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83회다문화로 나누고 즐긴 축제의 음식. 떡 ▲ 다문화가족과 떡 만들기우리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을 일러 식구라고 하면서 결속력과 폐쇄성을 강조하느라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라는 연결고리로 친밀함과 운명공동체적인 관계를 만들어간다. 친분을 돈독히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땐 예외 없이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말로 상대와 내가 밥상을 같이 받는 특별한 관계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다시 말해 밥은 미묘하고도 특별한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하지만 떡은 다르다. 사람이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떡과 만나는 경험을 백일이라는 이름 붙은 날에 하게 되는데. 이날 선조들은 백설기라 부르는 흰 설기떡을 쪄서 백 사람에게 나누어주며 태어나 백일이 되는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였다. 그리고 돌이 되면 액운을 막기 위해 붉은 수수와 팥으로 만든 떡을 만들어 어린아이에게 먹이고 이웃들과 나누면서 태어나 일 년을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에 대한 덕담을 나누었다. ▲ 맛있는 찹쌀 경단설이나 추석 명절에는 떡을 해서 이웃이나 친지와 나눠 먹는다. 이사를 하거나 개업을 해도 떡을 해서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떡을 나누어 먹는다. 결혼을 하거나 회갑. 칠순 등의 잔치에도 어김없이 떡은 등장한다. 기원을 담은 떡을 돌리면서 마음을 전하면 예의 떡을 받아먹은 사람들은 빈 접시에 ‘잘 돼라’는 덕담을 담아 돌려준다. 그러므로 떡은 나누는 사람이 제한적인 밥과는 달리 세상사람 누구라도 같이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음식이다. 오늘은 함양지역에 사는 결혼이주민여성들과 함께 나누는 음식인 떡 만들기를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어머니를 따라온 아이들이 있어 수업은 떠들썩하니 더 재미있었는데. 아이들의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같이 만든 떡을 나누어 먹고 헤어졌다. 수업을 통해 나는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해주셨고. 내가 내 딸아이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까지 해주었던 수수팥떡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는 그녀들의 아이들에게도 해주었으면 하는 나의 희망도 같이 말해주었다. 팥의 붉은색. 수수의 붉은색이 어린아이들에게 찾아올 수 있는 역귀를 쫓기 때문에 무병장수 하라는 부모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떡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를 그녀들이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오늘 같은 수업을 통해서나 주변 어르신들의 가르침 속에서 겨울에는 수수나 팥을 곁들이는 찰떡을 해먹고 찰밥을 해먹는 이유를 차츰 알아갈 것이다. 여름에는 왜 보리밥을 해먹고 증편이라는 이름의 떡을 해먹는지도 알아가게 될 것이다. ▲ 집에서 찐 절편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고물로도 떡을 만들었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서 검은깨를 고물로 쓰는 떡이 흰머리를 검게 해주고 시큰거리는 무릎에 힘을 더해준다는 것을 알게 될 즈음이면 다문화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족과 함께 하는 한국식 건강요리>라는 이상한 이름의 요리교실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변하지 않게 지켜가야 하는 우리의 훌륭한 음식철학과 음식문화를 그녀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스러운 시간이었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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