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 28보리 문디말 한번 들어보이소  안녕하이소 함양 오늘은 ‘안녕하세요 함양’이 아니라 ‘안녕히 계세요 함양’이라고 말해야겠군요. 왜냐고요? 이별의 날이 왔으니까요. 2월21일 첫 번째 글 <병곡 원티 산골마을은 아름답다>로 함양을 만났고 9월 오늘까지 7달을 매주 함양과 깊은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정말 진실한 사랑이었을까요? 나는 진실했습니다. 밤낮을 자지 않고 함양을 생각했고 어떤 노래를 불러 주어야 함양이 웃을까 행복해 할까를 생각하느라고 밤잠을 설친 날도 많았습니다.먼 훗날 내가 보낸 편지들을 한번 다시 읽어보신다면 나의 마음을 헤아릴 것입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었고 지고였고 지순이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헤어짐이 옵니다. 잠시 떨어져 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 더 깊은 사랑이 시작될 거라는 믿음으로 당신을 떠납니다. 당신을 만났다는 기억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마지막 편지를 보냅니다.   길을 다 지나고 난 뒤에 뒤돌아보면 걸어온 길이 보인다. 잠시 내 인생을 뒤돌아보면 말(言)하고 많이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내 이름 자체가 남평 문(文)씨 글월 문(文)자를 쓴다. 대학을 프랑스어과에 다니고 졸업 후 프랑스어 교사가 되고 또한 시인이 되어 글을 쓰고 먹고 사니 말 그대로 말로 먹고 산 사람이 된 거다. 내가 쓰는 말도 그렇다. 대학교 땐 충청도 공주에서 학교를 다녔으니 자연 충청도 말을 많이 쓰고 말한다. “아유- 오늘 무척 대관했시유-”(참 힘들었다) 졸업 후 제주도에서 교사생활을 했으니 또 제주도 말을 듣고 말한다. “무사 경 험수과(왜 그렇게 합니까?) 속솜헙서(조용히 있으세요)” 그리고 지금 함양에 와서 살고 있으니 경상도 말을 듣고 쓴다. “아까맹치로 수구리!(조금 전 처럼 숙여라!)”“바라바라 문디 가시나야. 내 문디(초짜)같아도 오늘 구수한 보리 문디 말 한번 해볼란다”여기서 ‘문디’는 ‘문둥이’가 아이라 ‘문동(文童)’ 즉. 글 읽는 ‘초짜’ 선비를 부르는 말이다. 내가 초짜 별로여도 경상도 탯말 한번 해볼란다라는 뜻이다. 탯말연구회 「탯말두레」가 ‘소금나무’에서 출간한 <경상도 우리 탯말>에 나온 경상도말의 맛을 한번 곱씹어 보자.    오이가 오때서예?“여러분. 반갑다. 내가 이번에 새로 부임한 국어선생이다. 마. 앞으로 잘 지내보자”“그라믄요 쌤. 반을 대포해서 제가 대단히 중요한 질문을 하나 해도 좋슴까?”“머꼬? 해 봐라” “쌤. 결혼은 하셨어요?” “그기 대단히 중요한 질문이가? 흠! 한 10년 전에 이혼했다. 와?”“와아. 거짓말! 아침에 교장 쌤이 올해 대학 갓 졸업하셨다고 소개했는데”“쌤이 결혼했으면 머 하고 안했으면 머할 끼고?”“그라믄 분명 결혼은 안 하신 기고. 쌤은 오이서 오셨는데예?”“오이가 머꼬?” “아. 오데서 오셨나. 그 말이제예.”“아. 그 자슥들.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물어야지. 조우간 여기 진주 사투리는 알아 조야 돼. 내가 대구 출신 아이가?”“아. 쌤은 대구시구나! 그람 대구 말 함 해 보이소”“시끄럽다. 공부나 하자” “그라지 말고 한 번만 해 보이소오”“험! 대구는 말이다. 알다시피 섬유공장이 많거등? 그 공장 댕기는 아가시들이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올 때는 서로 다정하게 팔짱을 꼭 끼고 걷지. 그리고 헤어질 때 머라카는지 아나?”“무라쿠는데에?” “가재이∼칸다. 가재이∼ 아주 다정하게. 여기 너그들 진주 여자들뽀당 학실이 다정하게 말이다”“쳉! 가재이가 먼데예?” “잘 가재이. 즉 잘 가란 얘기지. 