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유로 지난 겨울부터 좀처럼 산행할 기회를 갖지 못하다 갑자기 산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매번 산행 전 느끼는 설렘 반 부담감 반으로 마음은 벌써 산행을 위한 준비로 가득하다.주간함양(대표이사 우인섭)과 향토의 중소기업인 (주)인산가(회장 김윤세)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매달 실시되고있는 함양의 명산 산행이 벌써 33회를 맞이했다고 하니 그동안 필자가 몇 번이나 참석했을까(?) 고민을 하다 참여한 황석산과 거망산을 종주하는 산행에 지난 18일 참여했다.장맛비가 엄습할거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다행이 산행하기 좋을 엷은 구름이 따가운 햇빛을 덮어주는 행운을 받은 채 상림숲 주차장에 당도하니 함께 할 일행들 중 문정섭 前도의원을 비롯하여 홍동초 사진작가와 산행을 안내할 주간함양 임직원. (주)인산가 임직원 등과 101번 지리산과 맞선(등산)을 본 철의 여인. 김종남氏 등 20여명이 지리산함양고속 버스에 몸을 실었다.보통사람들은 내려올 것을 왜 굳이 사서 고생이냐고 한다. 없는 시간을 내서 색색거리는 숨을 몰아쉬며 내가 왜 왔을까 하는 후회를 몇 번이고 꾹꾹 누르고 정상을 향해 천근같은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땔 때면 더욱 그러하다.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권태로워질 때 파릇한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고운 햇살. 눈 속을 비집고 살포시 고개를 내민 작은 야생화. 멀리서 들리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때면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력에 감동으로 어느새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만다.정상에서 굽이굽이 산자락과 산중턱에 걸린 구름. 띄엄띄엄 늘려있는 인가를 내려다보는 경관은 자연이 빚어낸 위대함에 마음은 더 없이 넓어지고 세상사 모든 시름을 다 잊게 한다. 아 그렇구나. 이게 사는 맛이다. 더욱 산행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격 없는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오르는 산행은 일상의 여유를 즐기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가끔씩 갖는 산행은 나에게 하나의 취미이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땔감을 하러 한사람이 겨우 걸을 정도의 가느다랗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오를 때면 아버지는 앞에서 지게를 메시고 뒤에서 종종걸음으로 따라 걷던 산길. 아버지가 땔감을 준비하시는 동안 옆에 앉아 솔방울과 나뭇가지로 장난감 삼아 놀며 아버지를 기다리던 추억의 산. 아마 그때부터 산은 추억의 정겨운 산으로 다가온 것 같다.이번 산행은 함양군 안의면과 서하면에 속해있는 황석산(1.190㎞) 거망산(1.184㎞) 코스로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이르는 기백-금원-거망-황석 등으로 어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명산이다. 우리는 서하면 우전마을에서 출발해서 피바위. 황석산성. 황석산 정상 - 거북바위 - 거망산 - 용추폭포로 하산하여 일주문 앞 주차장에 집결하여 대기된 버스로 귀가할 계획이다.산행을 한다는 핑계로 간단히 아침을 챙기고 종종걸음으로 약속된 상림공원으로 향해 서하면 우전마을 앞 주차장에서 내려 주최측에서 준비한 간식과 김밥을 나누고 간단한 산행안내를 마치고 정상을 향해 고고씽!처음에는 다들 인사와 눈맞춤으로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받았지만 30여분 지나니 등에 땀이 차고 내 숨차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멀리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 새소리가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그렇게 한시간 정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서니 갈래길이 보이고 좌측편 숲 사이로 여인들의 한이 서려 있는 절벽의 피바위가 보인다. 