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정교회 조한우 목사나에게는 아주 못된 버릇이 하나 있다. 무슨 일이든지 코앞에 닥쳐야 일을 하는 그런 버릇이다. 특별히 글을 쓸 때는 더욱 더 그렇다. 일주일이면 적어도 두 세 편의 글을 쓰게 되는데. 그때마다 항상 시간에 쫓겨서 간신히 원고를 마감하곤 한다. 전에는 그것이 마치 순발력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내가 정말 싫기만 하다. 나의 못된 버릇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겨서 살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수요일까지 원고를 제출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서도 무슨 놈의 여유를 그렇게나 부렸는지. 밤 12시가 조금 못 되어서야 메일을 보내놓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다음 번 글쓰기 역시 시작할 생각도 안하고 있다.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설교를 해야 하는 나에게는 이런 버릇이 치명적일 때가 많다. 그날따라 갑자기 수도가 고장이 나거나. 가스가 떨어지거나 하면 아무리 설교가 우선이라지만 가장인 나로서는 못 본 척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아슬아슬한 위기들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이 언제나 나는 서커스를 하는 기분으로 글을 써 오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쁠 때에는 좀 미리 미리 글을 써 놓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아내의 성화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의 여유(?)를 부리면서 산다. 어쩌면 그것만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발 내 맘대로 하게 내버려둬 달라는 항변이 내 속에서 늘 있어 왔다.그런 심리적 속성이 내게 있어서 그런지 나는 유달리 개를 좋아한다. 그리고 개가 마음껏 돌아다니도록 풀어놓아 기르고 싶어한다. 어쩌면 내가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개에게 대신 누리게 해 줌으로써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도 원고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뻔히 알면서도 수요 기도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집에서 기르는 개를 끌고 산책을 나섰다. 아내와 함께 저녁마다 산책을 하면서 교회 앞을 흐르는 덕천강을 끼고서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이 나에게는 유일한 낙이며. 중요한 나의 하루 일과 중에 하나이다. 이때마다 우리 부부와 늘 동행하는 우리 집 시온이는 진돗개 순종이다. 혈통서도 없고 인증서도 없지만. 나는 이놈을 진돗개 순종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시온이 이 녀석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을 별로 안 하는 것 같으면서도 진돗개로서의 뛰어난 감각과 품위를 잘 지켜주었다.그런데 그만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났다. 아내의 성화로 항상 묶여있던 시온이는 산책하는 시간만큼은 자유를 만끽하고 다닌다. 우리 부부가 가는 길을 미리 알고서는 저만치 앞서 가면서 이리저리 겅둥겅둥 뛰어다니며 진돗개로서의 위엄을 마음껏 과시한다. 그런데 그만 오늘 저녁엔 시온이 때문에 난리(?)가 나고 말았다. 우리가 늘 지나다니던 길목에 닭장이 하나있다. 그 집 닭장은 늘 문이 잠겨져있었기 때문에 우리 시온이는 킁킁거리면서 냄새만 몇 번 맡고는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따라 닭장 문이 활짝 열려 있었던 것이다. 닭장 안에 있던 암탉 두 마리가 죽는다고 꼬꼬댁거리면서 푸드덕거렸고. 다행히 한 마리는 도망을 쳤지만.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시온이의 포식거리가 되고 말았다.아뿔싸! 목사님네 개가 남의 닭을 물어 죽였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앞이 캄캄해졌다. 당장 주인을 찾아가서 백배 사죄하고 닭 값을 넉넉하게 쳐서 물어주었다. 그리고는 나머지 산책 코스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다시 집으로 가서 개를 줄에 묶어서 끌고 나왔다. 저만치 동네를 벗어나서 개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개 줄이 쇠줄이었기 때문에 이걸 들고 다니자니 그것도 꽤 무겁게 느껴졌다. 오른손에 들면 오른쪽 옆구리가 아파왔고. 왼손으로 들면 왼쪽 등짝이 결려왔다. 아내가 딱하다는 듯이 한마디했다. “으이구. 허리에 묶으면 되지!” 아내의 말대로 허리에 묶었더니 얼마나 편하던지. 그런데 개 줄을 허리에 묶고 나니까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내 인생이 이렇게 ‘개 같은 인생’이 되었을꼬?그러나 오늘 시온이 덕분에 글감 하나 멋지게 건지지 않았는가? 역시 우리 시온이는 진돗개 순종임에 틀림이 없다. 닭 한 마리를 덥석 잡아먹는 것을 봐서도 영락없는 진돗개 순종이 맞다. 그런데 우리 시온이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아내는 개를 끔찍하게도 싫어한다. 몇 년 전엔가 어느 목사님께서 세파트 순종을 한 마리 주셨는데. 내가 어디 가고 없는 동안 아내가 개장사에게 돈도 안 받고 그냥 줘 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것도 뜯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료 한 포대까지 덤으로 얹어서 말이다. 사실 나는 개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개고기까지도 아주 맛있게 즐겨먹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찌 산 짐승을 그렇게 박대할 수 있단 말인가?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울 거라는데. 우리 시온이가 무사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무슨 비법이 없을까? 내 못된 버릇이 우리 시온이 덕분에 오늘도 간신히 모면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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