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희수 목사한동안 폐관되었던 거창 영화관이 작년 12월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영화를 보지 않으면 폐관이 되었을까 싶어서 안타깝고 나 역시 동조한 사람 같아서 미안했는데. 다시 문을 여니 반가웠다. 얼마 전 설날을 겨냥해서 많은 국산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겨서 영화관에 가니 마침 <댄싱퀸>이라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인 황정민과 엄정화는 대학생이 되어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결혼하였다. 황정민은 7년 만에 겨우 사시에 합격하여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엄정화는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댄스 가수의 꿈을 접고 동네에서 에어로빅 강사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그러나 가수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남편 몰래 서른아홉의 나이에 친구와 함께 <슈퍼스타K>에 도전한다. 물론 떨어진다. 그러나 기획사 매니저의 눈에 띄게 되어 여성 걸 그룹 댄싱퀸의 멤버가 된다. 한편 남편 황정민은 우연하게 전차에 뛰어든 사람을 구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정의로운 사람. 인권변호사로 뜨게 된다. 이 때 참신한 인물을 찾고 있던 정치권에서 손짓을 하게 되고. 황정민은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뛰어들게 된다.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가진 황정민은 지지율이 급상승한다. 그런데 후보경선 하루 전 상대후보 진영에서 엄정화가 댄스가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폭로하겠으니. 후보 사퇴하라고 협박을 해왔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황정민은 놀라서 아내를 찾아가서 그만두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정화는 “당신의 꿈만 꿈이 아니야. 내 꿈도 소중하다구!”라고 소리치며 운다. 다음 날 후보 경선장에서 상대 후보는 황정민 후보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엄정화의 사진을 공개하고 아내를 잘 다스리지 못한 후보가 서울시를 잘 다스리겠느냐고 질타한다. 이 때 황정민은 자신의 꿈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아내의 꿈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를 지키기 위해 아내를 변호하는 발언을 한다. 순간 시끄럽던 장내가 조용해지며 사람들은 황정민 후보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아내는 지금까지 자신의 꿈도 접은 채로 나의 뒷바라지를 해온 헌신적인 사람입니다. 저는 그런 아내에게 또다시 나를 위해 희생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가족은 다스려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시민들은 다스려야 할 사람들이 아니고. 손을 맞잡고 함께 가야 할 소중한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장내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황정민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영화는 댄싱퀸의 멤버로 활약하는 엄정화의 노래와 춤으로 마무리된다. 80년대와 90년대의 장면들은 추억을 자극하고. 순간순간 웃기면서도 코끝이 찡해오는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아마 이 땅의 수많은 아줌마들은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남편 내조하느라. 아이 키우느라 내 꿈은 늘 뒷전이었을테니 말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접어두었던 꿈을 다시 떠올려 보니 아쉬움이 울컥거린다. 아∼ 옛날이여. 영화 속 엄정화 나이만 되어도 좋으련만......숙명여대 이만열 명예교수는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아내가 공부하고 싶다고 의사 표시를 했던 그 유일한 기회를 제때 도우지 못한 후회는 늙어갈수록 더하다. 한 인간의 자기성장 가능성이 결혼 때문에 막혀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계속 짓누르고 있다. 결혼이란 애정을 바탕으로 서로 도와 인간적인 가능성을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오히려 그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구실이 되었던 셈이다. 남편의 사회적 활동과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는 희생해야 한다는 전근대적 고정관념이 내 가정에도 그대로 묵수되었으니 그 또한 후회스럽다.”결혼과 함께 아내의 꿈을 접게 만든 노교수의 후회가 절절하게 전해오지 않는가? 지금까지 이 땅의 어머니들과 누이들은 아들과 남동생을 위해 헌신해왔다. 수많은 남자사람들이 여자사람들의 땀과 희생을 즈려밟고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가정은 누구의 희생 위에 피워 올리는 장미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남편들이 이만열교수처럼 땅을 치며 후회하는 인격을 소유한다면 늦지 않으리라. 영화 속 황정민이 아내의 꿈도 소중하다고 말하며 가족은 함께 가야하는 소중한 존재라는 말이 귓전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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