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71회목감기는 멀리 도라지는 가까이 ▲ 도라지꽃매주 화요일엔 군산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과의 수업이 있다. 며칠 전엔 모처럼 약선음식에 쓸 재료들도 찾아 공부하고 채취도 할 겸 해서 학교 주변의 야산과 들로 나가서 돌아다녔는데. 철을 모르고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는 도라지 군락을 만났다. 아마 누군가 늦게 심은 도라지가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자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자손을 번식시키려고 마구 꽃을 피우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그 도라지꽃을 보자 내 머릿속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도라지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엔 변변한 놀잇감도 없었고. 학교도 가지 않는 여름방학 무렵에 밭에 나가면 눈에 띄게 꽃을 피우고 있는 작물들도 없었는데. 유별나게 도라지는 하얗거나 얄궂은 보라색의 어여쁜 꽃을 피우고 있어 어린 우리들의 좋은 장난감이 되고는 했었다. 종이로 접은 공 모양과 비슷한 도라지꽃을 두 손바닥을 모아 탁 치면 꽈리 소리가 나면서 폭 하고 터지는데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그 재미로 도라지꽃만 보면 절로 손이 나가서 외할머니께 씨 안 맺힌다고 야단을 많이도 들었었는데 외할머니 돌아가시니 야단쳐주실 어른도 계시지 않아 여간 쓸쓸한 것이 아니다.▲ 도라지하얗게 나물로 볶아 추석의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리는 도라지를 한방에서는 길경(桔梗)이라 부르는데 성질은 약간 따뜻하며 맵고 쓴맛을 가지고 있으며 도라지 특유의 아린 맛에는 약간의 독이 있다. 그러므로 도라지는 굵은 소금으로 빡빡 치댄 후 물에 담가 아린 맛을 빼고 조리하게 된다. 폐의 기운을 돕기 때문에 도라지는 폐의 기운이 부족하여 숨이 차거나 목이 아프거나 가슴과 옆구리에 오는 통증을 치료하는데 쓰는 식재료이면서 약재이기도 하다. 또한 기침을 멎게 하고 폐와 기관지에 생긴 염증을 치료하므로 목이 따끔거리고 아프면서 기침이 날 때 도라지를 반찬으로 해먹으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도라지꿀차도라지를 나물로 해먹는 외에 감초와 함께 차로 끓여 마셔도 가래가 있는 인후통에 효과가 있으므로 기억해 둘만하다. 이른봄과 이른 가을에 캐어 저장을 하므로 이제부터 나오는 도라지를 배와 함께 이슬을 내려 저장해 두고 몸에 탈이 날 때마다 마시면 좋을 것이다. 이때 감초를 몇 잎 첨가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슬로 내리기 힘들다면 요즘 흔히들 말하는 효소로 만들어 두어도 좋다. 배와 도라지를 꿀이나 설탕과 함께 발효시켜 두었다가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면 가끔씩 따끈하게 차로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 도라지는 수분이 적어 효소로 발효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수분이 많은 배와 함께 만든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니 궁합이 좋다는 것을 달리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된다.▲ 도라지 나물꼭 몸에 탈이 났을 때에라야 도라지를 먹을 일은 아니다. 명절이나 제사가 아니라도 가끔 나물로 만들어 즐겨 밥상에 올리고. 배와 꿀. 감초와 배합하여 차로 즐기고. 꿀을 이용하여 우리의 전통음식의 하나인 도라지정과를 만들어 두고 가끔씩 간식으로 즐긴다면 오히려 호시탐탐 우리의 몸을 엿보던 병마가 아예 근처에도 오지 못할 것이라 여겨진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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