정유재난 때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황석산을 공격하자 안의 현감 곽준과 전 함양군수 조종도는 소수의 병력과 주민들이 왜군에 맞서 항거하였으나 성이 함락되자 성안의 부녀자는 수십척의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져 바위를 붉게 피로 물들였다. 피맺힌 한이 스며들어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그 혈흔은 남아있다 한다. 땀을 식히고 우측 등산로를 따라 돌고 돌아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르다. 지친 숨을 몰아 30분 정도 오르니 황석산성 동문에 올라 인증 샷! 황석산성은 고려시대의 축조산성으로 육십령으로 통하는 관방요새에 삼국시대부터 축조된 고성이다. 황석산성 초입에서 바로 올려다 보이는 정상길은 만만치가 않다. 정상 바로 밑 산성삼거리까지 오르는 급경사 길로 한참동안 땀을 흘려야 했다.정상 밑 산성삼거리에서 정상을 우측으로 올려보면서 좌측으로 몇분을 돌아 치면 정상으로 까마득 길게 늘어진 밧줄이 암벽에 매달려 있다. 이곳에서 포기자는 그대로 능선길을 따라 직진하고. 정상을 오르는 사람은 밧줄을 타고 정상에 오르면 된다. 밧줄에 매달린 채 오르는 모습을 보니 두려움이 앞선다. 정상은 두개의 커다란 암봉으로 이루어지고 작은 암석들이 군락을 이루면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방으로 확 트인 조망에 동서남북으로 건너 보이는 기백-금원-거망산 등의 백두대간 줄기가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또한 산봉우리 줄기를 따라 축조한 황석산성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정상으로 이어진 가파른 암벽능선을 피해 돌아나가니 거북바위를 앞으로 산성이 시작되는 부분의 오목한 곳에서 일행은 한 숨을 돌리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싸온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우고 정상에 오른 기쁨을 나눈다. 허기를 채우느라 바쁜 중 어느새 서늘한 찬바람에 스며든 한기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발길을 재촉하여 거망산 정상을 향한다. 거북바위와 북봉 등 계속되는 바위길을 지나면. 숲이 무성하고 길이 험해 앞사람의 꽁무니를 놓치지 않으려 앞사람만 쫓다보니 주위 경관을 둘러볼 겨를이 없다. 불당골이라는 중간에 하산하는 길목에서 잠시 쉬며 후미조를 기다리고 있자니 일행 중 5명이 산행이 힘들어 중식을 먹은 자리에서 벌써 하산했다 한다.일정을 거망산으로 정했으니 가야한다는 의견과 중간에 내려가자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일단 거망산 가기 전 마지막 하산코스인 장자골에서 결정하자며 장자골로 향했다. 참고 장자골까지만 가자 위로하고 한참을 나아가자 장자골 하행길 코스에 도착하니 또 5명이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산행을 안내하신 문의원님의 종소리를 위안삼아 1시간 넘게 나아가자 싸리나무와 앙상한 억새풀 거망산 정상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지금은 싸리나무로 그 유명세가 예년과 사뭇 다른 듯 하다. 최종목적지에 도착한 기쁨도 잠시 뒤로하고 우리는 하행길로 접어들었다. 아직도 1시간 30여분 오르락내리락 한다. 내려갔나 싶으면 다시 오르고. 내리고를 수 차례 급경사를 겨우 내려서니 조그만 시원한 계곡물이 얼마나 반가운지. 잠시 손을 닦고 한참 숲길을 헤치고 나와 용추계곡에 다르니 감회가 새롭다. 시원한 물에 고생한 발을 담그니 천하를 호령한 진시황제도 부럽지 않다.도로를 따라 내려오니 시원한 물줄기의 용추(龍湫)폭포가 있다. 폭포에 살던 이무기가 108일 금식기도를 하면 용이 되어 승천할 수 있다는 신의 계시를 받고 매일매일 기도를 하지만 하루를 채우지 못하고 승천하여 벼락을 맞아 위천면 서대기 못에 떨어져 3년 동안 풍년이 들었다는 가슴아픈 전설이 전해진다.용추사일주문 주차장 앞에 닿으니 먼저 하산한 분들이 버스에서 우리를 기다리신다. 아쉬움을 남긴 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또 다른 산행을 계획하며 오늘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한다.<황삭산. 거망산에서...함양군청 건설과 임혜선>lhs2177@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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