고로케 다정한 여자들만 보다가 여 와서 진주여자들 말을 들어보이......”“옴마야! 우리 진주 여자가 오이가 오때서예?”“어제 우리 하숙집 주인 딸내미들이 빨래를 하는데. 언니를 보고 동생이 하는 말이 ‘응가야. 칼칼이 식그라’ 카더라. 칼칼이가 머꼬. 칼칼이가. 그라고 응가? 응가는 서울말로 얼라 똥이다. 여자들 말이 고로케 억센 거 첨 봤데이”“쳉...... 쌤이 대구분이니까네 폴이 안으로 굽는 거 쯤 바라. 칼칼이 씩는 게 오때서예? 쌤은 우리 진주 여자들을 무시하는 깁니꺼? 진짜 기분 나쁩니더! 그람 대구에서 쌤하시지 머한다꼬 진주까지 왔십니꺼?”“그라마 너그가 여자가!”  ▲ 훈민정음 언해본오때요? 경상도 탯말의 감칠맛 나는 맛을 맛보셨나요? 세상의 모든 말은 생각을 걸어두는 옷걸이라고 합니다. 말이 있음으로 해서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게 됐고 체계적인 집단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짐승과는 달리 만물의 영장이 되었지요. 문화 하나에도 오랜 세월에 걸쳐 녹아든 독특한 향기가 있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도 사람들이 그 지역에 적응하고 살아오면서 녹아든 역사와 정서가 배어 있습니다. 말 속에 맛이 배어 있는 거지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탯줄을 통해 들어 온 탯말.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맨 처음 어머니에게 배우고 고향의 친구들과 같이 써온 말을 버리고 단편적이고 획일주의적인 표준말에 의해서 아름답고 소중한 탯말이 자꾸만 잊혀지고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탯말두레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현행 표준어 일변도의 어문정책이지요.한 가지 사물. 혹은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가 오직 하나만 있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어휘의 수가 많은 언어가 우월한 언어인가. 혹은 적은 쪽이 우월한가. 어휘의 수가 많다는 것은 표현할 사고나 정보가 그 만큼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또 같은 사고나 정보를 표현할 수단이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뜻을 의미하지요. ‘애비’를 ‘아비의 잘못된 표현’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거부하면 ‘애비’는 우리 한국어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한국어의 퇴행이지요. 우리가 가장 친근하게 많이 쓰는 ‘어머니’를 볼까요. ‘오마니(함경도)’ ‘어무이(전라도)’ ‘엄마(서울)’ ‘엄니(경기도)’ ‘오메(경상도)’ ‘어멍(제주)’ 다 하나하나 정감이 가지 않습니까? 또 그 지방에서는 그렇게 불러야 제 맛이 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이런 어머니의 맛을 모르고 그저 단 하나 어머니 하나 만을 씁니다. 사투리라고 무시하면 안되지요. 더욱 발전시켜 확장시켜야 말이 걸죽하고 풍성해지지요. “저런! 저런! 육실 할 놈. 어느 안전이라고 주둥이를 나불거려.” “오매! 징한 것.” “아고야 문디 가시내야. 내 남새스러버서 몬살어 쪼매한 기 동네 우사는 다 시키고 댕기고 그카이(아이구 경상도 아가씨야 내 남부끄러워 못 살아 조그만 것이 동네 망신은 다 시키고 다니고 그러니)” “경해도 경하는게 아니우다. 게매마시.(그래도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거리에 나가면 외국식 이름의 간판이 허다합니다. 그러나 함양처럼 다볕마을 얼마나 멋진 이름입니까. 