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3월 19일 새벽 02시 40분경 경남 함양과 전북 남원 산내 경계지역 백운산 자락 하단부에서 원인 미상의 산불이 발생하였다. - 사진자료제공 : 산림청 항공본부>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8편악마는 낄낄거리기를 좋아한다 안녕하세요 함양. 4월은 불의 달입니다. 전국이 불불불 불로 난리입니다. 며칠 전 함양에서 가까운 거창군 가조면에서 산불이 크게 났어요. 그 날 전국에서 하루에 산불만 5건이 났다나요. 이거 정말 큰일입니다.남의 이야기 할 때가 아닙니다. 함양 공공의 적은 누구일까요? 북한일까요? 일본일까요? 우리 주변에 공공의 적은 많이 있습니다. 깡패 연쇄살인범 아동성추행범 가짜음식물제조업자. 더 나아가 악마 같은 돈. 더럽기 짝이 없는 쓰레기. 이산화탄소 방귀만 뿡뿡 뀌는 자동차도 공공의 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4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공공의 적은 도깨비불입니다. 특히 함양은 이 공공의 적 도깨비불이란 놈에 아주 많이 시달려오고 괴롭힘을 당해 왔고 가장 큰 피해를 본 장본인입니다. 올해는 다행히 큰불은 없었지만 작은 불이 일어나 함양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5년 전이었던가요? 30대 중반의 노총각이 노처녀와 어찌어찌 결혼이 성사되어 늦장가를 갔습니다. 경사 났지요. 결혼식과 신혼여행까지 마친 그들은 어머니를 찾아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랴 그랴 좋을시고. 좋은 구경 못보고 먼저 돌아가신 니 아버지 헌티 가 인사드리고 잘 살게 해달라고 빌자. 아무렴!” 그들은 돌아가신 아버님 묘소에 가서 신부와 절을 하고 인사드렸습니다. 그런데 엄니가 저 쪽에 가서 무엇을 꺼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입던 옷가지였습니다. “이걸 하나 태워드려야 느그들이 불처럼 잘 살도록 해주실 끼다.” 옷을 태웠습니다. 불 탄 옷 재가 날아갔습니다. 4월 마른 풀과 낙엽 위로 불티가 떨어졌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산은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세 사람은 온 힘을 다해 불을 껐지만 바람은 정신없이 세게 불어 소용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너무 잘 살게 해주려 했는지 불길은 산을 타고 하늘을 향해 질주해 갔습니다. 불은 2박3일 주야로 탔습니다. 그 불이 난 곳이 병곡 대봉산(계관산) 기슭 입구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슭 원산마을 지소(紙所) 쪽으로 저의 집이 있습니다. 퇴직하고 노년을 보내며 살려고 황토집을 지었는데 그 쪽으로 지금 불이. 불님이 악마의 모습으로 낄낄거리며 달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하여 보십시오.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의 그 스릴을. 산은 온통 불바다였습니다. 첫째 날은 바람도 많이 불고 날도 일찍 저물어 소방헬기가 뜰 수 없었습니다. 캄캄한 밤이라 사람들도 진화작업에 투입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다 같이 멀리에 서서 불구경을 했지요.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것 중에 하나가 강 건너 불구경이라 하지요? 강이 있으니 자기 걱정 없이 남의 소실을 구경할 수 있으니 얼마나 재미나겠어요. 그래서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속수무책. 저 아래 산에서부터 불이 타올라 오고 있는데 밤에 잠잘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요. 전국 방송으로 불소식이 나가자 전국에서 아는 사람들은 전부 전화 옵니다. “예? 예. 불이요? 아. 뭐. 저 아래에서 지금 타고 있는데... 한 2㎞쯤. 대피하라고요? 아. 예. 하지만 갈 곳이 없는데요. 뭐 곧 하루아침에 알거지 되는 거지요.” ▲ 3월15일 낮12시30분경 함양군 지곡면 봉복리 인근 야산 과수원에서 담뱃불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나는 아예 아나운서가 되어 현지 생중계를 해주어야 했습니다. 함양의 모든 행정기관. 모든 군민. 모든 차량. 모든 비행기. 모든 경찰. 모든 군인. 모든 봉사단체 모든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2박3일 불을 껐습니다. 마치 전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말 그대로 불과의 전쟁이었습니다. 산 중턱에 지휘본부가 차려지고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소방차들이 곳곳에 배치되었습니다. 군인 공무원 주민 할 것 없이 물통을 지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하늘에서는 소방헬기 십 여대가 푸드득 푸드륵하며 하루종일 날아다니고 하늘에서 물을 쏟아 부었습니다. 정말 무서운 전쟁게임이었습니다.인산인해(人山人海)라 불이 꺼졌습니다. 마침내 공공의 적이 잡힌 것입니다. 다행히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우리 집은 무사했습니다. 바람이 묏골 쪽으로 불어 공공의 적은 산능성이를 타고 묏골로 넘어가 거기서 지쳐 잡혔습니다. 살인은 저지르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가석방되었는지 그 다음 해에 다시 나타나 이번엔 아예 함양 읍내를 치고 나선 것입니다. 백암산을 통째로 집어 삼켰지요. 1박2일로 백암산을 태워 검게 그을린 산 전체가 지금도 읍내 어디서나 보이고 흉물스럽기 짝이 없는 상처를 남겨 놓았습니다. 지금은 풀이 돋아나 검은 부분이 조금 가려졌습니다. 작년 11월쯤 국립공원 지리산 중턱에서도 불이 났습니다. 가을 낙엽이 다 지고 누구도 다가가기 힘든 7부 능선에서 불이 났으니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일촉즉발의 대형 참사가 될 뻔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지리산 마고할매가 이래선 안되겠다 해서 하늘에서 비를 몰아와 불을 껐습니다. 