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77회 메주. 예쁘기만 하다 콩길음 우거지로 조반석죽 다행하다 /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두소 - 정학유 <농가월령가> 11월령 중에서.농촌에서 살다보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는 다른 삶의 지혜들이 있으니 과학적인 잣대를 가지고 대처하는 귀농한 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으로 그것은 오랜 세월 농촌에서 살면서 몸으로 부대끼며 몸으로 알게 되고 본능처럼 대처하는 힘이 생긴 어른들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삶의 지혜 중 하나는 절기를 따라 사는 것인데. 태양력을 사용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문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음력과 절기를 통해 삶을 꾸려온 어르신들의 먹을거리의 갈무리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도시에서 귀농한 젊은 사람들은 농사일이 끝나면 어디론가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다든가 그동안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들을 시작하지만. 그 터에서 삶을 유지해온 어른들은 봄부터 키워 수확한 콩을 삶아 메주를 쑤고 긴 겨울동안 먹을 청국장을 띄운다. 메주를 잘 만들어야 다음 한 해의 반찬 밑천이 되는 장맛이 제대로 나므로 온갖 정성을 다해 콩을 삶고 찧고 다져서 메주를 만드시는데. 때를 놓치지 않고 메주를 만들어 매달아 두어야 좋은 곰팡이가 번식해 잘 뜨기 때문이다. 옛 문헌에 콩과 장(醬)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황대두(黃大豆)라 불리는 메주콩은 비위(脾胃)를 건실하게 하며 비脾의 기운이 허해서 오는 부종이나 대장이 허약해서 오는 습관성 변비. 골다공증.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종기로 인해 생긴 독 등에 먹으면 효과가 있다. 흑대두(黑大豆)라 불리는 검정콩은 신장의 기운을 더하고 흐릿한 눈을 밝게 해주며 이뇨작용은 물론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간장이나 된장은 짜고 찬 성질을 가졌으나 독이 없으며 위장과 비장. 신장에 기운을 더하며 더위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을 없애주며 임신 중의 요혈(尿血)에 도움이 되며 식중독. 약물 중독. 화상 등에 좋은 효능이 있다.며칠 전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젊은 사람들이 장을 담가 먹고 싶다면서 메주를 만들기를 청해서 갓 수확한 콩으로 메주 만들기를 교육했다. 정성들여 콩을 씻고 불려 오랫동안 불 앞에서 불을 조절하고 아까운 콩물을 넘기지 않기 위해 콩을 삶는 솥 앞을 지키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너나없이 마음이 하나가 되어 손으로 비벼도 뭉그러질 정도까지 삶은 콩을 찧고 다독여 메주를 만들고 짚 위에 가지런히 놓으니 누가 메주처럼 못생겼다는 말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제 메주의 겉이 마르고 좋은 곰팡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짚으로 엮어 처마 밑에 매달고 겨울을 날 것이다. 메주는 장으로 담겨질 날을 위해 자신을 삭히는 시간을 가지겠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집집의 처마 밑에서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멋진 장식품이 되어 빛나고 있을 것이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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