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TalkTalk 81회남자의 밥상 남자의 자격이라는 TV프로가 세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남자가 차려주는 ‘남자의 밥상’에 나는 관심도 생기고 특별한 애정도 느껴진다. 우리 집의 한 명뿐인 남자는 아내를 위해 밥상 차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므로 더욱 그렇다.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인재개발재원의 지원으로 지리산 인근에서 6회에 걸친 전통장류 담그기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이곳이 도시가 아니고 농산촌이고 보니 교육생 대부분이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려니와 전통 장류를 사업으로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교육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참여도가 높아져 메주 만들기를 끝으로 6회의 교육이 끝나고 나니 사람들은 서로 개인적인 친분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 교육생들 중에는 남자회원이 세 분이나 계셨는데 모두 얼마나 열심히들 하시는지 무겁고 어려운 것들은 척척 다 해주시니 강의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었다. 그중 한 분과는 집으로 찾아다니며 차를 같이 나누는 사이로 발전을 하였고 그런 탓에 어제는 집으로 초대를 받아 점심을 얻어먹게 되었다. 흑미밥. 시래기된장국. 시래기된장찜. 고들빼기김치. 김장김치. 우엉조림. 굴비구이 등이 밥상에 올라왔는데 국과 찜. 조림에 쓰인 된장과 간장은 교육받을 때 같이 담그고 숙성시켜 나누어 가진 것이라 하였다. 스스로 대견해 더 맛있게 느껴진다던 밥상은 주부인 내가 먹어보아도 어찌나 구수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지 그 집 안주인이 너무나 부러웠다. 밥상을 물리니 직접 썰어 담근 유자청으로 차를 만들어 내주니 그야말로 더 바랄 것이 없는 흡족한 시간을 보냈다. 어제 내가 받은 남자의 밥상에 올라온 반찬들의 양념은 대부분 직접 담은 된장과 간장이었다. 지금은 된장을 직접 담가먹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 민족에게 된장의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증보산림경제> 속에 보면 장(醬)은 모든 맛의 으뜸이요. 인가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어도 좋은 요리가 될 수 없다. 촌야의 사람이 고기를 쉽게 얻지 못해도 여러 가지 좋은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 가장은 모름지기 장 담그기에 뜻을 두고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하여 애초에 장 담그기는 가장의 몫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어쩌면 자신이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으로 간을 하고 양념을 하여 남자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 기쁨은 오래된 골동품을 만난 것과 같은 기쁨하고 견줄 수가 있기도 하다. 요즘은 제법 날씨가 차갑다. 이렇게 차가운 날에는 시래기된장찜이 제격이다. 잘 마른 시래기를 물에 불렸다가 삶아내어 냄비에 담고 굵은 멸치 몇 마리를 같이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은 후 된장을 풀어 푹 지지면 된다. 다른 양념이 필요 없고 어려운 조리 과정도 없는 간단한 요리지만 시래기된장찜은 딱 요즘이라야 제 맛이 난다. 다른 많은 반찬이 필요치 않고 따끈한 밥 한 술 크게 뜬 후 긴 시래기 한 올 건져 밥숟가락에 걸쳐 입 크게 벌리고 먹으면 된다. 그러면서 밥상 건너 앉은 사람의 벌어지는 큰 입을 구경하며 웃으면 없던 밥맛도 절로 난다. 그러므로 김장 때 시래기 엮어 말렸다면 지금 당장 한줄기 가져다 물에 불릴 일이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ggum2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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