이라 영남숲에 뿌리 없는 남기(나무가) 나서/ 그 나무 열매가 열어 무슨 열매 열었던고 별과 달이 열었다네/ 별은 따서 안을 엮고 달은 줌치로 집어(기워. 수를 놓아)∼ ♬>“노랫말이 기가 막히잖습니까? 별과 해를 따서 줌치를 만들어 무지개로 끈을 달아맨다? 대단한 노랫말입니다. 함양에도 그런 구전민요가 있을 겁니다. 사라져가려는 우리 민중들의 소리 우리 후학들. 잘 보전해야 합니다” # 함양에도 줌치노래가 있다. 연전. 전영순 문화해설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안의 이점수 할머니 구전민요 시연회 꼭 참석요망’이점수 할머니가 누굴까?국악분야 문외한. 필자는 전영순 해설사를 만나 이점수 할머니에 대한 이력을 전해 들었다. “함양의 보물이시죠. 한평생 아무도 돌보지 않는 구전민요 곡과 노랫말을 채취. 또 시창하신 할머니랍니다. 구 선생님(필자) 줌치 노래 들어보셨어요?”“국창 김영임의 <회심곡> 안숙선의 <흥보가>는 들어봤지만. 줌치 노래는 잘 모르겠네요”“월요일(4월23일) 밤. 안의 할머니 자택에서 소리를 하신다니 꼭 들어보세요” 안의(면) 밤하늘. 언제 바라보아도 깊고 푸르르다. 하늘을 바라보니 새침데기 초승달이 별 아래 놓여져 있다. 안의 기와 안의갈비찜 집 옆 퇴락한 한 가옥에서 장고 소리가 딱 딱 따그르르르… 박태성 고수! 이어 할머니의 구전 민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에도 향기가 있다. 할머니 집 마당에 서성이며 할머니 향기 나는 소리에 마음을 기울여본다. "대천지 한바닥에 뿌리 없는 낳기로다/ 한 가지는 달을 열고 한가지는 해가 열어/ 달은 따서 안을 집고 해를 따서 겉을 집어/ 상벙 떠서 상침놓고 증벌 따서 증침놓고/ 무지개로 선을 둘러 당사실로 귀 빰 차서…"손바닥 보다 작은 줌치(허리춤에 달고 다니는 주머니) 하나 만드는데 해와 달. 무지개를 동원한다. 이 얼마나 장엄한 노랫말인가?줌치노래를 마치고 잠시 휴식. 할머니에게 다가가 국악에 대해. 할머니 삶에 대해 몇 마디 물어 보았다.“내 나이. 1933년 12월 생이다. 우리 영감님 내 나이 50때 마. 죽어 뿌렸다. 할배. 안의서 몇 손 안에 드는 갑부였지. 나락장시(쌀장수)해갔고. 함자가 뭔고 하몬 호는 가람. 김석기. 내 호? 미정(美貞) 아름다운 미. 정숙할 정. 나는 거창 궁농실서 태어났는데 나이 수무하나 때 이 할배 각시가 돼갔고 내조만 하고 살다. 으하하! 우리 할배가 한량 중에 한량잉기라. 만날 기생들캉 ♬ 농월정 동호정 가서 청산리 벽계수야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상청하리라♬ 시조를 해싸몬서. 나는 그 소리 청승맞아. 마치 초상집 곡소리 같아 참 듣기 싫더니만 그기 뭐가 그리 좋은 지. 나는 그 소리 참말로 몰풍(沒風)시럽더만… 할배는 시조를 그리 좋아해? 만날 시조창 부르며 한평생을 산 할바시(영감)잉기라” ▲ 할머니 일행이 동풍가를 부른다. 동풍가는 세마치(양산도) 장단에 맞춰 부리는 흥이 나는 소리이며. 걸궁소리. 줌치소리. 첫날밤소리는 굿거리 장단에 맞춰 부르는 소리고서. 이러한 소리들은 이 지방 여인네들의 한과 원 사랑과 미움 등이 진솔하게 나타나 있으며. 해학적인 표현이 한층 돋보이기도 한 소리이다.# 그랬던 할머니가 우찌해서 구전민요에 신명을 바쳤을꼬? "으흐흐흐. 원래 난. 말이야. 가격(家格) 있는 집안의 며느리였는디. 허참. 할바시가 혼자 소리하는 게 심심했는지 틈틈이 나한테 소리를 갈차 주능거라. 