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목사 김지영 요즘은 별로 의식없이 지나가지만. 어릴 적 내 기억에는 종종 갑자기 급박하게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가 어린 나를 두렵게 한 것 같다. 사이렌이 울리면. 아이들은 전쟁이 터진 것처럼 방공호로 꼭꼭 숨어들어 쥐죽은듯이 있어야 했다. 마치 누군가 숨어있는 우리를 발견하면 우리는 끝장인 것처럼 숨죽이고 앉아서 내 그림자까지도 숨겨야 했다.사이렌은 경고의 소리다. 고음으로 날카롭고. 길게 왱∼ 하니 내지르는 소리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우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디선가 불이 났든지. 적기가 출현했든지 등등 불길한 상상을 한다.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지만. 희랍신화에 보면. 사이렌이라는 요정이 나온다. 사이렌은 매우 감미로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홀려서 배가 암초에 걸려 파선하게 만드는 미혹의 요정이다. 사이렌 소리를 듣는 자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이 그 노래에 유혹 당한다. 그러나 고향으로 배를 타고 돌아가던 율리시즈는 자신을 시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노를 젓는 선원들은 모두 밀랍으로 귀를 막게 하고. 자신의 귀는 열어두는 대신 몸은 배에 묶게 한다. 배가 섬 옆을 지나갈 때. 유혹하는 노래를 듣고 율리시즈는 발버둥을 치면서 자기를 풀어주라고 고함을 친다. 그러나 선원들은 듣지 못하기에 배는 그 섬을 무사히 지나가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의 귀를 유혹하는 사이렌을 듣는다. 그 소리는 결코 날카로운 경보가 아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소리다. 재물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거라는 소리들. 물질만이 나를 안전하게 해 준다는 소리들 때문에 사람들의 욕망은 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앞에 우뚝 서 있는 산을 함께 보고. 함께 누리는 자유에서 이제는 돈으로 환산되고. 인간의 소유물로 삼으려 한다. 그 산 속에 살고 있는 무수한 나무와 꽃과 흙과 생물들은 간과되고 오직 정상에 오르려는 욕망으로만 가득 차 있다. 자연으로부터 겸손을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인간의 부와 쾌락을 위한 이용가치로만 본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를 그럴 듯한 달콤한 노래로 유혹하는 사이렌일 것이다.그 사이렌 소리를 따라가는 것은 배가 결국에는 암초 덩어리에 파선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럴 듯하게 들리는 유혹의 사이렌에 귀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이 갖는 끝없는 물질의 욕망. 소유의 욕망에 울리는 자연의 긴박한 경보를 들어야 한다. 산과 강과 공존해야 할 자연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의 소음 때문에 두려워하는 작은 생물들의 울부짖음을 들어야 한다. 누군가 시적으로 표현했듯이 강변에 흔들리는 풀잎에도 하늘의 별이 흐느끼는 섬세한 소통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Select count(idx) from kb_news_coment where link= and !re_id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