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TalkTalk82회 대추나무에 사랑 걸린 사연 ▲ 대추나는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 어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재미와 함께 듣고 흘려버리고 싶지 않은 귀중한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동영상으로 남겨 놓기도 한다. 된장을 담글 때 잊지 않아야 할 것. 김치는 어떻게 보관하는지. 장아찌를 숙성시키는 어머니만의 비법 등이 하나씩 남겨지는 재미가 쏠쏠하여 자주 어머니를 괴롭히게 된다. 어머니와 나눈 이야기 중에 흥미로웠던 것으로 대추나무 시집보내기가 있었다.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는 정월대보름이 지나고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기 전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시기에 Y자 모양의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돌멩이를 하나 끼워 넣는 것이라 하셨다. 대추가 많이 달리라고 하는 행사였지만 그것이 남녀의 사랑하는 모습과 비슷하므로 옛 어른들은 대추나무를 시집보낸다고 불렀다고 하시며 어머니는 얼굴까지 살짝 붉히고 빙그레 웃으셨는데 그 웃는 모습에서 세월을 거슬러 올라 수줍던 젊은 시절 어머니의 마음 속 불꽃 하나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그야말로 대추나무에는 다산(그것이 대추이든 자손이든)의 기원을 담은 우리 선조들의 익살스런 사랑이 걸리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의 대추농사를 짓는 농부들도 그런 행사를 하는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대추차<고려사>와 <동국이상국집>에 밤과 함께 대추를 제사에 썼다는 것이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부터 심어졌던 것이라 추측되는 대추는 약재나 과일 외에 구황식물이나 군량으로도 쓰였다 한다. 조율이시(棗栗梨枾)라 하여 제사상에 가장 먼저 오르며 폐백 때에는 자손의 번창을 바라며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던져주는 대표적인 기원의 과일이 대추였다. 불로장생을 추구하던 진시황이 만나고 싶어했던 안기생(安期生)이란 신선이 있었는데 참외만한 대추를 먹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에 나온다. 이순을 넘기고도 피부에 탄력이 있고 머리가 검었던 서태후의 미용 비결도 식사 때마다 대추를 챙겨 먹었던 것이라고 한다. 노화를 방지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비타민 C의 함량이 귤의 7∼8배나 된다고 하니 서태후의 미용비결은 현대인들에게도 권할만한 것임이 틀림없다. 대추는 당질의 함량이 높고 100g당 86kcal의 열량을 내므로 허기를 채워주고 힘이 나게 한다. 게다가 다른 한약재의 독성을 완화시키고 약성을 조화롭게 하므로 한약의 처방에 있어서는 감초와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약재 중의 하나이다. 또한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독이 없어 음식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있는데 몸이 허약하고. 기운이 없고. 신경이 예민하고. 잠이 안 오고. 밥맛이 없고. 대변이 묽을 때 먹으면 효과가 있다. 갱년기 여성의 우울증에도 먹기를 권하고 심신불안으로 오는 히스테리에도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먹기를 권해보고 싶다. 대추는 대조(大棗) 또는 목밀(木蜜)이라 불렀는데 나무가 단단하므로 우리의 선조들은 떡메. 떡살. 수레. 방망이 등을 만드는데 사용하였고 대추의 붉은 색이 악귀를 막아준다 하여 관혼상제의 다양한 음식에 썼을 뿐 아니라 도장을 만들어서 몸에 지니고도 다녔는데. 특히나 벼락을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도장이나 부적은 하늘의 기운까지 더해져 병마가 범접할 수 없는 상서로운 것으로 알려져 현대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귀한 물건이다. 일석 이희승 선생은 비록 체구는 작지만 야무진 사람이라 친구들 사이에서 대추씨에 비유되어 조핵(棗核)공으로 불려다 한다. 모질고 단단한 사람을 일러 대추방망이라고도 한다. 모질지는 않되 대추나무처럼 야무지고 단단한 사람으로 살기는 해야겠다. 바깥 날씨가 제법 차다. 따끈한 차 한 잔이 생각난다. 농도 짙은 대추차 한 잔 앞에 놓고 2012년을 야무지게 설계해야겠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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