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지영목사 벚꽃의 계절이다. 온 세상이 벚꽃으로 온통 하얗다. 그래서 운전을 하면서도 연신 탄성을 지르게 된다. 겨우내 이 많은 꽃들이 어디 숨어 있다가 우리의 가슴에 벅차고 황홀함을 선사하는지.. 창조주의 솜씨는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함양군에서 벚꽃길로 알려진 백전에서 함양 가는 길을 오로지 벚꽃을 보기 위해 차에 몸을 싣고 달렸다. 평소 같으면. 다른 목적을 위해서만 오고가는 길이였지만. 함양 내려 온 후로 오로지 벚꽃만을 보기 위해 백전길을 드라이브 한 일은 처음이다. 내심 걱정이 된 것은 앞에서 운전하는 분이 혹시 벚꽃에 취해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금은 조마조마했지만. 능숙하게 운전을 해 주셨다. 짧은 벚꽃 축제가 방금 끝났는가보다. 그러나 여전히 벚꽃은 봄 햇살과 더불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우리를 위해 향연을 베풀어주었다. 한번 슬쩍 차로 지나치는 게 아까워. 차를 잠시 주차장에 세워두고 한가로이 걸었다. 봄바람이 살랑거릴 때. 헤아릴 수 없는 잎들이 방울방울 꽃비가 되어서 길가와 밭을 수놓는다. 가장 화사한 모습으로 피었다가. 때가 되어 흔적도 없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 단촐하고 흔적도 남기기를 거부하는 자연의 겸손함 앞에서 다시금 머리를 숙이게 된다. 우리 인생이 벚꽃과 같지 않은가! 우리 인생은 잠깐 피었다가 지는 벚꽃을 닮았다. 그러나 잠깐 피었다가 지면서도 사람들은 왜 그리 흔적 남기기를 좋아하는지... 언젠가 화림동 계곡을 따라 걷는 산책 길이 있어서 참 행복했다. 요즘 농촌도 온통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깔아놓은 길을 밟고 다니는 일이 더 흔한데. 길은 어릴 때 추억을 내게 주어서 더욱 감흥에 젖어 걷던 길이다. 어릴 적 소달구지가 한가로이 지나가던 길을 생각하게 하는 자연 흙 길이였다. 길가엔 풀과 어우러져 다시금 또 걷고 싶은 자랑할 만한 그런 길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그 정감 가던 그 길은 모두 흙을 파헤쳐지고. 어느 새 시멘트로 두텁게 발라버린 삭막한 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또 하나의 우리 옛 길을 잃어버리는 슬픈 마음이 들었다. 벚꽃은 가볍게. 나비처럼 우리 곁에 왔다가 지나가지만. 사람들은 무겁게 늘 흙을 파내고 덮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창조주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을 그대로 살리고 보전하는 세심한 마음이 벚꽃을 보면서 더욱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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