연밭머리 바람소리 노루목 한들 선돌배기 가야 곰실 등 살가운 많은 우리말들이 있습니다. 이런 말들을 많이 살려서 지명도 부르고 간판도 만들고 구수한 경상도 말을 많이 쓰고 해야 우리 정신이 바르게 서고 얼이 배기겠지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마는 함양사람들은 특히 조금 불친절합니다. 또 말투도 조금 억셉니다. 더구나 여자에게 하는 말은 무시에 가까운 듯합니다. 그러니 자연 가까이 다가가기가 주저되는 것입니다. 물론 함양뿐만 아니라 경상도 사나이들이 일반적으로 말보다 마음이라고 웬만해서는 말로 잘 표현하지는 않지요. 하루에 세 마디 한다지요? 밥은? 아는? 자자. 하하하. 참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식당이나 술좌석에 가보면 얼마나 시끄러운지 안 물어보아도 경상도 사람이라는 것을 압니다. ▲ 한국문화원연합회 경남지회(지회장 조훈래)가 언어의 보고인 사투리를 지키고자 개최해 온 사투리 말하기 대회 수상작품을 책으로 발간했다. <경상남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사진)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은 2007년 첫 대회 이후 지난해 제4회 대회까지의 경상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을 엮은 것이다.경상도말은 존칭어와 겸양어가 발달되지 않은 게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아름답게 꾸며서 하려는 언어적 메카니즘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지요. 그러나 원래 경상도 탯말은 구수합니다. 그리고 멋있습니다. 남자는 남자답게 하고 여자는 깔끔하게 감칠맛 나게 합니다. 점점 경상도 탯말이 사라지는데 학교에서도 경상도 탯말을 정기적으로 가르쳐주고 경상도 탯말 경연대회를 열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을까요. 제주도 어느 실업학교에는 제주방언학과가 있어 많은 학생들이 거기에서 제주방언을 연구하고 익히고 보존하고 일상생활화 하면서 관광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점점 사라져 가는 경상도 탯말을 없어지기 전에 잘 보존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상도 우리 탯말 책에서 탯말사전에 나온 몇 몇 재미난 말을 한번 살펴볼까요. ‘와! 경상도말이 이렇게 멋있는 말이네’ 하고 감탄할 것입니다. 어머니와 고향이 가르쳐 준 영혼의 말. 들어보긴 했는데 정말 감칠맛 나군 하고 옛날의 추억에 당신은 젖어들 것입니다. 앞으로는 경상도 우리 탯말을 생활에서 자주 써보는게 어떻겠습니까? “이 머슴마야. 어라? 이 가스나가-”  고향이 가르쳐 준 영혼의 말. 경상도 탯말- 배네기 오라고 글키나 캐도 기꾸도 안하네 배삐 안놀끼가빨리 오라고 그렇게 말해도 들은 척도 안하네 빨리 안 올 거냐- 가수나야 에나로 그거 맞나 틀리모 니 반피되는 거 알제?계집애야 진짜로 그거 맞니? 틀리면 너 바보 되는 거 알지?- 쪼마띠만 한 기 간따바리는 부어가꼬 저지리만 하고 댕기요.주먹만한 것이 간이 부어서 말썽만 피우고 다녀요.- 맨든 사분가꼬 서답할 때가 그리브예만든 비누가지고 빨래할 때가 그리워요- 뭐시 그리 꾸물거리노 퍼득 시알리고 치아라뭘 그리 꾸물대니 얼른 헤아리고 치워- 비가 짜잔하게 와도 일키나 썬하니 운제 더벗노 그칸다비가 조금 와도 이렇게 시원하니 언제 더웠니 그런다  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은 이글을 끝으로 당분간 독자 여러분의 곁을 떠남을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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