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79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문수사▲휴천 마을 사람들에게 인술 펼치는 이구택 한의사 그는 누구인가▲벼락 맞은 느티나무로 조성된 불상. 어느 장인 손길에 의해 만들어 졌을까?▲문수사 나한존자를 보면 자원봉사 깊은 의미를 알게 된다# 미국의 국력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국민들의 자원봉사(volunteer) 정신 때문이다. 자원봉사(volunteer)라는 말은 라틴어의 볼런타스(Voluntas)에서 유래하며. 이것은 인간의 자유의지. 마음속깊이 우러나오는 의사라는 뜻이다. 즉. 의무감이 아닌 자발적으로 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미국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좀더 좋은 교육환경을 주기 위해 여러가지 이벤트를 주최하거나 기부금을 모은다. 또 일주일에 한번씩 있는 클라스액티브티때 학교로 가서 아이들과 선생님을 도와준다.김경수. 신성범 의원 보좌관 고질병 완치해 부렸어야?# 이구형 한의사(서울 강동구 명일동 소산한의원장? 동국대 교수). 그는 남몰래 지리산 속에서 volunteer(자원봉사)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한 달에 1회.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509번지 문수사(055-962-9866)로 와 절 주변 마을 사람들을 대상. 진맥(診脈: 맥을 짚어 병을 진찰하는 것) 하고 아픈 부위 찾아 침을 놓아준다. 3월13일 오후 문수사. 절 뜨락엔 잔설들이 남아 있다. 그 잔설들이 겨우내 얼었던 흙들과 질척하게 몸 섞고 있다.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어대고…사찰 한 켠 이구형 한의사. 어느 필부 손을 잡고선 진맥하고 있다. “몸이 차가운 체질이군요. 몸에 열이 많아 허허. 무슨 업무를 보는지 몰라도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봐요? 신장에도 열이 많아. 가능하면 따뜻한 음식을 많이 드셔야 하겄소” 하면서 족심혈(발바닥의 중심부)에 침을 톡 놓아준다. 이 장면을 지켜보고선 한 불자. “옴마야? 저 양반 누고? 국회의원 신성범(의원) 꽃미남 김경수 보좌관 아이가? 요즘 머리 대기(매우) 아플낍니더. 함양에 앞으로 보궐선거가 있는디. 후보 공천 선정 땜에 골치 아플끼여. 보궐선거 땜시롱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으몬 천하 명의 지리산 화타선생 헌티 침 맞으로 왔을꼬?” 이어. 이구형 한의사는 사기그릇 비슷한 물건으로 보좌관 등을 긁어준다.이른바 괄사요법.“괄사란 청자. 옥(혹은 저마<苧麻>. 팔릉마. 소방각<小蚌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인체의 피부경락을 자극하는 치료법으로 경락 순행방향으로 순행하여 기혈의 순환을 소통시키는 치료법이지요. 인체의 정기를 북돋우며 사기를 제거하는 이른바 부정거사(扶正去邪)를 목적으로 합니다”# 문수사는 지난해부터 주변마을 노인들을 대상으로 매월 1번씩 사찰 내 무료 종합병원(?)을 열고 있다. 의료진은 이구형 한의사 외 부산 카톨릭대학교 임정도(보건학박사) 교수. 그리고 익명으로 요구하는 의사 몇 분. 임정도 교수는 물리치료 대가로서 함양 노인들의 고질병 관절을 치유해 주고 있다. 문수사 종합병원장(?) 정인 스님(문수사 주지)을 친견. 이 병원의 특징 및 이용법 그리고 문수사에서 눈 여겨 볼만한 사찰 상징물 등을 알아보았다. 스님은 참회당에 주석하고 있었다. 참회당 벽에 눈길 끌만한 서예 한 점이 있다. 월하(月下) 종정께서 일필휘지하셨다. 월하큰스님은 1933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출가. 1940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구하 스님에게 비구계를 받았다. 1954년 대한불교 정화운동에 앞장서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회복하는데 노력하였다. 1994년 종정을 맡았다. 종정에서 물러나 양산 통도사 방장으로 추대되었다가 2003년 12월 4일 나이 89세. 법랍 71년으로 입적하셨다.정인 스님께서 우전(雨前) 우려내고 있을 제. 참회당 밖 봄바람. 변일체처 광명변조가 되어 사찰을 떠돌고 있다. 그뿐인가. 문수사 계곡 물소리 깊어지고. 새싹 움트는 봄날의 만산만야가 그대로 자연의 법문을 펼쳐내고 있다.“처사께서 늦봄. 우리 절에 오셨어야 월하 스님 글씨 탐닉할 수 있었을 터인데. 종정 큰 어른께서 곡구춘잔(谷口春殘)이라고 쓰셨네요. 경남 하동 칠불암 보설루(普說樓)의 주련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山梅落盡野花飛(산매낙진야화비) 산에는 매화꽃 지고 들에는 꽃잎 날리니谷口春殘客倒稀(곡구춘잔객도희) 골짜기엔 봄 저물어 오는 손님 드문데遙望千峯紅樹裏(요망천봉홍수리) 멀리 바라보니 천 봉우리 붉은 숲 속에杜鵑啼處一僧歸(두견제처일승귀) 두견새 우는 곳에 한 스님이 돌아오네늦봄 풍경 묘사한 선시인데 어떻습니까. 적막하다 못해 공(空)해 보이지 않습니까? 이 선시에 골짜기에 봄 저물어… 곡구춘잔(谷口春殘)이 등장합니다.-늦봄에 다시 와. 문수사 <곡구춘잔>을 꼭 감상해야겠습니다. 문수사의 무료시술이 화젭니다.