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정교회 조한우 목사지난 주 금요일. 그러니까 11월4일이었다.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에서는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을 초청해서 문학특강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자작시를 낭송해 달라는 부탁을 몇 주 전에 받은 바가 있었다. 부탁을 받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멀리 집을 떠나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간디 고등학교 학생들의 형편을 고려해서 조금은 특별한 시간으로 꾸며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생각 끝에 필자의 둘째 아들에게 부탁을 해서 필자와 함께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시를 쓰게 되었다. 시의 앞부분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드리는 말씀’으로 필자의 둘째 아들이 썼고. 시의 뒷부분은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주는 말’을 필자가 썼다. 시를 써놓고 보니 조금은 쑥스럽기도 하고 어설퍼 보이기 했지만. 부자(父子)가 함께 시를 써서 부자(父子)가 함께 그 시를 낭송을 한다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기에 용기를 내어서 열심히 연습을 해 두었다. 마침 내가 색소폰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학교측에서는 시 낭송 후에 색소폰 연주도 한 곡 부탁한다고 해서 바쁜 둘째 아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색소폰 연습을 했다. 우연한 기회로 작년에 1년간 교환학생으로 미국 텍사스에 있다가 돌아와서 고등학교 2학년에 복학한 둘째 아들은 색소폰을 꽤 잘 부는 편이다. 미국에 있을 때에 텍사스 주 대회에까지 나가서 입상을 한 실력이고 보면 보통 실력은 아닌데. 어줍잖은 아버지랑 같이 맞춰서 연주를 하려고 하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필자도 한때는 음감도 있고 박자 감각도 제법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랜만에 연주를 해서 그런 건지 영 신통치가 않았다. 큰아들은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하고 작은 아들은 알토 색소폰을. 그리고 필자는 테너 색소폰을 연주하는데. 큰아들은 수능을 앞둔 고3이라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연습은 함께 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도와주었다. 큰아들이 스무 살. 작은 아들이 열아홉 살. 아들만 둘을 낳아서 키우다 보니 잔잔한 정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사랑으로 키운 두 아들이다. 큰아들은 지난 10월. 전국 모의고사에서 450점 만점에 441점을 받았다며 수능만점을 꿈꾸고 있고. 작은 아들은 아기자기한 맛을 내는 딸 같은 아이로서 리더십이 강하고 모든 것에 다재다능한 아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멋진 아들들에 비해서 점점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이다. 제법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아들들에게 있어서 필자는 더 이상 완전한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눈치라도 챘을까?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들의 시에 그대로 녹아있었다. 필자는 아들의 시를 받아들고 답시를 쓰면서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있었던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았다. 나에게도 젊음이 있었고. 때로는 아이들에게 꾸중을 하며 나무라던 시절이 있었는데…. 물론 아직까지는 아이들에게 꿇릴 일이야 없겠지만. 그러나 나이 50에 이른 지금. 얻은 것 못지않게 서서히 잃어가는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음의 글은 아들이 쓴 시와 필자가 쓴 답시를 하나로 묶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시의 전문(全文)이다. 감히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고등학생 정도의 자녀들이 있다면 아버지와 아들이. 혹은 아버지와 딸이 함께 읽어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부자간에 그리고 부녀간에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가을에…  아버지. / 가장 큰 나의 거인. 가장 강하신 분 / 뒤에 걸린 그 햇빛 / 부신 눈으로 아버지를 올려 보았죠. // 아버지. / 가장 밝았던 나의 빛줄기. / 가장 빠르신 분 / 아버지와 함께 했던 가을 운동회 / 환호의 목소리로 아버지를 바라보았죠. // 아버지. / 가장 힘찬 나의 문지기. 가장 부지런하신 분 / 일찍이 여시는 그 하루. 닫는 모습 채 보기 전 / 졸린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죠. // 그런데 아버지. / 처진 어깨. 가물거리는 그 빛줄기 / 끄떡끄떡 지나가는 피곤한 하루 / 아버지 뒤에 빛나던 그 햇빛 어디 갔습니까? / 왜 그림자만 길게 늘어져 있습니까? / 아. 나의 아버지 나의 높았던 하늘 / 자꾸 자꾸 낮아지는 나의 하늘아들아! / 오. 나의 노오란 병아리야 / 어미 닭 따라다니던 너의 노란 발걸음 / 삐약삐약. 계성을 따라 울어대던 / 잊혀지지 않는 너의 목소리 // 아들아! / 오. 나의 느으린 거북아. / 태평스러웠던 너의 느린 행동들 / 엉금엉금 어설펐던 지난 발걸음 // 아들아! / 오. 나의 조올린 고양아. / 잠이 많았던 너의 아침들 / 쥐가 살살 기어다니던 귀여운 너의 얼굴 // 이제는. / 우렁찬 너의 목소리로 나를 깨우며 / 끝없이 내달리는 치이타가 되었구나 / 새벽에서 새벽으로 끝나는 너의 시간표 / 나의 하루를 짧아지게 만드는 구나. // 아. 잃어가는 너의 목소리. 헐떡거리는 너의 하루들 / 지평선 끝에 걸린 너의 나날들로 / 그 큰 바위에 내가 짓눌려 / 작아지는구나. 내가 작아지는구나 //아버지 / 눌려져가는 그 어깨 / 펴드리지 못하는 제 마음 / 눈가에 걸려있는 근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 못난 제 마음을… // 나의 사랑하는. 나의 것아. / 내 새끼야. /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아 // 아버지. 나의 아버지 / 나의 높으신. 나의… / 아. 나의 변함없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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