그래서 마 할배헌테 전염되뿡기라. 그래서 소리를 알게 되어 평생 이 소리를 하지. 지금 몸도 많이 아픈데 계속 소리를 해. 왜? 함양의 보물인 구전민요를 지키기 위해서 그 일념(一念)으로!"필자는 그 할배캉 할매캉 오순도순 두 손 꼭 잡고 소리하는 모습을 연상해봤다. 안의 광풍루 마루에 앉아 소리를 하는 두 노부부. 소리를 마치고 나서 두런두런 홍연대소(哄然大笑)!필자가 이점수 할머니에게 이렇게 그 당시 모습을 재현해주자 할머니 파안대소하며 하신다는 말이. “아. 무정한 할배 나 두고 혼자서만 극락정토 가고. 그 할배 극락 가서도 선녀들캉 시조하고 있을끼다. 자. 한 곡 더 불러보자” 함께 구전민요 공부하는 한 젊은 아낙이 할머니에게 방문 밖에 엎드리어 공례로 큰절을 한다. 또 다른 공부 친구들도 할머니 옆에 앉는다. 한영자. 박순달. 박판순. 김분이 제씨(諸氏). <나캉나캉 만날적에 열두나보랑 채흴밑에/ 꽃병풍 둘러치고 사모관델 내가씨고/ 족두리랑 당신이 씨고 청실홍실 걸어매고/ 알압대추 끼어놓고 암탁수닭 마주 놓고/ 북향재배 하실 적에 백년삼이 지은 맹세. 화초공방 빈방에 다만 둘이 누웠으니> 필자는 이 대목에서 침을 꼴깍! 화초공방 빈방에 다만 둘이 누웠으니… 아. 잠시후면 역사적인 운우지정(雲雨之情) 한바탕이 시작되겠구나. <첫날저녁 사랑이던가! 주물상을 받아놓고 당신 잡소 내가 먹소 (중략) 새벌같은 요강단지(하략)> 함양구전민요 <첫날밤> 마지막 노랫말 기가 막히구나!주물상 위에는 미약(媚藥)성분 합환주가 있었겠지. 얼씨구. 거북아거북아. 내 목을 내놔라 운우지정을 치른 후 새 신랑 낯이 벌게진 상태에서 방 한 켠 요강단지로 가 시원하게 오줌을 누겠지. 새색시? 물론 사용했겠지. 새댁 말이여. 서방님 인기(人氣)를 올마나 받아먹었으면 얼굴이 붉었다못해 원기상화(元氣相火)로다! 함양구전민요 <첫날밤> 마지막 노랫말을 듣고 필자는 요절복통하고 말았다. <요강단지 울목에다가 밀쳐놓고 물명주 단속곳 녹초 됐네. 얼시구나 좋다 지화자 좋네 아니노지는 못하리라>단속곳이 녹초됐다? 야. 함양구전민요 <첫날밤> 증말 야하디 야하다! 이 말에 이점수 할머니 “원래 구전민요는 우리 같은 하찮은 년놈들이 부르는 노래라 가사도 넘 눈치 안보고 막 갈겨. 조토없는 놈(권력가)들 어깨 힘주고 고급문장 쓸 때 우리는 속에 있는 생각 그대로 사용하능거라. 그래서 구전민요를 가리켜 민초들의 진정한 생명력이 깃든 예술이라 안 카나” ▲ 질굿내기는 ①『길+굿+내기(접미사)』로 보는 견해와 ②『길군악 > 질구낙(구개음화. 연음) > 질구낙 + 이(접미사) > 질구나기(연음) >』로 보는 견해. 그리고 ③『질+굿+내기+(경쟁의뜻)』. 즉 길에서 소리굿판을 벌여 서로 누가 잘하는가 『내기』를 한다는 데서 유래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할머니. 함양구전민요 특색은 뭔가요?“에헴 그 모시기냐. 지역적으로 고찰해 보몬 함양은 전라와 갱상의 경계라. 경상도 민요의 메나리 가락에 호남 육자베기 토리가 조깨이 삽입되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다른 지방에선 들어볼 수 없는 독특한 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본다 이 말씀이오”-함양들놀이 질굿내기 소리 있잖습니까? 그 노랫말 속에. 용추계곡과 하늘에 핀 달이 등장하던데. 어때요. 밤 깊을 때 용추계곡에서 전국 민요 마니아들 집합시켜 놓고 한바탕 시연회를 하시는 게?“이보소 젊은이. 