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67편한가위를 맞아 밥을 생각한다▲ 견과류 주먹밥밥. 밥은 한국 음식의 처음이자 끝이며 중심이다. 아무리 훌륭한 식재료와 만나도 콩밥·잡채밥·순대국밥·비빔밥 등과 같이 그 끝은 언제나 밥으로 귀결되며. 제 아무리 잘 차려진 상을 받아도 그 상은 그저 밥상일 뿐이다. 맛은 있지만 빼어나지 않고. 향이 있지만 결코 두드러지지 않는 밥은 상 위에 올라온 맵고 짜고 시고 달고 향기로운 모든 반찬들을 아우르고 순화시키며 조화롭게 하는 힘을 가졌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오랜 시간을 계속해서 먹어도 결코 물리지 않으니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밥 먹자’는 말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쌀은 봄부터 가을까지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아주 평화로운 성질(平性)을 지니면서 땅의 온전한 맛인 단맛(甘味)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쌀은 그 평화로운 성질과 단맛으로 비위를 튼튼히 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입이 마르는 증상. 구토와 설사. 병 후 허약함. 소화불량. 식욕부진. 영아가 젖을 토할 때 등의 다양한 증세에 여러 형태의 밥이나 죽으로 활용되어 왔다. 쌀을 씻을 때 나오는 쌀뜨물조차도 달고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의 열을 내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증세에 효과가 있다. ▲ 골동반어린 시절에 외할머니께서는 배탈이 나면 부추죽을 끓여 먹여주시고. 여름에는 보리밥을 자주 해주셨고. 겨울에는 찹쌀과 검정콩. 수수를 조금씩 넣은 잡곡밥을 먹게 해주셨다. 절기에 맞춰 콩죽이나 녹두죽도 쑤어 주시고 여러 가지의 떡도 해주시던 그 지혜는 쌀과 함께 조리하던 잡곡들의 차고 더운 성질을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온 삶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체득(體得)하여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자연친화적인 삶은 지식을 넘어서서 자신은 물론 후손을 건강하게 지키는 슬기로움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서는 죽이나 밥을 끓이면 가운데로 걸쭉한 밥물이 흘러 엉기는데. 그것이 쌀의 정미(精微)로운 액체가 모인 것으로 이것을 먹으면 정(精)을 만드는 데 제일 좋고 먹어보면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精(정)이란 米(지기地氣)와 靑(靑氣는 곧 天氣)이 만나 만들어진 글자이니 하늘의 기운을 받아 땅으로부터 얻은 쌀이 곧 정(精)을 이루는 물질임을 뜻하는 말일 것이다. ▲ 벼조선시대의 농학자 서유구는 <옹희잡지>에서 ‘한국인의 밥 짓기는 천하에 이름났다’고 적었으며. 중국 청나라 대학자 장영(張英)은 ‘조선 사람들은 밥 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럽고 향긋하며. 또 솥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하였는데 안타깝지만 지금은 그 명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인 듯하다. 조상들은 한솥밥을 먹으며 공동운명체임을 다졌었고 윤기 흐르는 막 지은 따끈한 밥 한 그릇에서 얻은 ‘밥심’ 하나로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 오늘에 이르렀으며. 그 ‘밥심’으로 가족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농사(農事)를 지어왔다. 농사(農事)의 ‘農(농)’자는 별‘辰(신)’에 노래‘曲(곡)’을 더한 말로 밥은 별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쌀로 지은 음식이니 어려움 속에서도 빛나던 선조들의 낭만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음이다.▲ 삼색연근밥밥은 음식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와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손 내밀면 닿을 거리에 이미 상대가 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마나 연근을 썰어 넣고 지은 따뜻한 밥에는 국 한 대접과 김치 한 보시기로도 족할 것이니 이번 한가위엔 밥상을 마주하고 앉을 누구라도 초대해볼 일이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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