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49편농촌에서 살면서 참고해야 하는 고문헌을 하나 말하라면 조선시대 실학자의 상징인 정약용의 둘째 아들이 지었다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를 들 수 있다. 1년 열 두 달 농가에서 할 일을 적어놓은 가사문학 작품으로 매월 농촌에서 해야 하는 행사와 풍속은 물론 농사의 교훈을 함께 기록하고 있어 너무나 귀중한 자료이다. ▲ 소리쟁이12월령 중 이월령(음력)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전략>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우나니/ 본초강목 참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적어 놓고 때맞추어 캐어 두소/ 촌집에 거리낌 없이 값진 약 쓰겠느냐옛 조상들의 생활을 엿보면 무심한 듯 살면서도 곳곳에서 삶의 지혜가 숨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촌집에서 거리낌 없이 값진 약을 쓸 수 없으니 집 주변에 약이 되는 풀들을 심어놓고 때맞추어 음식으로 먹고 약으로도 먹자 하였으니 말이다. 옛날 생각이 난다며 친정어머니는 이른봄의 전령사인 소리쟁이를 나물로 무쳐주시고 된장국으로 끓여주시며 시금치가 지금처럼 귀하지 않았던 시절에 시금치 대신에 먹었다 하셨다. ▲ 소리쟁이 나물소루쟁이로도 불리는 소리쟁이는 도시의 천변이나 도로 옆은 물론 전국의 산야 어디서나 잘 자라는 여러 해 살이 식물이다. 소리쟁이의 마른 잎들이 바람이 불면 소리를 낸다 하여 소리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속설도 있다. 봄이 난만하여 꽃들이 흐드러지면 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도 요란해지는데 혹 그때 벌에 쏘였다면 소리쟁이 잎을 따서 짓찧어 붙이면 잘 낫는다. 뿐만 아니라 종기나 부스럼. 마른버짐. 습진. 피부가려움증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뿌리는 한방에서 변비약으로 쓰고 있는데 대황에 비하면 그 작용이 완만하여 산후의 변비에도 쓰고 있다. 뿌리의 약효만은 못하지만 소리쟁이 잎을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어도 가벼운 변비에는 효과가 있다. 소리쟁이뿌리는 성질이 차며 쓰고 떫은맛을 가지고 있다. 성질이 차므로 혈열(血熱)로 인한 코피나 토혈. 각혈. 변혈. 자궁출혈 등에 사용된다. 특히 기생충을 구제하는 효능도 있다. ▲ 소리쟁이 된장국한국음식대관 제2권에 보면 <증보산림경제><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양제엽갱’에 관한 기록이 있다. 양제엽갱이란 소리쟁이국을 의미하는데 소의 무릎뼈(도가니)를 곤 국물에 소리쟁이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이는 국이다. 우리 조상들은 봄에는 소리쟁이의 햇싹을 제철 청어와 함께 끓여 먹었고. 가을에는 노엽(老葉)을 말렸다가 데쳐서 고기와 함께 끓여 먹으며. 정월달에는 두엄 속에서 싹 틔운 새싹을 데쳐서 산미를 뺀 다음 고기와 함께 끓여 먹었다고 한다. ▲ 소리쟁이 뿌리이 기록을 보면 우리 선조들이 오래 전부터 즐겨 먹었던 식물이 소리쟁이였던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조상들의 지혜를 버리고 국적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먹을거리에 열광하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의 식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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