다급해 백두산 눈까지 몰아와 불을 껐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지리산은 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한 순간이었습니다. 하늘이 도운 겁니다. 만약 그 불이 강풍을 타고 산 정상 쪽으로 올라갔다면 사람도 오르기 힘든 고지대에서 누가 그 산불을 끄겠습니까? 그러면 지리산은 수십년 동안 나무가 없는 흉물의 산이 되었을 것입니다. 반달곰은 어디로 가서 살고 수많은 산짐승들은 어디 가서 전세 빌려 살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불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인데 자꾸 일어납니다. 이 산불의 90%가 사람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하니 이 사람이 문제인 것입니다. 또 한편의 소문에 의하면 나라에 불만을 품은 자가 불을 내고 숨는다는 말도 들립니다. 또 정신이 조금 모자란 사람이 가정이나 마을에 불만이 있으면 불을 몰래 놓는다는 말도 들립니다. 이 얼마나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까? 제발 그건 그저 소문이기를 바랍니다. 산불의 70%가 4월에 일어납니다. 산불조심에 대한 함양군의 예방 노력은 대단합니다. “산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 지역민을 명예 산불감시원으로 위촉하여 산불예방의식을 고취시키고 있습니다. 텃밭에 퇴비를 뿌리고 있으면 딩동댕 소리와 함께 마을 스피커 소리가 들려옵니다. “함양군민 여러분.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지 맙시다. 산에서 담뱃불을 버리거나 취사행위를 하지 맙시다.” 또 조금 있으면 산불감시 순찰차가 고개를 넘어 오고 마이크소리가 들려옵니다. “함양군민 여러분. 산불을 조심합시다. 산불을 내는 사람은 처벌을 받습니다.” 함양군은 각 면단위로 산불감시원을 배치하여 산불감시를 합니다. 그 인원이 130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각 지역에서 예방활동을 합니다. 우리 집 이웃 청년도 산불감시원입니다. 해가 뜨면 나가고 해가 져야 들어옵니다. 산불감시원은 겨우 최저임금에 달하는 100만원 안팎의 일당제 급여를 받습니다. 추운 한겨울부터 하루종일 근무하는 남자의 일에 비해 급여가 턱없이 낮아 많이 올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걸 잿더미로 만드는 불을 생각하면 팍팍 주어야 하는 건데...함양에서 몇 번의 큰불이 나자 함양에 소방헬기가 배치되고 함양산림 항공관리소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불이 나면 즉각적인 대처를 하여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진 것입니다. 참 잘된 일입니다. 산불이 나면 군수님을 선두로 해서 산림청과 함양산림 항공관리소와 함양소방서가 서로 유기적 협조관계를 가지고 진화에 총력을 기울입니다.나는 함양군의 화재를 관리하며 현장지휘통제관인 함양소방서 김병훈서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요즘 바쁘시지요?”“제가 바쁘면 큰일이지요. 제가 할 일이 없어 코를 골며 졸고 있어야 합니다. 함양 주민이 전부 고급의 불조심을 해주셔서 소방서가 있는가 없는가 해야 이게 살기 좋은 함양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발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제66회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개최.젊고 패기가 펄펄 넘쳐 났습니다. “이제 함양의 불은 다 죽었겠군요. 꼼짝하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올해 함양은 다행히 큰불이 나지 않았습니다.“저는 불을 항상 도깨비불이라고 부릅니다. 이 놈은 정말 도깨비 같이 2∼5m 씩 하늘을 마구 날아다녀요. 심한 것은 20∼30m씩 펑펑 이집 저집 이산 저산 날아다니며 생각지 못한 곳에 불을 마구 던져 놓습니다. 그래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하지요. 작년 G20 정상회담이 있던 전날도 산불이 났지요. 항공관리소 소장님의 협조 하에 소방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현장 지휘하며 총력전을 펼쳤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합니다.”“군민에게 한 말씀...”“불은 처음이 중요하지요. 산불감시원 소방대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주민 전부가 산불감시원이 되어 이 함양을 지켜야 합니다. 제일 걱정이 상림이에요. 식수원이고 문화재가 있고 선현들이 있는 역사인물공원인데 만약 천년의 숲 상림이 한 사람의 잘못으로 불이 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죄를 어찌 감당하겠어요. 제발 담뱃불은... 천년의 나무가 다 타면 천년을 기다려야 하잖아요. 그러니 너도나도 무조건 불조심입니다.” 가끔 TV에 나오는 한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산불이 무섭게 난 숲 속에서 놀란 많은 짐승들이 두려움에 쫓겨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새끼들도 어미 따라 죽어라 좇아 나오고 있습니다. 나도 뛰어 나옵니다.“이 동물들이 다시 돌아와 이 숲에서 평화롭게 살기까지는 50년이 지나야 합니다.”안녕하세요 함양 불은 양면의 칼날입니다. 불을 잘 이용하여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현대는 이 불로 인하여 인류의 멸망이 올지도 모릅니다. 악마는 낄낄거리기를 좋아합니다. 공공의 적 도깨비불. 불조심하여 아름다운 함양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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