말만하지 말고 즉각 시행하소. 그렇게 하몬 독일 ZDF. 미국 CNN에서 특별취재 할끼요”-아니 할머니 ZDF를 우찌 아십니까?“허허 이 양반 나 이래뵈도 민요분야에서 전국적 스타요. 함양서만 날 몰라주지”이 말에 수강생 박 여사 “맞습니다. 할무이는. 함양의 공옥진입니더”이 말에 할머니 신이 나. 어깨춤 들쑥날쑥하며 함양 질굿내기 부르는디. 보소. 박태성 고수 장고를 멋지게 치더라구. 우리 다함께 함양 질굿내기 부르며 이 밤을 즐겨 보입시더! 용추계곡 네 잘있거라명년 춘삼월 또다시 만나자춥나덥나 내 품에 들기라벨 것이 없으면 내 팔에 베여라오동추 달이 밝은데 님 생각이 절로 나네세월 내월 가∼지 말 어라 알뜰한 청춘 다 늙어 가∼노라◆ 함양 전래민요를 굳건히 지키는 이점수 할머니에게 찬사를 보낸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장고 고수 박태성에게 묻는다함양들놀이 소리어떻게 해서 탄생됐나? “함양은 자연 경관이 수려한 곳으로 이러한 자연을 벗삼아 아녀자들은 들놀이를 즐겼다. 울창한 활엽수가 10여리 뻗어 있는 상림숲. 그리고 화림계곡. 특히 안의 용추의 40리길 계곡은 기암절벽과 잡목 그리고 냇물과 폭포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뽑아낸 것처럼 절경을 이루고 있다.이곳에 곡우 때가 되면 곡우물을 마시기 위하여 인근 마을 곳곳에서 여인네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곡우물을 마시고 맑은 계곡물에 머리를 감으며 놀이를 즐겼다.빈부 귀천이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용추사 부근을 자연스럽게 큰 장시(場市)가 형성되었으니 국밥장수. 술장수. 엿장수. 방물장수. 떡장수 등등 각종 상행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 졌다. 장시가 이루어짐으로써 여러 가지 놀이도 성행했는데. 탈춤놀이도 행해졌다는 구전이 있으나 탈의 형태 등에 대한 정확한 고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귀가하는 사람들 중에는 고로쇠물을 항아리나 동이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기도 하는데. 미쳐 고로쇠물을 먹으러 오지 못한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가져온 고로쇠물을 나눠주기로 한다. 집으로 들어가는 여인네들은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 용추 계곡 40리길 노정이 멀고 지루하여 걸어가면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굿판을 벌리기도 했는데 소위 소리내기 판을 벌렸다. 다른 패들에게 이기기 위하여 한껏 흥을 돋우고 신명을 내었으니. 여인네들의 노래 소리가 용추 40리 계곡을 꽉 메우고도 남음이 있었다.이러한 들놀이를 통하여 여인네들은 속박된 생활에서 오는 해방감을 한껏 만끽하고. 생활에서 오는 모든 고충과 한을 소리에 담아 풀어냄으로써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활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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