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요?“화제는 무슨 화제? (스님 포대화상처럼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저 한의사 선생 있잖소? 함양노인들 치료를 핑계삼아 이렇게 좋은 지리산 자연 좋은 기 받기 위해 내려옵니다. 언젠가 이구형 한의사가 소승보고 이런 말을 해요. 만승천자(萬乘天子)의 복이나 거부장자(巨富長子)의 복보다 좋은 복이 허허허 좋은 도량에서 1박하는 거라고요. 이 말은 소승이 농 삼아 한 것이고 우짜든동 저렇게 헌신적인 인술가 땜시롱 마을 사람들이 고질병 치유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제가 이 절에 머무는 동안 아니 소승이 이 절 떠난 후에도 문수사에서 많은 불자들이 약사여래불을 만나게 되길 기원하는 바입니다”(정인 스님은 향후. 침술 물리치료 외에도 치과. 이비인후과. 중풍전문 양의들을 모셔와 함양 노인들을 치료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문수사 연혁은?“(배한수 문수사 신도회장의 말) 원래 신라고찰이었는데. 한국동란 때 소실되었다가 60년대 지리산 영원사 하담경률 선사께서 중창했다 합니다. 다시 퇴락했다가 1987년 비구니 능현사에 의해 다시 지어 졌지요. 이 절에는 동제여래입상. 동거울. 동화로 등의 유물이 보관되어 있고 벼락 맞은 느티나무로 만든 목불상이 존치되어 있답니다”취재진은 스님. 배한수 신도회장과 함께 벼락 맞은 느티나무로 만든 불상을 친견했다. 대집경(大集經: 부처가 시방(十方)의 불보살들에게 대승의 법을 설명한 경전)에 따르면 벼락 맞은 느티나무를 태워 그 재를 사방에 뿌리면 결계를 이루어 사악한 기가 침범치 못한다고 했다. 한편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벽조목(霹棗木)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벽조목을 소지하면 발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벽조목과 관련. 다음과 같은 축원문이 있다.“대추나무가 고목이 되어 600년 세월동안 약으로. 제사상으로. 결혼폐백으로. 음식으로 곳곳에 쓰여 만인에게 이로움을 안겨주었네.丁丑年 (1987) 丁未月 (7) 庚申日 비 오는 캄캄한 밤에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리치어 땅을 흔드니 600년 대추나무가 벼락을 받아 안으며 천년 신비의 영물(靈物) 벽조목(霹棗木) 되었다네.장원급제. 부귀공명. 입신출세.. 신지기지(神知奇知)로다. 만세보국안민영보(萬歲輔國安民靈寶)로다" # 문수사 벼락 맞은 느티나무 불상은 영험 신묘 그 자체였다. 우아한 얼굴과 신비스러운 미소. 섬려한 자태. 자연스러운 인체비례. 형태를 극도로 절제한 단순미. 어느 장인의 손길에 의해 만들어 졌을까?정인 스님이 답한다. “불상무형문화재인 김정걸 선생에 의해서지요”문수사에는 범종 대웅전 문수보현보살상 등 눈 여겨 볼만한 불교미술품이 많지만 필자는 야트막한 언덕배기 삼성각을 주목했다. 주목하게 된 이유를 굳이 밝힌다면 문수사 삼성각에 나반존자가 있기 때문이다. 나반존자는 어떤 위인인가? 나반존자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뒤 미륵불이 세상에 나타나기까지 중생을 제도하려는 원력을 세우고 천태산 위에서 홀로 선정을 닦았다고 한다. 필자는 지나가는 말로 스님에게 “혹여 삼성각 나한존자께서 이구형 한의사 임정도 부산 카톨릭 대학 교수같은 사바세계 나한존자들을 이곳 문수사로 불러들이지 않았을까요”이 말에 정인 스님은 동문서답. 금과옥조같은 선시 한토막을 필자에게 들려준다.不貪夜識金銀氣(불탐야식금은기) 탐심을 내지 않으니 금과 은의 기운을 알고 遠害朝看米鹿遊(원해조간미륵유) 해칠 마음 멀리하니 아침에 사슴이 와서 노는 것을 보네그리곤 스님 지나가는 말로 “위 선시 해석은 제가 한 게 아니라 고승께서 하신 것이니 해량하시길”사족- 봄이 오면 문수사 주변 야생화 야생초. 어떤 게 있나요 “봄 여름 가을까지 철마다 봄엔 연산홍 수국 머위꽃 붓꽃 산 민들레. 여름엔 금잔화 옥잠화 상사화. 가을엔 국화 구절초 용담 등이 피고 집니다”- 스님 법명을 한자로 적어 주십시오. 법명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正印(정인). 인(印)은 불교용어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비롯됩니다. 해인삼매란 말에서 보듯 출렁이는 바다에 도장 찍는 것처럼. 마치 바람이 그치고 파도가 잔잔해져 바다가 고요해지면 거기에 우주의 만 가지 모습이 남김없이 드러나듯이. 이러한 경지를 해인삼매(海印三昧)라 합니다. 우리들 마음의 바다에서 번뇌라는 가지가지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은 지혜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고. 그 어리석음의 바람이 잦아들고 번뇌의 물결이 쉬어지면 참 지혜의 바다(海)에 흡사 도장을 찍듯이(印) 무량한 시간. 무한한 공간에 있는 일체의 모든 것이 본래의 참모습으로 현현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출렁거리는 내 마음을 고요히 평정시켜 해인(海印)처럼 바르게 본연의 참모습을 드러내라는 뜻으로 은사 스님께서 지으셨지 않나 싶습니다”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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